영화속에 숨겨진 경제이야기5 미션임파서블
"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 '파킨슨의 법칙'"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미션임파서블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주인공 에단 헌트에는 변함없이 톰 크루즈가 나온다. 오리지널 <미션임파서블>이 1996년에 나왔으니 벌써 19년이 지난다. 당시 34세이던 톰 크루즈도 53세가 됐다. 나이가 들었다고 액션이 약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리즈가 더할수록 액션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CIA 내 비밀기관인 IMF(Impossible Mission Force)를 해체하기로 한다. 냉전도 끝난 마당에 CIA가 비밀조직 IMF를 남겨두는 것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실리가 없다. IMF 요원 에단 헌트는 반발한다. 비밀조직 ‘신디케이트’가 IMF 요원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CIA와 신디케이트에 동시에 쫓기는 에단 헌트 앞에 여성요원 일사가 나타난다.
CIA는 IMF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신디케이트’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었다고 의심한다. CIA 국장은 IMF 팀장에게 말한다. “신디케이트 소행이라는 모든 사건의 현장에는 IMF가 있었어”. 크렘린 궁을 박살내고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등 IMF는 정치적 골칫거리다. 그러니 IMF를 해체해 CIA에 통폐합시켜 그 조직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CIA 국장의 구상이다. IMF 팀장은 반박한다. “IMF를 없애시면 분명 후회할 겁니다.”
조직은 한 번 만들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다. 아니 오히려 덩치를 계속 불려나가려는 습성이 있다. 막스 베버가 밝힌 관료제의 특징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는 ‘파킨슨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이는 공무원 수와 업무량은 상관이 없고, 업무가 많아지거나 적어지거나 혹은 사라져도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영국 경제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5년 런던 이코노미스트에 에세이로 발표한 뒤 1958년 <파킨슨의 법칙>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다.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 사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군대와 공무원 조직을 관찰했다. 1935년의 영국 식민성 행정직원은 372명이었지만, 1954년에는 1661명으로 늘어났다. 관리할 식민지는 줄어들었는데도 담당 공무원 숫자는 5배 정도 늘어났다. 영국 해군본부도 1914년 2000명이었는데, 1928년에는 3569명으로 늘어났다. 1914년에 비해 주력함정은 3분의 2가 줄었고, 사병 수도 3분의 1이 줄었지만 관리자 수만 80%가량 늘어난 것이다. 파킨슨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자신의 승진을 위해 조직을 더 키우고, 많아진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일이 더 생긴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일이 많다고 툴툴대던 ㄱ이 인사팀에 얘기해 ㄴ과 ㄷ을 부하직원으로 받았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ㄹ과 ㅁ, ㅂ, ㅈ도 뽑았다. 직원이 6명이 되면 ㄱ의 업무량은 줄어들까? ㄱ이 혼자 일할 때는 자신의 일만 하면 됐다. 그런데 팀이 늘어나니 조직을 관리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팀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가 잦아졌고, 주요사항을 결재하기 위해 보고서를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 많이 생겼다.
파킨슨의 법칙에는 두 가지 명제가 있다. ‘관료는 경쟁자가 아닌 부하들이 대폭 늘어나는 것을 바란다’와 ‘관료는 서로를 위해 일을 만든다’이다. 부처 이기주의와 불필요한 칸막이 규제가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IMF를 없애려는 CIA에 대해 에단 헌트는 “신디케이트는 실존하고 우리에 대해 알아”라고 반박한다. 에단 헌트는 신디케이트 조직이 존재하고, 이 조직이 국가안보에 위협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IMF의 해체 결정은 번복된다. CIA 국장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거 참, 조직 없애기 어렵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