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3월 20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20. 11:59

2006년 3월 20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마음도 개방하고 싶다"는데…

 

지난 주말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의 만찬회동은 대화 정치의 일단을 보여 주었다. 노 대통령은 새 총리 인선 문제 등에 대해 야당들의 주문을 직접 들었고, ꡒ여러분 마음에 쏙 드는 인사로 지명하겠다ꡓ고 화답했다고 한다.

실제 총리 지명이 그렇게 이루어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겠지만 비록 형식적이나마 대통령이 야당을 의식하는 대화의 자세를 취한 것이 두드러져 보였다.

후임 총리의 청문과정이나, 지방선거 이후 국정운영에서 대통령과 야당의 협조관계가 회동 분위기 만큼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칫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 치게 되면 국정의 중심이 흐트러질 소지도 크다.

지금으로서는 후반기 국정이 대선까지 이어질 정치 바람 속에 휩쓸리고 대통령과 정치권이 대립과 충돌 관계를 빚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가급적 이런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후임 총리 인선이 무난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충족할 만한 사람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첫째일 것이다. 회동에서 야당들은 포용력과 정책능력,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인선 기준으로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방선거 시기나 결과 등 정치 전략적 고려를 버리고 국정을 중심으로 진정성이 담긴 인선 결과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야당에 대한 협조 요청도 가능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원내대표들에게 ꡒ이제 마음도 개방해 가고 싶다ꡓ며 ꡒ여야 간에 정치가 안 풀리면 대통령이 중재를 하겠다ꡓ고 했다. 그리고 ꡒ앞으로 자주 이런 자리를 갖자ꡓ고 제의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야당, 그리고 여야 간 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임기 마무리에 나서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대화와 협조 없이 국정안정을 꾀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주도력은 대통령이 이를 선행할 때 나올 수 있다. 소위 역발상이나 단발 승부 같은 파행과 무리수에 매달리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왜 해결 못하나
 
노․사․정 대표자 4명이 지난주 <한겨레>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함께 모인 것이 참여정부 들어 첫번째 만남이었다니 놀랍다. 노동정책 부재로 신뢰를 주지 못한 정부나 교섭에 참여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민주노총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들이 계속 바람직한 틀 속에서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 쪽에 어떻게 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는지 묻자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나중에 <한겨레>가 조 위원장의 발언 의도를 확인하자, 민주노총은 정부가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를 해결한다면 노사정 대화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 문제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열쇠라는 뜻이다.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가 갖는 불합리한 현상의 하나는 투쟁이 장기화할수록 내용이 절실해짐에도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더욱 멀어진다는 것이다. 노조 탄압은 우리 사회에서 더는 새로운 일도 아니어서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인 사회에서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 이런 세태는 마치 살인이나 유괴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범죄가 아니어서 그 해결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노동부와 민주노총은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통해, 앞으로 매주 1차례씩 열 실무협의에는 현안 사업장의 노조 연맹과 노동행정 기관 책임자들도 참가하기로 하는 등의 결정을 했다. 과거에도 이런 정례 협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노정관계가 악화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성과없이 귀한 세월을 허송한 어리석은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노동부에 제시한 장기투쟁 사업장은 17곳이나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내용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무시될 정도로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 병원이 고용한 건장한 남성 수십 명이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해도 공권력은 수수방관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수백 명은 길거리를 헤매며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유형의 투쟁을 1년 넘도록 하고 있다. 시장까지 나서서 약속한 고용보장 및 노조 탄압 중단 확약서의 내용을 회사가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며 천막농성을 한 지 몇 달이 넘었다.

이런 비상식적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 사회 밑바탕에 노동조합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감이 짙게 깔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쟁력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경제 우선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배타적 정서는 더욱 짙어졌다. 병원 노동조합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또는 몇 백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됐을 뿐인데 그게 무슨 큰일이냐는 식이다. 이래서는 갈등이 풀리지도 않고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도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한다.


[동아일보] 한나라당 ‘대선 必敗論’과 李시장의 처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ꡒ개혁하겠다고 하다가 대세론에 안주하고 그러다가 수구보수의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버림받는 전철(前轍)을 계속 밟고 있다ꡓ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ꡐ대선필패(大選必敗) 법칙ꡑ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선 ꡒ대선에서 두 번이나 지고도 백서 하나 내지 않은, 전략도 철학도 없는 당ꡓ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당을 개혁하자며 개최한 이날 토론회도 내빈 소개 등에 30분을 허비하고 이른바 중진의원이 나타나면 중간 소개까지 하느라 정작 발표자들은 시간에 쫓겨야 했다. 반(反)여당 표(票)에 기생(寄生)하는 ꡐ여전히 배부른 정치꾼들ꡑ의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 거기 있었다.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팔 수 없다.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 중에 진실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가시밭길이라도 걷겠다는 인물이 있는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ꡐ차기 대통령 후보ꡑ 지지율 1위인 이명박 서울시장의 처신도 ꡐ대선 필패론ꡑ에 힘을 실어 준다. 그는 2003년부터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독점적으로 이용했다는 ꡐ황제 테니스ꡑ 논란이 일자 그제 ꡒ그렇게 문제 될 줄 몰랐다.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ꡓ고 해명했다. 사과는 했지만 문제의식이 안이하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자신의 호화빌라 거주 문제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하면서 ꡒ부풀려진 부분이 있다ꡓ고 토를 달았던 사실이 연상된다.

