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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브리핑중 "囚人"

eros 2015. 7. 29. 21:00

囚人


"범털과 개털…네모의 크기는?"

오늘(29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뜻하는 한자 '수인'을 보면 네모난 작은 틀 안에 비좁게 들어가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돌이키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으니 좁은 네모 안에서 결핍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일 겁니다.

독방의 크기는 약 6.5㎡. 1.9평 정도입니다. 4명이 같이 쓰는 방은 약 12㎡. 삼복더위엔,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를 증오하게 만든다고 누군가는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 작은 네모의 크기를 크고 안락한 넓은 사각형으로 넓힐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마치 마법처럼 말입니다.

최근 서울구치소가 소위 집사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대한변호사회에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집사 변호사란 돈 있는 사람들에게 고용돼서 매일 구치소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말동무 등이 돼주는 변호사란 얘기지요. 변호를 안 해주어도 됩니다. 그냥 변호사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오전에 변호사와 접견을 시작해, 잠깐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접견을 시작해 저녁에 마치는. 사실상 하루 종일 좁은 네모 속 감방이 아닌 넓고 안락한 접견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위 돈 많고 빽 있는 수감자. 힘 있는 경제인이나 정치인들. '범털'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잘 좀 돌봐달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됐을 당시 한진그룹 측이 브로커를 통해 구치소에 청탁을 넣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가 됐습니다. 그 대가로는 렌터카 정비용역 사업이 주어졌다고 하지요. 물론 그녀가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에서 구금돼 살아가는 동안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이 말은 철회돼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결핍의 공간. 감옥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 오는 국화꽃의 향기. 작은 책상 하나와 책 한권이 간절한, 감옥이란 그런 곳입니다.

이런 개털들의 허한 마음을, 범털들은 이해나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