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MBC PD수첩 판결 특집
[한국일보 사설-20100121목] PD수첩 무죄를 이념으로 보지 말자
법원이 어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PD수첩 보도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의심할 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와 과학적 연구결과 및 전문가 의견 등을 근거로 이뤄졌으며,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쇠고기 협상 결과 및 문제점을 비판한 행위는 언론ㆍ보도의 자유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PD수첩의 왜곡ㆍ과장 보도를 조목조목 지적했던 터여서 국민들로서는 법원 판결이 의외일 수 있다. 수사진을 교체하는 진통을 거쳐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검찰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일 것이다.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나 아레사 빈슨 사인 관련 보도 등 핵심 쟁점에서 기소 내용이 모두 배척됐으니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러나 판결은 내용은 물론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사실관계나 법리가 아닌 개인적 이념이나 판단에 기대어 법관을 모독하거나 판결 자체를 폄훼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판결 내용을 과장 해석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1심 재판이 끝이 아닌 만큼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철저한 보완과 준비를 거쳐 2, 3심에서 다투면 된다. 그것이 3심제의 근본 취지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을 다시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을 증폭하는 기제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를 언론의 사회적 책무이자 권리로 인정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촛불 시위 정국을 거치며 보수ㆍ진보의 대척점이 된 PD수첩이 대상이라는 사실만 다를 뿐, 일반 언론보도 소송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 무죄 선고,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파장의 연장선상에 이 판결을 올려놓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흔들려는 행위는 배격해야 마땅하다.
오히려 사법부 내ㆍ외부 상황에 관계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법관의 독립'이 여전히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 자유 못지 않게 책임을 중시하는 자세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121목] ‘정치검찰’의 억지 기소 일축한 피디수첩 판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어제 피디수첩의 보도는 허위라고 볼 수 없으며, 그런 보도 때문에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가 방해됐다거나 정부 협상책임자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검찰 주장은 일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연한 판결이다. 애초 피디수첩 사건은 기소는 물론 수사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 판결은 헌법과 법을 무시한 검찰의 억지를 바로잡은 것이다.
법원은 피디수첩이 허위 보도를 했다는 검찰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당시 미국에서 광우병을 걱정해 취해진 조처나 전문가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피디수첩 보도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거나, 설령 일부 세부 사실을 과장했더라도 허위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번역상의 몇몇 오류나 사실관계의 일부 착각 등을 꼬집어 피디수첩이 전체적으로 왜곡보도를 한 양 몰아붙였던 검찰 공소사실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내세운 주요 증인도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하는 등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진작 예상됐던 일이다. 검찰은 2008년 4월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 뒤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피디수첩 압박에 나섰지만, 주임 검사가 ‘죄 안 된다’며 사임하는 등 내부에서도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문화방송 압수수색 등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끝에 결국 기소는 했으나, 범죄 혐의 입증과는 무관한 ‘흠집내기’나 언론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본보기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촛불집회의 민심까지 피디수첩의 ‘왜곡보도’ 탓으로 돌리려 했던 정부와 보수성향 신문들의 계산도 억지 기소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그런 시도는 이번 판결로 허물어졌다.
이번 판결은 언론 자유의 본질을 거듭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적잖다. 법원은 피디수첩의 쇠고기협상 비판이 언론 자유의 중요한 내용인 보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정부 당국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이미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정도로 허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비판 보도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이며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책 비판을 공직자 개인의 명예훼손으로 억지로 끼워맞춰 비판 보도를 막으려 했던 검찰의 초라한 논리는 이제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헌법을 무시한 불법이라는 점도 이번 판결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번 판결을 두고 또다시 법원을 비난하며 반발할 게 아니라 스스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사건들에 대해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법 논리조차 무시한 검찰의 억지 기소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죄가 되기 힘든데도 기소를 강행하는 데는 정치적으로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과 법원의 최근 갈등도 따지자면 정치검찰의 이런 부끄러운 행태에서 비롯했다.
[동아일보 사설-20100121목] “PD수첩 허위 없다”는 문성관 판사 어이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허위 왜곡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선고는 국민의 건전한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는 어제 “보도에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돼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문 판사가 허위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은 MBC PD수첩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1심과 2심에서 이미 허위보도로 인정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민사 1, 2심은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는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94%에 이른다’는 보도가 허위이므로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보다 허위보도 범위를 더 넓혔다.