이 시장은 최근 ꡒ돈 있는 사람이 정치할 시대가 됐다ꡓ고 말했다. 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ꡒ춤추고 놀기 좋아해 공무원들이 좋아할 것ꡓ이라고 하는 등 여권(與圈) 정치인들을 폄훼했다. 이런 발언은 이 시장 자신의 자질(資質)에 대한 논란을 부를 만하다. 그동안 이 시장 지지도가 올라간 것은 청계천 사업 등 구체적인 실적으로 ꡐ가능성ꡑ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선을 20개월 이상 남겨두고 벌써부터 내실(內實) 없는 ꡐ말의 정치ꡑ에 뛰어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실언(失言)이 잦아지는 것은 분명히 이 시장의 위기다.

누구건 ꡐ국민을 위한 정치ꡑ의 뚜렷한 청사진도 없이 ꡐ말로 때우려는ꡑ 연기자(演技者)가 또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다수 국민이 바라겠는가.


[조선일보] 가수요란 도깨비를 잡고 나도 뛰는 강남 집값

 

재정경제부는 17일 서울 강남 집값이 다시 치솟자 또 새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의 강남 집값 오름새는 ꡐ實실수요ꡑ에 의한 것으로 본다는 新신진단과 함께 앞으로 5년간 강남권에 아파트 15만 가구를 집중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바로 얼마 전까지 강남 집값 상승이 주로 ‘투기적 假가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규제란 규제는 총동원한 작년 ‘8․31대책’도 바로 그 ‘假가수요’를 때려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실제 요인이 ‘실수요’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8․31대책이 ‘투기적 가수요’를 제도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지금의 수요는 ‘실수요’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나랏일을 책임진다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부끄러움조차 없는가. 이 정권은 온갖 방망이를 동원해 ‘가수요’란 도깨비를 잡겠다면서 ‘지금 가격은 거품이니 가수요만 잡으면 곧 꺼진다’고 수백 번 되풀이해 왔다. 그러던 정부가 ‘가수요’를 다 잡았는데도 집값이 뛰는 걸 보니 진범이 ‘실수요’인 듯 하다면서 현상 수배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15만 가구를 짓겠다고 한다. 강남 재건축은 철저히 규제한다면서 어느 빈 땅에 15만 가구를 짓겠다는 말인가. 정부가 짓겠다는 15만 가구 중 확실한 것은 송파신도시 물량 3만 가구뿐이다. 나머지는 자투리 땅을 활용한 일반 건축분과 재건축을 합쳐야 15만 가구를 채울 수 있다. 정부는 지금도 안전 진단 절차 강화나 개발부담금제 같은 강력한 강남 재건축 규제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15만 가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비싼 강남 집값의 가장 주된 구성요인은 교육 여건을 비롯한 우월한 주거 여건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강남을 내리누를 게 아니라 다른 지역을 강남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문제를 順理순리로 푸는 길이다. 가령 非비강남에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를 열 개 스무 개 세우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많이 주면 교육 여건에서의 강남 優位우위는 자연히 사라진다. 그것만으로도 당장 강남 집중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권 담당자들은 엊그제 청와대 ‘양극화 시리즈’처럼 강남구 학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마포구의 9배나 된다는 등의 선동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상식적, 순리적 해법을 외면하면서 굳이 양극화의 선동 마이크만 틀어놓고 있으니 정부의 진짜 목적은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 이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도덕적 불감증 보인 ‘황제 테니스’ 의혹

 

이명박 서울시장이 남산 테니스장을 이용한 것과 관련해 특혜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의 처신과 대처 방식을 보면서 공직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시장은 "테니스가 그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금 문제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란 해명도 했다. 공직자의 처신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묻어나는 발언들이다. 그러니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생각했어야 하는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그는 3년간 테니스를 공짜로 쳤다. 서울시테니스협회의 초청이라고 하나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잘못이다. 문제가 야기된 뒤 이 시장이 정산했다는 600만원도 2005년 하반기분이고, 2003년 4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사용분으로 받은 2000만원은 누가 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둘째, 시민의 시설을 독점적으로 이용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을 자신의 여가 활동에 동원했다. 이 때문에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도 잠원동 테니스장 허가를 "노인과 청소년 등을 위한 체육시설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셋째, 이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로비 의혹이다. 그를 초청했다는 단체에 서울시 체육시설들의 운영권을 넘겨 주고, 시 예산을 갑절이나 늘려 지원했다. 서초동 학교 부지에 가건물 형식으로 테니스장 건립을 지원했다.

이는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분명한 진상을 밝히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 시장이 직접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
 

[경향신문] 공시가격 하나 제대로 매기지 못하는 정부

 

아파트․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일부 지역의 경우 시세의 6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80%까지 올린다고 공언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부과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크게 낮으면 주택 소유자들은 그만큼 보유세를 덜 내게 된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특히 낮은 곳은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 등 최근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아파트 값이 연일 폭등하다 보니 정부가 이를 한꺼번에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지역간 조세 형평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은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리면서도 세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내게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보유세율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고, 정부 관계자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데 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해 발표된 8․31 부동산 종합대책부터가 그랬다. 정부는 당시 발표에서 보유세 실효세율을 당분간 올리지 않고, 실효세율 1% 달성 시점은 2019년으로 늦췄다. 단기간내 보유세를 많이 올리면 조세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 8․31 대책은 껍데기뿐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지적이 정당했음은 올들어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폭등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가격마저 시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면 보유세는 보수언론들이 주장하는 ꡐ세금 폭탄ꡑ은커녕 솜방망이 세금이 되기 십상이다. 공시가격 하나 제대로 매기지 못하면서 아파트 값은 무슨 수로 잡겠다는 것일까. 정부 당국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