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420화] 달라진 것 없는 서른 번째 장애인의 날
20일은 서른 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편견, 부끄러움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와 개인의 편견 때문에 상처를 입고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임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올해에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장애인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1년에 한 번쯤 고통 받는 장애인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그러나 형식적 이벤트성 행사는 장애인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장애인 고통 체험과 같은 일과성 행사 참여를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으로 여기거나, 그를 통해 평소의 무관심이나 냉대를 면책 받으려는 분위기가 엄존하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늘 강조되는 말이지만 장애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4.9% 수준인 240만 명이나 되며, 이중 90%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우리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인식과 관점에서 장애인 문제를 다뤄야 진정성과 성의가 결여된 선심성 정책이나 겉치레성 행사로 장애인을 위무하려 드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장애를 이유로 교육이나 경제활동 등 다방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은 연평균 11%씩 증가하는 데 비해 장애인 관련 예산과 고용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예산 비율(0.1%)도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 이동권 보장등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맞는 정책을 계속해서 개발ㆍ시행해야 한다. 장애인들을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해 줘야 할 국민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장애인 정책은 계속 겉돌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20화] 입은 묶고 돈은 풀려는가
현행 통합선거법의 기본 취지를 흔히 ‘돈은 묶고 입은 푼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불법 금권 선거는 철저히 막되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최대한 보장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는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운동이나 무상급식 서명운동 등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경찰은 준법 1인시위마저도 불법 시위로 규정해 막는 등 집회와 시위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는 사이 공천헌금 등을 둘러싼 돈선거의 악취는 곳곳에서 진동한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어느 면에서는 선거판이 조금 왁자지껄한 것이 좋다. 특히 50%를 밑도는 낮은 투표율로 줄곧 대표성 문제를 야기해온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분위기를 북돋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트위터를 활용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만 해도 그렇다. 트위터 선거운동을 방치하다 보면 자칫 여러가지 폐단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트위터가 참여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며, 규제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트위터의 부작용을 막을 궁리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올바른 트위터 선거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각종 집회에 대한 선관위와 경찰의 과잉대응은 관권선거 논란의 소지마저 있다.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의 주제는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중요한 정책적 이슈들이다. 이번 선거를 바람직한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당국이 토론과 공방의 장을 마련해도 시원치 않다. 그런데도 무조건 틀어막고, 해산하고, 연행하기 바쁘다. 이는 이런 논쟁이 결국 여당한테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집회가 활성화되고, 편한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커피 파티’ 등의 새로운 유권자 운동이 등장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변형된 운동 방식은 인터넷 활성화, 유권자들의 관심과 욕구 변화 등이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당국의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와도 무관치 않다. 선관위와 경찰의 제재가 워낙 심하다 보니 이를 피해서 우회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과연 당국은 언제까지 유권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을 것인가.
[동아일보 사설-20100420화]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로 학부모 평가 시작됐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초중고교 교사 6만408명을 포함해 5개 단체 회원 21만7235명의 명단과 학교를 공개했다. 조 의원이 명단을 올리자마자 접속이 폭주해 사이트가 다운되거나 검색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소동이 벌어졌다. 조 의원 측은 “10만 명 동시 접속도 문제없을 만큼 서버를 확보했는데도 인터넷이 다운돼 문의가 빗발쳤다”고 했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정보 욕구가 폭발했다는 의미다.
전교조는 명단 공개가 소속 교사들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한다며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남부지법은 15일 “실명(實名) 자료를 인터넷이나 언론에 공개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6일 “전교조는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고 근로조건 개선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명단 공개로 특정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개를 허용했다. 법원 판결이 이처럼 엇갈리는 가운데 조 의원은 인터넷에 명단 공개를 하고 국회에서 신상 발언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조 의원은 어제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차례 법률전문가와 상의한 끝에 공개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교육개혁의 요체는 교사개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교육재정을 늘리더라도 교사의 수업능력과 자질, 열성이 떨어지면 학력 신장은 불가능하다. 교사가 어떤 성향의 교원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지는 납세자이자 교육수요자의 알 권리에 속한다. 일선 학교에는 “전교조 소속인 담임교사를 바꿔 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쏟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교조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도 이것일지 모른다.
전교조는 어제 법률 검토를 거쳐 조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립학교 교원은 물론이고 사립학교 교원도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준공무원이고 공인이다. 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부를 밝히는 것이 사생활이나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교육이념과 활동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면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것이 옳다. 설령 명단 공개를 통해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교사들이 스스로 가입을 선택한 것이니만큼 감수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때다.