형사소송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정하기 위해 범행의 동기를 더 따지기는 하지만 사실 판단을 놓고 민사와 형사재판이 다를 수는 없다. 2008년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의 허위 왜곡은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공신력 있는 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보도의 중요한 부분이 허위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는 1, 2심 법원의 결론을 하급심 단독판사가 무시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문 판사는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내몰았던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등 상당한 근거를 갖고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PD수첩이 동물보호단체가 동물학대 고발 목적으로 촬영한 다우너 소의 영상을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광우병에 관해 권위 있는 기관이나 학자들의 견해를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MBC의 허위보도로 농식품부의 신뢰와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처벌여부를 결정하자면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를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허위보도가 아니라거나 ‘농식품부의 명예나 신뢰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문 판사의 결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근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판결이 쏟아져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제 “판결에 적용되는 논리는 확립된 법리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사법부 판결을 공개 비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일부 판결에 대한 비판이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은 누구도 법원이 간섭받는다고 여기지 않을 만큼 사법부는 독립돼 있다. 일부 법관이 아집에 사로잡혀 상식과 사리를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것은 독재권력 이상으로 위험하다. 사법부가 건강성을 잃으면 법의 지배는 의미를 상실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121목] 문(文) 판사, 여중생들 죽기 싫다 울먹일 때 어디 있었나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미국산(産)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이 "중요 부분에선 (사실과) 객관적으로 합치되므로 일부 세세한 점에서 다소 과장이 있다 해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8년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보도의 핵심은 ①미국에서 도축되는 주저앉는(downer) 소들이 광우병 소로 의심된다 ②죽은 아레사 빈슨은 인간광우병 가능성이 있다 ③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2003년 이후 다우너 소 등 고(高)위험 소 97만 마리를 검사한 결과 사료 규제가 시행된 1997년 이후 태어난 소에선 광우병 소가 나온 일이 없다. 게다가 다우너 증세의 원인은 50가지가 넘어 '주저앉는 소=광우병'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PD수첩은 주저앉는 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장면에서 동물보호단체 사람이 "많은 사람이 젖소를 도축하는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한 말을 "심지어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 못할 것"으로 바꿔 자막을 내보냈다. 진행자는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는 모습도 충격적"이라고 단정짓기까지 했다.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이란 원문은 '왜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로 뒤바꿨다. '동물학대 혐의'를 '광우병 의심 소 도살'로 날조한 것이다. 문 판사는 이걸 두고 '일부 세세한 점의 과장'이라고 했다.
PD수첩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의사들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의심한다"는 것을 "의사들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다고 한다"로 바꿔 내보냈다. 버지니아주 보건당국의 보도자료에 '포츠머스 여성 질병조사'라고 쓰인 제목은 'vCJD(인간광우병) 사망자 조사'로 둔갑시켜 자막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문 판사는 이것도 '일부 세세한 과장'으로 넘겨버렸다. 문 판사는 PD수첩 스스로도 2008년 7월 "그건 부정확했다"고 인정했던 '한국인 94% 발병 확률' 부분도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이라면서 문제 삼지 않았다. 반면 서울고법 민사13부는 작년 6월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 2심 판결에서 1심에 이어 ①~③ 모두를 '허위(虛僞) 보도'로 판정했다.
