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3월 24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24. 12:55

2006년 3월 24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공직 풍토 바꿀 '업자와의 골프 금지'

 

국가청렴위원회가 공무원이 직무관련자와 어울려 골프를 치는 것을 금지하는 윤리지침을 내놓았다.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문을 계기로 마련한 지침은 접대성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직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일반인 및 다른 공무원과의 골프 모임을 금지한 점에서 획기적이다. 지나친 제약이라거나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공직 청렴도가 높은 선진국들이 훨씬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는 점에 비춰 오히려 뒤늦었다. 철저한 단속과 처벌로 공직 풍토를 개혁하는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청렴위가 행정기관과 유관단체에 권고한 지침은 인허가 수사 감사 및 각종 계약 등으로 직무와 관련된 개인ㆍ단체와 골프 및 사행성 오락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직무상 명령을 받는 하급자와 이런 모임을 갖거나, 인사 예산 감사 등을 맡은 공무원이 동료 공무원과 어울리는 것도 금지된다. 온갖 특혜를 노리는 업자 등과 유착할 여지를 줄이고, 공직 내부의 청탁과 정실도 없애겠다는 의지다.

이런 지침은 과거 높은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내렸다가 흐지부지한 골프 금지령과 달리, 공무원의 청렴의무 이행을 위한 구체적 행동기준을 설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공무원이 민간인과 차 한잔, 식사 한 끼를 함께 하는 것도 엄격하게 규제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공직부패 척결을 외치면서도 특수한 정서를 핑계 삼아 형식적 윤리강령을 선언하는 데 그쳤다. 이해찬 전 총리 골프 파문에서 로비 여부를 논란한 것도 업자들과 어울린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간과한 탓이 컸다.

청렴위는 접대소지가 가장 많은 골프와 도박을 우선 금지했으나,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와 사적 만남조차 가져서는 안 된다는 윤리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판사가 직무관련 변호사나 기업인과 골프 치는 것을 금지한 행동강령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그만큼 사회가 공직자에게 높은 윤리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직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한은 총재 내정자의 과제와 반면교사
 
4년 동안 통화정책을 이끌 한국은행 총재로 이성태 부총재가 내정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따라다닐테지만, 전문성이나 한은 내 평판으로 볼 때 총재 자리에 오를 만한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는 데는 별반 토를 달 생각이 없다. 그의 어깨에 놓인 짐은 무겁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정책으로 잔뜩 풀린 부동자금을 수습해 통화정책 기능을 되살리는 건 당면한 과제다.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 신뢰도 높여야 한다.

전임 박승 총재를 반면교사로 삼길 권한다. 잘한 일도 있지만, 그가 보인 부정적인 면은 이 내정자가 갈 길을 제시한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때 콜금리를 연이어 내려 자산 거품을 키운 실책은 뼈아픈 교훈이다. 중앙은행 총재치곤 말이 많았던 게, 가끔 신중치 못한 발언과 일관성 없는 경기 진단으로 이어져 불신을 키우기도 했다. 〈한겨레〉가 이달 초 경제전문가 20명에게 ‘차기 총재의 덕목’을 물어본 바, ‘경기진단·예측 등 통찰력 ’과 ‘시장 선도 기능’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맥이 통하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물가 목표에 안주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물가 안정은 세계적 현상이지 치적이 아니다. 특히 자산가격 흐름에 소극적이던 대응 태도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자산가격 급등은 물가 불안 이상으로 사회 전반의 비용을 높인다. 거품 붕괴는 금융과 거시경제 안정을 무너뜨린다. 이를 예방하는 건 중앙은행의 임무다. 자산가격 거품이 커진 데는 방만한 통화정책 탓이 컸다는 점에서도 비켜갈 일이 아니다.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으로 일원화한 게 발목을 잡는다면, 물가 목표치를 낮추거나 한은법을 고쳐서라도 할일은 하겠다는 자세가 이 내정자에게 요구된다.

 


[동아일보] 盧대통령의 허전한 인터넷 대화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솔직히 실망스럽다. 제대로 된 현실 인식, 새로운 국정 어젠다와 비전, 하다못해 솔직함도 자성(自省)도 찾아보기 힘든 변명과 말장난 수준의 ‘채팅’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경제에 대해 이번에도 신용불량자 감소와 주가 상승을 근거 삼아 “경제가 언제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위기는 없을 테니 이제 돈 좀 쓰라”고 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과 일자리 부족, 제조업 해외 이전 등 민생을 불안하게 하는 문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감성에 호소하는 바로 그 말솜씨로 난제(難題)를 피해 간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낙관하고 있는 것인가.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정부의 호언(豪言)을 비웃듯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8·31대책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으름장만 놓았다.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대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동산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대통령만 모르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다주택 투기꾼들과 정부 간의 싸움으로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을 올려도 소득 상위 20%가 내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행태다.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전제로 한 '소득에 걸맞은 적정한 세금 부담'이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듯했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우리 사회를 '20 대 80'으로 몰아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도 자기 합리화에 바빴다. '작은 정부를 만들고 거기서 남는 재원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라'는 주문에 “이게 무슨 큰 정부냐, (다른 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정부 갖고…”라고 되받아치니 놀라울 뿐이다. 공무원 숫자 타령에 앞서 예산 낭비, 중복 행정, 공기업 방만 운영 등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대통령은 언론과 반대세력 탓도 빼놓지 않았다. 8·31 대책이 효과를 못 보는 데 대해서도 “언론이 어떻게든 무력화(無力化)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남 탓을 하기 전에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이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었는지, 잃었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조선일보] 철도공사의 요지경 같은 안 사정

 

감사원은 한국철도공사(옛 철도청)의 子자회사 17곳을 작년 말부터 감사한 결과 이 가운데 전자화폐 회사인 '브이캐시' 등 10곳의 不實부실이 심각하다며 당장 정리·매각하라고 지시했다. 브이캐시 같은 회사는 2004년 한 해에만 44억원의 적자를 내 이미 자본금 16억원을 다 까먹은 상태다.

