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428수] 천안함 사건, 중국의 적극 협조 유도를
천안함 사건은 이미 한반도 수준을 넘어 국제사회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그제 홍콩에서 열린 국제미디어 관련 행사에서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이 현재 추정대로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우리 정부의 대북 직접 대응 조치와 별도로 유엔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 차원의 논의도 불가피하다. 이 경우 미국과 함께 한반도 주변 질서에 중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입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처해 가는 과정에서 대미외교 못지않게 대중 외교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중국은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불행한 사건"이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짤막한 논평도 천안함 침몰 후 20일이나 지난 4월 20일에야 나왔다. 우리 정부와 유가족에 애도의 뜻을 표한 것도 공개적인 방법이 아닌 외교경로를 통해서였다. 혈맹관계인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한반도의 민감한 사안에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입장 탓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 사건에 언제까지나 방관자로 남아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해의 안전과 평화가 중국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천안함 후폭풍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자신들의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도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내의 핵심국가로서도 역내의 긴장유발 행위를 제어ㆍ응징하고 안정과 평화 유지에 기여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은 중국에도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과 일본, 러시아 정부에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전에도 중국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0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중요한 기회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어떠한 도발행위에도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28수] 졸속입법의 부작용 우려되는 ‘구의회 폐지’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어제 논란의 소지가 많은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을 의결하고 활동을 마감했다. 특별법안은 특별시·광역시의 구의회를 2014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구청장은 민선으로 하되, 구정 심의는 구청장과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구정위원회에 맡긴다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후속 행정체제 개편안을 앞으로 1년 안에 만들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방자치의 근간과 관련된 중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음에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덥석 법안부터 의결한 처사가 당혹스럽다.
국회 특위는 특별·광역시의 구의회 폐지와 관련해, 이들 자치구는 지방자치를 할 만한 고유사무가 많지 않으니 특별·광역시의 행정체제로 흡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논거를 댄다. 그러나 자치구는 웬만한 시·군보다 인구와 예산, 사업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런데도 구의회를 폐지한다면 주민 생활에 밀착한 지방자치의 기회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청장과 시의원 중심의 구정위원회 활동은 아무래도 형식적이 되기 쉽다.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신설한다고 하나, 이것은 법령 표현대로 ‘주민화합’이라는 임의적 기능 이상을 하기 어렵다.
도의 기능 개편, 시·군 통합 등 후속 행정체제 개편 작업을 대통령 소속 행정개편위원회에 사실상 백지위임한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2년 가까운 활동 과정에서 국회 특위는 여러 지방자치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도록 하거나 수렴하지 못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도 그랬는데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 공을 넘길 경우 논의의 민주성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제 의결된 특별법안에서 시·군 통합지역에 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도록 한 것도 적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 가난한 지역으로 가야 할 돈을 잘라내어 시·군 통합에 앞장선 일부 부자 지역을 지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처리된 법안은 졸속입법의 위험성이 다분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의를 제기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아무 성과 없이 특위 활동을 마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야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동조했다고 한다. 국회는 섣부른 입법 시도를 중단하고 법사위와 본회의 단계에서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428수] 오은선, 히말라야 14개 高峰을 발밑에 두다
키 1m54, '작은 거인' 오은선 대장이 27일 안나푸르나 8091m 정상에 섰다. 그간 한국인 원정대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나푸르나를 기어이 발밑에 두고야 말았다. 정상을 몇십m 앞에 두고서 한 발자국 옮겨놓고 10분 쉬고,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데 10분. 오은선은 여성 산악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의 8000m를 넘는 14좌(座) 완등(完登)을 이뤄냈다.
오은선이 안나푸르나에 오르는 길은 해발 7200m 캠프4를 출발한 지 13시간 15분 내내 사투(死鬪)의 연속이었다. 산소 부족에 따른 호흡 곤란과 고소증(高所症), 추위와 졸음에 맞서 싸웠다. 8000m 고지에선 산소가 평지의 30%밖에 안 된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남자 산악인도 19명만 성공한 대기록이다. 오은선은 1997년 가셔브롬2(8035m)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5개를 올랐을 뿐이었다. 그러나 2008년 마칼루(8463m)를 비롯한 4개, 지난해 칸첸중가(8586m) 등 4개를 정복해 순식간에 13개를 오르며 강력한 14좌 완등 후보가 됐다. 지난해까지 12좌를 등정한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은 지난 17일 안나푸르나에 올랐지만 마지막 시샤팡마(8027m)를 남겨놓고 있다.
오은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도봉산에 올랐다가 인수봉을 타는 사람들을 보고 산에 빠져들었다. 그는 대학 산악부 시절부터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을 걸었다. 2004년엔 한 해 동안 에베레스트 등 5개 대륙 최고봉을 연거푸 오르는 초(超)스피드로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다.
좌절과 난관도 잇따랐다. K2(8611m)에서 50m 절벽 아래로 추락하다 겨우 목숨을 건졌고, 14좌 경쟁을 벌이던 후배 고미영이 지난해 7월 낭가파르바트에서 추락사한 뒤에는 등반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 뚜벅뚜벅 포기하지 않는 그녀를 두고 산악인들은 '독한 오은선'이라고 했다.