PD수첩이 과장하고 날조했던 이런 TV 화면, 이런 자막, 이런 음성이 젊은 어머니들이 유모차를 앞세워 거리로 나오도록 불러냈고, 철모르는 여중생들이 울먹이며 거리의 시위대에 합세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문 판사는 같은 화면, 같은 자막, 같은 음성을 듣고서도 이것이 '세세한 점에선 다소 과장이 있지만 중요 부분은 사실과 합치된다'는 것이다. 문 판사는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어머니와 죽기 싫다는 어린 여학생들이 거리를 메우고 정체불명의 선동자들이 '청와대로 가자'를 외쳐대던 2008년 5~8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서울신문 사설-20100121목] PD수첩 보도 정정하라는 법원, 무죄라는 법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어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방송내용을 검찰 주장과 달리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며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다.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과 쇠고기 수입업자 영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즉시 항소하겠다는 검찰 반응이 아니더라도 민사1·2심에서 방송 일부 정정·반론보도 결정이 났던 만큼 법원 판결 차이로 인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PD수첩의 방송은 1년8개월간 논란을 확대시키며 나라를 뒤끓게 한 사안이다.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뒤 주저앉은 소의 영상을 담아 미국 여성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사망했을 가능성을 지적한 게 발단이다. 촛불시위가 번지던 민감한 시기의 방송에 전문가, 국민이 갈라진 채 이른바 ‘광우병 파동’을 확산시켜 간 단초였다. 그런 만큼 이번 선고에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방송 이후 인터넷을 달군 논란엔 정운천 전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을 향한 욕설, 비방이 난무했고 음식점에 발길이 끊기는 소동이 빚어진 게 사실이다. 허위보도가 아니라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소의 후유증은 눈에 띌 만한 것이었다.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 없음’을 인정한 언론중재위나 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은 방송내용 중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잘못됐을 개연성을 지적한 것으로 봐야 한다.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행동규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법관의 판단은 사회의 상식과 어느 정도 병행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절차·형식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배치되는 민·형사 소송의 판결에 의구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법원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결정과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결정이 낳은 법·검 갈등에 이념편향의 의혹이 뻗침도 괜한 게 아니다. 온 나라를 뒤집을 관심사라면 경륜과 전문적 지식이 있는 법관이나, 단독이 아닌 합의부의 심층적 판단이 긴요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소통을 자꾸 비켜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의 자율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중앙일보 사설-20100121목] 무엇이 사법부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가
이용훈 대법원장이 어제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한마디였지만, 파장이 크다. 당장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이 정면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여당은 이번 주부터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특위구성에 나서는 등 신발끈을 매는 형국이다. 사법부가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 시점에, 국가의 양대 축이 대결로 치닫는 듯한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배치되는 잇단 판결이다. 나아가 판결에서 엿보이는 정치성과 이념적 편향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이고, 이는 공정성과 공평성이 생명이다. 따라서 양형의 불균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 또 판결에 정치성이나 편향성이 개입되지 않도록 어떻게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것이냐가 해법의 첫 수순이다. 단독 판사의 ‘독단적인’ 판결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이며, 법원 내 ‘사조직’은 어떻게 할 것이냐도 과제다.
어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만 봐도 그렇다. 온 국민을 두 달여 동안 ‘광우병 공포’로 몰아 넣은 보도가 ‘과장은 됐지만 허위는 아니다’라고 한다. 국민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당황스럽다. 당시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당장이라도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나. 두 달여에 걸친 촛불시위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엄청났다.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책임도 막중한 것이다. 일련의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시청자 사과’를 명령했고, 더욱이 지난해 서울고법은 MBC에 대해 ‘허위보도를 정정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오니 국민들은 어지러운 것이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무죄 판결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6년 전 이번 사안과 비슷한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 ‘명백한 정치활동’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교사들의 정치성을 띤 집단행동에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판결에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사법부에 국민적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제도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다. 비판 역시 사법부의 권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다. 혹여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가 법관들만의 것으로 생각하면 잘못이다. 사법권 독립은 국민의 주권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상식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판결에 대한 비판은 주권자로서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자칫 사법부의 조직보호 논리나 사법권력의 성역화로 비칠 수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듯이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것처럼 사법부도 ‘공평무사한 판결’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제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사법부의 권위는 판결로 세워진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며, 법관뿐만 아니라 국민이 지키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불신이다. 따라서 사법부 독립의 굳건한 토대는 바로 국민적 신뢰 회복이다.
[경향신문 사설-20100121목] PD수첩 무죄, ‘촛불 보복’에 내린 심판이다
법원이 어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제작진 5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보도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토대로 기소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그동안 제작진을 혹세무민한 언론인으로 매도하고, 촛불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을 괴담에 놀아난 우중(愚衆)으로 모욕한 정부와 검찰, 보수언론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하나부터 열까지 상식과 법리에 어긋난 것이었다. 보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환기시키고 정부의 졸속·굴욕 협상을 비판하며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수사에 나서 세계 언론·인권단체의 웃음거리를 자초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그를 못하게 막고 처벌하겠다면 어느 누구도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없도록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검찰 수사는 어떠했는가. 검찰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e메일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결혼을 며칠 앞둔 여성 PD를 체포하는 등 반인권·반인륜적 수사를 벌였다. 게다가 처음 이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이 무혐의를 주장했는데도 수사팀을 통째로 바꾸면서까지 밀어붙여 몇달 만에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았다.