17개 자회사 가운데 12개는 철도청이 公社化공사화하기 바로 前전해인 2004년에 무더기로 세워졌다. 감사원은 “公社공사가 되면 出資출자회사 만드는 절차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서둘러 회사를 늘린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자회사 임원 자리 45개 중 36개가 퇴직한 철도청 공무원들에게 돌아갔다. 자기들 가서 앉을 자리를 만들려고 억지로 세운 회사이니 사업 전망도 엄청난 수익이 날 것처럼 뻥튀기를 했다. 열차관광상품을 파는 자회사는 同種동종 민간기업 연평균 매출이 1억7000만원인데 예상매출을 68배인 117억원으로 잡았다.

그런 회사들이 경영이라고 정상일 리 없다. 한 자회사는 2002년부터 2년간 임원 보수를 두 배로 늘렸다. 법률 컨설팅을 한다는 다른 자회사는 근속 1년에 한 달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주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3배로 올렸다. 민자역사 관리를 맡긴다고 세운 자회사는 철도공사로부터 5억9000만원짜리 수의계약을 따냈다. 그 전에 공개입찰 때는 4억3000만원에 맡기던 일이다.

철도공사는 얼마 전 “국민 세금으로 10조원 빚을 해결해달라”며 노조가 罷業파업을 벌였던 회사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철도공사라는 공기업이 얼마나 부도덕한 조직이고 왜 그렇게 만성 赤字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알 만하다. 자회사 경영을 그렇게 엉터리로 하면서 국민에게 10조 빚을 대신 갚아달라고 했단 말인가. 이러니 주인 없는 공기업의 폐해를 막는 길은 民營化민영화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중앙일보] 수준이하의 정치싸움 부끄럽지 않은가
  
정치권이 또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고 있다. 그 주역이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란 점에서 국민을 참담하게 한다.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이 양당밖에 없고, 의석의 90%를 차지한다. 이 넌더리나는 싸움에 사실상 정치권 전체가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2월 말부터 시작된 물고 물리는 공방전은 벌써 한 달이 다 됐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경제와 문화와 스포츠 분야는 훌쩍 성장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데, 정치는 오히려 과거로 뒷걸음질해서야 되겠는가.

최근 양당의 지도부나 대변인단에서 내놓은 말들을 보자.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 이명박 서울시장의 접대 테니스 의혹,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 살해사건 등이다. 딱부러진 대형 비리나 뇌물수수 사건이 아니라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지저분한 사건이다. 뚜렷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혐의나 의혹만으로 흠집내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의원들은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현장조사 한답시고 골프장을 찾아 캐디를 조사하고, 술집을 찾아 여종업원을 면담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리를, 열린우리당은 이 시장을 고발했다. 이제는 국정조사까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은 꼬투리라도 찾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양상이다.

양당이 결사적으로 서로를 헐뜯는 데는 이유가 있다. 5.31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현 지도부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고, 심지어 당의 존립조차 위협받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 결과가 내년 대선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정치의 수준이 땅바닥에 떨어지건 말건, 국민이 비난하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오만하고 무책임하며 저질인 정치권을 언제까지나 국민이 너그럽게 봐주리라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정치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좋은 사람과 정책을 내놓아 잘하기 경쟁으로 표를 얻을 생각을 하라.
 

[경향신문] 유감스러운 북한의 이산가족 취재제한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취재하던 남측 공동취재단의 철수는 전례 없는 일이다. 북측이 방송기자들의 표현을 빌미삼아 취재를 제한한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취재단은 끝내 자진 철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북측이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심지어 강제 철수까지 요구한 것은 ‘언론의 자유’라는 대원칙을 침해한 것이다. 더욱이 기자를 철수시키기 위해 연로한 이산가족들의 귀환을 10시간 가까이 지연시킨 것은 어떠한 해명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행위다.

특히 이번 사태가 염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부정적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이번에 북측이 문제삼은 것은 ‘납북자’ ‘피랍’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들은 이미 2001년 이산가족 상봉 때 방송기자들이 사용한 바 있다. 당시 북측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던 북측이 지난해 11월 행사 때 처음 문제를 삼은 데 이어 이번에는 취재 제한과 강제철수, 이산가족 출발 지연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꾸준히 발전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북한의 태도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역주행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거꾸로 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분명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자세는 유감스럽다.

정부는 북한의 취재 방해에 대해 북측의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우리 기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했다고 한다. 정부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의 주장대로 남북 관계는 하루 아침에 발전할 수 없으며 ‘문화와 체제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인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민족화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양측이 기본원칙에 대한 입장차를 한발짝씩 좁혀나가는 것이다. 북한의 자세 변화와 함께 정부의 능동적인 해결 노력이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