[조선일보 사설=20100420화] 군사적 대응도 열어놓아야 외교에 힘이 실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연설에서 군(軍) 통수권자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반드시 찾아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집단이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은 낮에는 외교안보자문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은 침몰의 원인 규명이 진전되면서 논의의 중심이 점차 공격자에 대한 엄중하고 단호한 대처 방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장수 전(前) 국방장관은 최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확인되면 (대북)봉쇄, 무력시위, 직접적 타격 등 군사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 원인(遠因)으로 "지금까진 북한이 수많은 사건을 저질러도 우리가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도) 한국이 국제적 제재나 좀 하고 떠들다 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선 지금 북한이 제2, 제3의 천안함 같은 도발을 두번 다시 생각할 수 없게 만들려면 그들에게 천안함과 같은 규모의 희생을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쟁을 막는 최선의 길은 때론 전쟁도 각오하는 결연한 의지"라는 논리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기뢰 공격 때문이라면 그것은 국제법상 '전쟁 행위'이고, 대한민국은 유엔 헌장 51조의 '유엔 회원국은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개별적·집단적 자위권(自衛權)을 갖는다'는 규정에 따라 군사적 조치를 발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 과거엔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외국으로부터의 침해가 현실적으로 급박해야 한다고 해석해 왔지만 최근 추세는 점차 자위권 행사에 '긴급성'이란 시간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1968년 북한 무장게릴라가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 수백m 앞까지 쳐들어 와 우리 국민 7명을 사살했을 때도, 1983년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 공작원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대한민국의 부총리·장관 등 17명을 숨지게 만들었을 때도,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공중 폭파해 115명을 몰살시켰을 때도 대한민국의 대응은 유엔을 통한 북한 규탄 및 외교·경제 제재의 선을 넘지 않았다.
1996년 9월 북한 공작원 26명이 북한 잠수함을 타고 강릉 앞바다를 통해 우리 해안에 침투하자 이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군인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넉 달 뒤 미국·북한 간 마라톤협상을 통해 북한에게서 이 사건에 대한 '깊은 유감'이란 단어를 끌어내면서 미국은 50만t의 쌀 지원을 약속해야 했다. 이런 전례(前例)들이 쌓여 북한은 '남측의 군사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군사적 도발을 서슴없이 저질러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북 200만 대군이 언제든 전면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북의 장사정포와 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겨누고 있다. 북한은 이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서게 되면 대규모 인명 피해와 세계 10위권에 오른 경제 번영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걸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북이 부딪치면 우리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곧 김일성 세습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18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유엔 안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작년 6월 2차 핵실험 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도 버릇을 고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런 북한을 상대하려면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힐 게 아니라 '군사적 선택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열어놓고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외교적 해법도 힘을 받게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00420화] 장애인 예산 OECD꼴찌 부끄럽지 않나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예산비율이 0.1%(2005년 기준)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평균인 1.2%에도 한참 못 미칠뿐더러 멕시코를 제외하면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연금 수급률 역시 1.5%(OECD 평균 5.8%)로 바닥이었다. 서른번째 장애인의 날에 마주한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부끄러운 현주소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고, 각 분야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의 벽이 아직도 높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2009년 말 현재 등록장애인은 242만명으로 2000년 이래 매년 11%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장애인 예산비율은 1990년 0.1%에서 15년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예산에선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폭 깎였고, 지난 3월 말 통과된 장애인연금법은 장애인 단체로부터 ‘무늬만 장애연금’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음에도 정부의 고용률은 1.76%, 민간부문은 1.72%로 의무고용률 2%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 등의 부족으로 이동권이 제한되고, 참정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등도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여전히 뛰어넘지 못하는 장애물이다.
한나라당이 어제 장애인 임대주택 분양을 의무화하는 장애인 주거지원법 제정 등 장애인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배려와 품격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장애인 우선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얘기지만 기대보다는 6·2지방선거용 공약(空約)이 아닌지 의심이 먼저 드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을 유권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인식할 때만이 생색내기용 탁상행정이 아니라 진정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20화] 가계부채 증가세 방치할 일 아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償還)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가계부채가 국제 수준에 비해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734조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6.6% 늘었고 2007년 말에 비하면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52%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미국(138%,2007년)을 크게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도 8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70%,2007년)를 상회한다.
가계부채 증가를 이끄는 주요인은 주택담보대출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들어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연 3%대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해 있는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도 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연 대출자들이 빚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실제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오름세를 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가 지금의 침체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아직도 태연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을 통해 대출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안이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라면 하반기 이후 가계발 금융불안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20화] 부실 건설사發 금융불안 차단해야
주택시장 침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도위기에 몰리는 주택건설 업체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부실 건설사발 금융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수도권에서조차 자금난에 몰린 주택업체들이 분양가의 절반가격에 아파트를 처분하는 이른바 떨이판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주택경기가 추락하면서 무리하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온 일부 저축은행이 자금난을 겪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저축은행에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들의 우발채무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 보증잔액은 45조원가량으로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만도 24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지방 미분양 사태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 도미노가 불가피하고 그 결과 저축은행들도 동반부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동반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업체의 악성 미분양 등에 대한 응급조치를 통해 건설사들의 부도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준공후미분양 해소가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주택은 전달보다 다소 감소했으나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미분양은 도리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후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미분양펀드' 등을 조성해 자금난을 덜어는 주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특수목적법인 등을 설립해 건설사들이 미분양주택을 전세주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경우 건설사들의 경영난 완화는 물론 최근 치솟는 전셋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을 사려는 실수요자에게는 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건설사들의 자구노력도 당연히 강화돼야 한다. 부도위험에 처한 건설사들은 일차적으로 우량자산 매각과 분양가 인하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건설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에 기대 자구노력을 게을리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데는 수요전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덮어놓고 주택을 지은 건설사의 책임이 크다. 정부로서는 부도 도미노가 우려되는 건설업체의 부실이 저축은행의 동반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