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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

eros 2015. 8. 7. 10:56

[경향신문 사설]대통령의 왜곡된 현실인식 보여준 대국민담화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담화를 했다.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 등 ‘4대 개혁’을 역설했다.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적확한 진단도, 새로운 해법도 보이지 않았다. 담화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반노동·친자본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시민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향후 2년 반은 더 척박한 삶을 견뎌야 할 것 같다.

담화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은 성장잠재력 저하의 원인으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거론했다.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 대기업과 고임금·정규직이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했다. 노동시장 구조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이 드러난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한국은 노동자의 과반수가 비정규직이고 1년 미만 단기근속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나라다. 문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아니라 고용 불안에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현실을 외면한 채 일부 대기업·고임금·정규직 노동자를 ‘기득권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청년세대의 분노가 정부로 향하지 않도록 ‘표적’을 정해준 셈이다. 통합과 화합에 앞장서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가 세대·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다.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주된 해법으로 내세운 방안은 임금피크제다. 정년 연장으로 향후 5년간 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115조원에 이르는 만큼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용자 측에 철저히 경도된 논리다. 115조원은 모든 노동자가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해 추산한 액수다. 설사 이 규모가 맞다 쳐도 30대 그룹에서 쌓아놓은 사내유보금 710조원을 감안하면 많은 액수로 보기도 어렵다.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의 일부라도 노동자의 소득으로 흘러가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걸 정부는 모르는가. 박 대통령은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기관 316곳 중 임금피크제 도입을 최종 확정한 기관은 11곳뿐이다. 대통령 발언은 나머지 305곳 기관장들에겐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라는 압박이요, 해당 기관 노동자들에겐 일방적 양보 요구다. “임금체계가 바뀌고 노동유연성이 개선되면,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에 앞장설 것”이라는 대통령의 주장 또한 최소한의 균형도 갖추지 못한 발언이다. 노동자에겐 가시적 희생을 요구하면서 왜 기업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선의’만 기대하는가.

노동시장 개편처럼 당사자 간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더욱이 한국 사회는 실업과 해고의 충격을 완화해줄 사회적 보호막이 취약한 공동체다. 어느 일방의 희생을 요구해선 논의가 한 발짝도 진전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경제 재도약을 바란다면 노동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재벌개혁 등을 통해 ‘가진 자’들도 고통을 나눠 지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앙일보 사설] 노동개혁, 대통령이 악역 피하지 않아야 성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대국민담화를 통해 침체된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경제 전반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면서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과 기득권 양보를 호소했다.

 노동개혁이 국정 핵심 목표로 잡힌 것은 필연이다. 빈사 상태인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남미식 절름발이 국가로 몰락할지,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지 여부가 노동개혁의 성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성장 시절에는 우리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열 수 있었다. 지금은 지구촌 모든 나라들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경제 규모가 줄고 있다. 우리의 핵심 시장인 중국도 휘청댄다. 산업화 이래 처음으로 제 살을 깎아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국가파산을 당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런 만큼 노동개혁의 대의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이해당사자 모두가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저항할 게 뻔하다. 이미 임금피크제와 고용 요건 완화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를 이탈한 노동계는 협상이 재개돼도 정부나 경영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며 시간만 끌려 할 우려가 높다.

 야당 역시 대안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반대로 일관할 공산이 크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부터 먼저 하자”고 제안한 것부터 그렇다. 이런 거대담론을 국회에서 다뤄봤자 답이 나오겠는가. 야당이 이렇게 물타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총선까지 시간을 끌면 개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도 미덥지 못하다.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연발하는 것부터 총선을 의식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노동개혁의 입법과 집행에 가장 중요한 일꾼인 공무원들 역시 얼마나 적극적으로 뛸지 불투명하다. 힘들고 욕먹기 좋은 노동개혁은 시늉만 하면서 적당히 넘기고, 다음 정권까지 자리나 보전하는 게 상책이라 여기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결국 노동개혁은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걸고 직접 나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 여당이 앞장서고 대통령은 뒤에서 지시만 한 결과 공무원연금 개혁이 반쪽 개혁에 그치고 만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노사의 입장을 경청하고 고통 분담을 설득해야 한다. 야당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하면서 개혁 동참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 또 열심히 뛰는 담당 공무원에겐 포상을 아끼지 말되 면종복배하는 이들은 가차 없이 벌해 개혁의 영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청와대가 여당과 혼연일체를 이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개혁 논의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어지면 대통령과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노동개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달력이 총선의 해인 내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개혁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스웨덴 등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지도자가 지지층과 반대 세력 양쪽에서 욕을 먹었음에도 악역을 피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는 2006년 집권하자마자 “스웨덴이 ‘과(過)복지’란 에이즈에 걸려 있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야당과 노동계가 펄펄 뛰었지만 흔들림 없이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일자리가 급증하자 스웨덴 노총은 “라인펠트가 옳았다”며 자진해서 임금을 낮췄다. 진보계열 사민당 출신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도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개혁을 밀어붙여 실업률을 6%포인트나 줄였다. 이에 힘입어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경제를 유럽의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 지도자도 이처럼 악역을 피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개혁에 나설 때 믿을 곳은 결국 국민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면 개혁은 저절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러려면 박 대통령 스스로 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이번까지 합쳐도 취임 이후 네 차례에 불과하다. 담화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해 한마디 사과조차 없이 넘어간 것도 아쉽다. 이렇게 국민과의 소통에 인색하면 아무리 뜻이 좋은 개혁이라도 민심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려운 법이다. 노동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스킨십을 넓히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4대 개혁” 읽고 끝난 대통령 담화, 국민이 협조하고 싶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안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국민을 향해 “간곡히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5번에 걸쳐 반복했다. 노동 공공 교육 금융 4대 개혁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절박한 상황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문이다.

어제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를 이유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했다면 대통령도 당연히 사과의 뜻을 밝혔어야 한다. 우리의 경제 사정은 세계적으로 유독 좋지 않은 편이다. 이로 인한 청년 실업과 민생고에 대해서도 먼저 송구한 마음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노동개혁의 경우 올해 4월 노사정위원회가 결렬된 이후 중단된 상태다. 4대 개혁은 지난해 12월 처음 제시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내년에는 핵심 분야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노동개혁을 ‘지시’한 적은 있었으나 달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올해 안에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말했으나 전형적인 늑장 대응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지난달까지 30대 그룹 378개 계열사 중 47%가 이미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정작 공공기관에서는 316개 가운데 11개 기관만이 도입했을 뿐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근로자들은 일을 못해도 해고 걱정 없이 철밥통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지 않고 민간 기업에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갖추라고 요구하면 영이 설 리가 없다.

공공개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성과로 내세웠으나 연금 지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 부채는 여전히 눈더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다. ‘맹탕 개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또 그는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을 개선해 공공부문 전체 수지가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자랑했으나 실제로는 경영 합리화보다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알짜 부동산과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달성한 흑자다. 박 대통령이 과연 현실을 알고 있는지,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