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5월 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사설&칼럼

eros 2008. 5. 12. 18:41
 

2008년 5월 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509금] 에너지대란 예방할 절약대책을

 

  국제유가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에 낀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의 6월 인도분 가격

이 엊그제 배럴 당 123.5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114.96달러로 마감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배럴 당 2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1, 2차 오일 쇼크와는 비교가 안 되는 미증유의 에너지대란이 우리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에너지 수입국(지난해 945억달러)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자급률도 4.2%에 그쳐 유가가 10% 상승하면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는 등 경제구조가 아주 취약하다. 우리 경제의 턱밑까지 차오른 에너지대란의 심각성을 인식, 각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냉ㆍ난방 온도 규제와 과태료 부과 등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남발하다가 물러서거나 백지화하는 등 망신살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니 국민들도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선 연비가 좋은 소형차의 인기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ㆍ대형 차량이 여전히 많이 팔리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약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태료 부과 등 구태의연한 방안보다 기업과 가정, 병원, 음식점, 학교, 숙박업소 등이 자발적으로 절약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도록 국민의 의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코드를 하루 종일 켜 놓거나, 음식물을 꽉 채운 냉장고, 나홀로 차량, 빈 사무실에 켜진 전등 등은 에너지 낭비의 주범들이다. 

  고위 공직자들도 대형차보다는 에너지 절약형 차 이용을 통해 솔선수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끌어올려 제3차 에너지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509금] ‘쇠고기 수입 고시’ 연기하고 재협상 하라 

 

  쇠고기 협상은 역시 ‘방미 선물’이었나 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워싱턴 이명박 대통령 숙소에서는 자정에 긴급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새벽까지 계속된 회의가 끝날 무렵, 일주일째 줄다리기를 해 온 서울의 협상단에서는 “오늘은 타결될 것 같다” 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새롭게 밝혀진 한-미 쇠고기 협상의 막전막후는 이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날 ‘정치적 결단’으로 양보를 해 협상을 타결지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방문에 앞서 협상이 타결될 필요가 있다며 협상 내용을 일일이 점검했다고 한다. 당시 방미단 내부에서는 “협상은 타결된다”는 얘기가 돌았으며, 공식 발표 전에 협상 타결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어제 “광우병 얘기하는 사람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한 것도 쇠고기 협상과 자유무역협정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이 협상이 아니라 양보였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했다. 민심에 떼밀린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협상에서는 광우병이 발병해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판정 등급을 낮추기 전까지는 수입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부의 새로운 방침은 국민 건강을 위해 당연한 조처지만, 협상이 잘못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입 중단의 근거로 가트(관세및무역 일반협정) 조항을 들고 있지만 미국과의 특별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실효성이 없다면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다. 가트 조항을 근거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면, 왜 우리만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중단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손발을 묶었단 말인가.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의 협상을 지켜보며 재협의를 하겠다는 것도 줏대 없는 처사다.

  핵심은 검역주권의 회복이다. 갖다 바치듯 협상을 한 탓으로 검역주권을 내줬고, 그래서 당연히 광우병 불안이 따르는 것이다.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자는 것이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15일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확정을 연기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 귀를 막고 고시를 확정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진다. 

 

 

[동아일보 사설-20080509금] 괴담 선동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이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괴담’ 여파로 수입 쇠고기뿐 아니라 한우까지 소비가 줄고 있다. 서울 도심에 있는 한 한우 전문점은 평일 저녁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요즘엔 15개 테이블 중 2, 3개 정도만 찬다. 업종 변경을 고민 중이라는 이 식당 주인은 “이러다 한우 전문점들이 대거 문을 닫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TV 방송이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소 도축 영상을 접한 뒤 쇠고기를 먹기 싫어졌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냉장고에 보관했던 사골 국물을 내다버렸다는 주부도 있다. 

  정육점과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줄면 그 타격은 한우 도매상과 도축장을 거쳐 축산농가에 미친다. 한우의 산지 가격은 광우병 괴담이 번진 뒤 더 떨어진 데다 그나마 거래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다. 괴담과 왜곡 보도의 결과는 이처럼 참담하다.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인 자영업자와, 일부 선동세력이 그토록 보호하자고 외치는 한우 농가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은 26.5%(2006년)로 선진국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자영업의 증가는 외환위기와 경기부진으로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슬픈 그늘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내몰린 가장들이 특별한 기술이나 큰돈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든 탓이다. 이 중 상당수는 가족 구성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생계형 자영업이다.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엔 밀가루를 비롯한 원재료 값의 폭등으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괴담까지 겹쳤다. 닭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까지 받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닭고기 판매량이 격감했고 오리고기, 삼계탕을 파는 식당은 손님이 3분의 1가량 줄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쇠고기와 닭고기 소비 기피가 또 다른 ‘광풍’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괴담으로 내 이웃의 삶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20080509금] "한국에 자녀 보낼 외국인학교가 없다"는 '제프 쇼크'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이 지난 3월 5세, 7세의 두 아들을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보내려고 했으나 "자리가 없으니 기다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 뒤 큰아이는 빈자리가 생겨 겨우 학교에 보냈지만 유치원을 지원한 둘째는 여전히 대기 상태라는 것이다. 이 얘기가 주한 외국 기업인 사이에 퍼지면서 '제프 쇼크'라는 유행어가 생겼다고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 한 해 무역 총액 7000억달러를 넘는 나라에서 외국인이 자녀를 보낼 마땅한 학교가 없는 것이 '쇼크'라는 뜻이다.

