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엘리엇 다툼
[한국일보 사설-20150702목] 삼성, 엘리엇 다툼에서 일단 한고비 넘겼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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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법정 다툼에서 일단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이 삼성 총수일가만을 위한 것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이며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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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17일전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KCC가 소유한 삼성물산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경우 삼성은 엘리엇과 지분싸움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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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삼성은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엘리엇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1차전에서 패한 엘리엇은 판결 직후“합병안이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법원이 아직 삼성물산의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엘리엇은 각국 기업은 물론, 페루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를 상대로 미국 본토에서 소송을 벌여 ‘혁혁한‘ 전과를 거둔 악명 높은 헤지펀드다. 우호지분 확보도 시급하다.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 사실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성도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연금은‘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한 적이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도 엘리엇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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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한 이유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오너들이 미미한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한국식 경영방식은 헤지펀드가 파고 들 빈틈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양사의 합병이 미래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라는 주주 설득작업도 부실했다. 제일모직이 엊그제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주주권익 향상과 미래가치를 높이겠다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이 헤지펀드에 휘둘리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음을 무겁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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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702목] 엘리엇 가처분 기각, 경영권 방어장치 보완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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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기 위해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어제 “합병비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 관련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엘리엇은 주식시가를 토대로 한 합병비율 산정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이번 합병이)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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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원의 판단은 그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삼성물산 지분 매입과 관련해 엘리엇의 행보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엘리엇은 지분을 신고기준(5%)에 약간 못 미치는 4.95%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합병 결의 이후인 지난달 3일 2.17%를 일시에 추가 매입했다. 합병에 반대한다면서 합병 결의 후 주식을 더 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엘리엇은 기업의 소수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진을 압박, 시세차익을 얻는 일명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하다. 과거 헤르메스나 소버린처럼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기고 떠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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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시스템이 전무한 한국의 현실이다. 미국 유럽 등에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허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대주주에 대한 반감과 주주평등주의에 대한 지나친 집착 탓이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은 보호하면서 대주주 의결권에는 온갖 제약이 따르는 것도 문제다. 소버린 같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 온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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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본시장에서는 공격적, 적대적 인수합병(M&A)도 용인돼야 한다. 하지만 기업 측에 상응하는 방어수단이 있어야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지금의 경영권 방어제도는 그런 점에서 전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경영권 방어제도의 입법적 미비가 보완돼야 한다. 아울러 당국은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확보 과정에서 내부자거래 등 불법행위가 없었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