오은선에게 안나푸르나는 가장 두려운 산이었다.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도 4명의 동료를 잃었고 스스로는 다리가 부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넘나들며 5차례 만에 성공했던 산이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첫 한국 여성 산악인 지현옥도 안나푸르나에서 비운(悲運)에 스러져갔다.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정복과 14좌 완등은 한국 산악인의 기개, 한국 여성의 용기와 끈기와 체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국민도 마음속으로 오은선과 마지막 한걸음 한걸음을 함께 내딛으며 행복감을 같이 누렸다.
[서울신문 사설-20100428수] 道 존속으론 행정개편 의미없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미지근하게 하려면 왜 시작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연말부터 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만든 작품이 고작 특별·광역시 자치구의 기초의원을 없애는 게 거의 전부다. 핵심인 ‘도(道) 폐지’ 문제를 비켜간 개편은 차라리 시도하지 아니함만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행정개편이 이렇게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정치인들의 정략과 기득권 욕심, 한치의 양보조차 없는 전문가들의 고집스러운 논쟁이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가 어제 이런 내용의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을 법사위에 넘겼다고 한다. 지난 연말 이후 5개월여에 걸친 노력 치고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특위는 논란의 중심이던 도를 존치시키되 그 지위 및 기능 재정립을 포함한 개편 방안을 대통령 직속 개편추진위에 맡겼다. 결국 특별법안은 핵심 사안을 건드리지 않은 채 정부에서 국회로, 다시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가는 셈이다. 행정개편은 이미 10년 전에 논의가 시작돼 17대 국회에서 그 골격을 잡는 등 큰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18대 국회에서도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마저 든다.
도는 고려시대 이후 1000년 이상 이어진 우리나라의 전통적 행정체제다. 너무 익숙해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통신 등의 발달과 경제·사회의 변화에 걸맞은 행정개편은 시대적 요구다. 당초 계획대로 행정개편을 통해 전국 230여개의 기초단체를 60~70개의 통합시로 바꾼다면 중앙정부와 통합시 사이의 도는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행정 계층을 한 단계 줄임으로써 행정의 중복기능을 피하고 지방자치의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시·정·촌(市町村)제를 시행 중인 일본은 19세기 말 이후 올해까지 120년간 3차례의 개편을 통해 7만개가 넘는 촌을 1700개의 시·정·촌으로 정비했다. 그 핵심은 기초단체의 광역화다. 우리도 100년 앞을 내다보는 행정개편을 원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 논의할 시간은 많다. 대통령 소속 개편추진위가 출범하면 ‘도 폐지’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행정개편은 특정 정치인이나 지역유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 발전을 위한 백년대계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28수] 1분기 `깜짝성장` 민간 자생력 더 높아져야
한국은행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8%로 7년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예상을 웃도는 '깜짝' 성장률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거의 10년 만에 20%대의 증가율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세가 확실해지고 있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같은 성장률은 정부의 당초 전망치는 물론 한은이 최근 내놓은 수정전망치를 웃도는 것이다.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내수도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생산이 2000년 3분기(20.6%) 이후 최대폭으로 늘어난데다 설비투자 증가율 또한 28%에 달해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올 목표성장률 5%도 무난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한은 또한 "1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가 장기성장 경로에 거의 근접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상장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불릴 만큼 호전(好轉)된 실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점도 그런 기대를 부풀리게 한다.
그럼에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부분 또한 적지 않다. 1분기 깜짝 성장은 지난해 동기 성장률이 지나치게 낮았던 점(-4.2%)에 크게 힘입은 것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부도 이미 상고하저(上高下低)란 전망을 내놓았듯 하반기에는 재정지출 축소 등이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대내외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유가를 비롯해 철강 구리 아연 등 각종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로선 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 민간부문의 뚜렷한 회복세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원화가치마저 상승(환율 하락)하는 추세여서 불안감이 더욱 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아직 본격 회복세에 들어서지 못했고,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금융 당국은 경기회복 무드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고도 유연한 정책기조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28수] 정상궤도에 들어선 우리 경제
올 들어 우리 경제가 예상 밖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ㆍ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7.8%, 전기 대비로는 1.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분기성장률이 7%를 웃돈 것은 7년 만이다.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활기를 보인데다 소비와 투자ㆍ생산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호전된 데 따른 결과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으로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해 성장률 5% 수준의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1ㆍ4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ㆍ4분기의 제로성장(0.2%)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어닝 서프라이즈'라 할 만하다. 우리 경제가 정상 모드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여전히 크지만 민간활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등 활황업종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활기를 띠며 내수가 살아나고 있고 지난해 4ㆍ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수출도 올 들어서는 3.4% 중가세로 돌아서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에 들어섬에 따라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에 대한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14개월째 연 2%로 동결된 데 따른 초저금리 현상으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855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등 제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은 어렵지만 장기간의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지급준비율 인상을 비롯해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의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회복세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의욕을 북돋우는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 경제가 살아나는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의 적기다. 특히 부실 건설ㆍ조선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연쇄부도 공포를 없애줘야 한다.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기업의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