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브리핑중 '입시전문가 엄석대'…힘의 카르텔
'입시전문가 엄석대'…힘의 카르텔
"나는 그동안 내가 보고 들은 비슷한 사례들을 모조리 얘기했다… 내게는 그때부터 전보다 몇 갑절이나 더 괴롭고 고단한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구절입니다.
반에서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의 폭력과 비행을 고발한 주인공이 오히려 반 친구들로부터 철저한 따돌림과 소외를 당하기 시작한 대목입니다.
"입시전문가 엄석대"
오늘(15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왜 이런 말을 만들어냈는지는 지금부터 설명을 드리지요.
"네가 꾹 참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교내 성폭력으로 논란이 되었던 서울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교사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여학생… 그러나 상처를 함께 보듬어야 할 친구들은 오히려 친구를 구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입시 전문가였던 가해교사 한 명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수시전형을 코앞에 둔 학생들이 원망 섞인 추궁을 해왔다는 겁니다.
입시를 코앞에 둔 학생들의 철없는 상처주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제는 비단 이 학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자사고의 입시 비리를 폭로한 교사에게는 학부모의 거센 항의가 몰아쳤고 학교 비리 제보자로 색출당해 불이익을 당한 선생님들의 사례도 있습니다.
"눈 감고… 귀 닫고…"
입시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선'이 되고 입시를 해치는 모든 것은 '악'이 되는 현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는 자신의 완력도 완력이지만 그 완력으로 만들어진 힘의 카르텔 속에서 아이들을 지배합니다.
문제가 된 고등학교에서 성폭력 피해 여학생 위에 군림했던 소위 입시 전문가라는 교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그 입시 전문이라는 이름값이 완력이 되었고, 그가 완성한 힘의 카르텔은 입시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서 있는 힘없는 다른 많은 학생들을 자신의 휘하로 들어오도록 한 셈이지요.
이것이 피해 여학생을 몰아세운 다른 학생들을 비판만 할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시전문가 엄석대.
누구든 이겨야 살아남는 입시 전쟁 속에서 우리는 그에게 고의로든 아니든… 면죄부를 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