이 모든 수사는 촛불시위 직후 열린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MBC 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으면서 시작됐다. 촛불이 타오를 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던 정부는 촛불이 수그러들자 이 잘못된 사실을 보도해 촛불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목했다. 한승수 당시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전 세계에 MBC같이 사실을 왜곡한 TV가 흔치 않다”고 했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도 모자라 한나라당 초선의원 40여명은 국회 기자회견장에 병풍처럼 늘어서 엄기영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그동안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도리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기소는 이명박 정부와 검찰, 그리고 보수언론이 합작한 촛불 죽이기이며, 촛불 원인을 방송 탓으로 돌려 쇠고기 국면을 공안정국으로 돌리려는 공작이었던 것이다.
이제 이들은 또 무엇이라 항변할 것인가. 검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권 출범 후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기소 등 권력의 의중이 반영된 기획 수사는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때마다 검찰은 반발했지만 정작 지금 검찰에 필요한 것은 뼈아픈 반성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판결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 판사 개개인의 인성을 공개 검증할 것”이라고 협박성 논평을 내놨다. 이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은, 마지막 남은 사법부마저 가만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어느 정권이 법관들을 사상검증하겠다는 헌법 유린 행위를 이처럼 스스럼 없이 천명한 적이 있던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국민이 인내하고 지켜보고만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지나간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121목] 법리와 상식 벗어난 판결의 위험성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국회폭력 무죄 판결과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선고 등으로 촉발(觸發)된 법원의 '이념편향적 판결'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까지 무죄가 선고되면서 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왜곡 · 과장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광우병 발병 우려를 두고 미국 내에서 취해진 조치나 광우병에 대한 학계 및 전문가의 의견 등을 종합해볼 때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을 과장한 측면은 있을지언정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이에 대해 검찰은 "민사 1,2심에서 이미 피고인과 증인이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시인했는데도 이번 판결은 그 것과 다른 판단"이라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법정에서 인정됐는데도 법원이 뒤늦게 이를 뒤집었을 뿐 아니라 특히 광우병 보도가 우리 사회에 몰고온 충격을 생각하면 이번 판결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법원과 판사들이 국민 상식이나 법 감정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크게 벗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판사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개인의 정치 성향과 이념을 법률에 대입해 해석하는 판결을 되풀이하면 사회 갈등을 부추기게 되고,국민은 그런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 신뢰가 무너지면 사법부 독립 역시 속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사법권의 독립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법관 개개인이나 특정집단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스스로 해법 찾기에 실패할 경우 정치권 등으로부터 사법부 개혁의 회오리가 몰아닥칠 것은 물론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121목] 사법부 불신 자초한 PD수첩 무죄판결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40)가 광우병 위험성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 대해 어제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앉은뱅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로 잘못 보도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혐의, 둘째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고의로 잘못 번역한 혐의, 셋째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이런 공소 내용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가운데 치열하게 법리를 다투는 사안은 앞의 두 가지다. 재판부는 영상에 나온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미국인 아레사 빈슨도 광우병과 흡사하다는 진단을 받고 조사가 진행되던 중이었음을 들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의 논리를 전개했다.
한ㆍ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발해 2008년 새 정부 출범 직후 100여 일 동안 지속된 촛불집회로 빚어진, 국정이 마비될 정도의 극심한 혼란을 잊어버린 국민은 없을 것이다. MBC PD수첩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국민이 광우병 위험을 과장되게 느끼게 하고 불안감을 키워 촛불집회를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도록 결정적으로 부추겼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재판은 한국의 사법 사상 방송의 보도의 자유재량과 자유 그리고 범위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는 엄중하다. 그만큼 재판부는 최선의 거증을 들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장조사, 전문가의 증언을 국내외적으로 듣고 궁극적인 진실로 다가가는 최선의 노력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국기를 흔들 정도의 큰 파장을 일으킨 사안이라면 재판부가 아레사 빈슨의 당시 상황을 밝혀줄 현지 병원의 담당 의사를 증인으로 부르는 등 최종 판단에 앞서 마땅히 요구되는 노력을 다했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식의 이중부정 어법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성실의 의무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
헌법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양심이라는 말은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가 아닌 보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조인의 직업적인 객관적 양심을 의미하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기본이 의심을 받다보니 사법부 개혁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즉각 항소할 뜻을 밝힌 만큼 2심 이후 재판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실 규명과 법리 적용에 한층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