  국내엔 외국인학교가 영미(英美)계 20곳, 화교 19곳 등 모두 47곳 있다. 여기에 다니는 외국 아이들이 7781명이다. 전경련이 2006년 11월 OECD 회원국 출신만 조사한 것을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자녀 2만4407명 중 33.6%, 8213명만 한국에 들어와 있다. 나머지 1만6194명은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다. 대부분 괜찮은 외국인학교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구가 600만명인 홍콩엔 외국인학교가 62곳, 인구 460만의 싱가포르엔 26곳 있다. 인구 1000만 서울엔 17곳밖에 안 된다. 외국인들은 자녀를 보낼 학교가 없으니 한국 근무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외국 기업은 한국에 부임하는 임직원에게 오지(奧地) 수당까지 준다고 한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한국 발령을 받으면 자녀를 대부분 자기 나라에 두고 온다. 국내에 프랑스학교, 독일학교가 한 곳씩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나라에 외국자본이 잘 들어올 리가 없다. 2003년 기준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이 홍콩 239%, 싱가포르 160%인데 한국은 9%밖에 안 된다. 세계 평균 23%에 비교해도 크게 낮다.

  우리가 아시아 경제허브가 되겠다는 꿈이라도 꾸려 한다면 외국인학교부터 늘려야 한다. 유럽, 중남미, 동남아에서도 마음 놓고 한국에 근무하러 올 수 있게 다양한 학제(學制)의 학교가 필요하다. 지방이라서 독립적인 외국인학교를 세우기 어렵다면 외고 같은 데 영어로 가르치는 '외국인 학급'을 만드는 문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0509금] ‘희망있는 벤처가 안보인다’ 

 

  대한민국 벤처 신화의 주인공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3년간의 미국유학을 마치고 가진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가능성있는 벤처기업들이 생겨나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국내에서는 희망있는 벤처가 안 보인다.”고 했다. 안 교수의 말대로 국내 벤처산업은 벤처거품 붕괴 이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확연히 줄었고 투자가도 자취를 감춰 벤처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시 창업의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고 한다. 침체된 경제 환경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현상이다. 이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재능있는 인재들을 기업가로 키워 내는 특유의 벤처육성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반면 우리의 경우 각 분야 실무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벤처캐피털과 같은 인프라도 크게 모자란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술개발 능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겨나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벤처 생태계가 복원되고 글로벌 리더 기업도 탄생할 수 있다.“벤처기업들이 건실하게 성장해 시장에 선순환 구조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걱정해야 할 때”라는 안 교수의 우려를 정부는 귀담아 듣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509금] 높아만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5.00%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9개월 연속 동결이다. 금리를 끌어내려 꺼져가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선 당장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 물가상승세는 심상치가 않다.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에 달해 정부 억제 목표치인 3.5%를 훌쩍 뛰어넘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물가 부담을 가중(加重)시키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며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물론 수출에는 원군이 될 수 있지만 수입품의 가격을 앙등시켜 물가를 밀어올리게 마련이다. 특히 유가급등과 경상수지 악화로 달러화 수요가 늘고 있어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가상승세가 조속히 진정되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런 대내외 여건의 악화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나타나고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많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어제 내놓은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리스크와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동시에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은 정체된 가운데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경기둔화 속도를 늦추고, 나아가 흐름 자체를 돌려놓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급등과 인플레 기대 심리 확산(擴散)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차단하는 일이다. 향후 물가 사정이 더 악화될 경우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리인하를 실행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울러 환율 또한 지나치게 급등락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20080509금] 종간 장벽

 

  지상 최대의 수출품 제조 지역으로 부상한 중국 남부의 광둥성. 1978∼2002년 연평균 13.5%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한 이곳엔 고성장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전염병 학자에겐 늘 조마조마한 곳이다.

  광둥성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 특히 주장강 삼각주 주변에선 1㎢당 1300명 이상이 거주한다. 게다가 중국의 3대 가금류 생산지 중 하나로, 7억 마리가 넘는 조류를 기른다. 자연히 사람과 동물 사이에 접촉도 잦다. 특히 재래시장에서 사람과 동물 간의 미생물 교환이 은밀하지만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곳을 ‘인플루엔자 진화의 중심지’ ‘세계 최고의 바이러스 수출 지역’으로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는 96년 광둥의 기러기에서 처음 분리됐다. 이듬해 가을 H5N1은 홍콩의 농장과 가금류 시장에 퍼졌다. 이때는 조류는 물론 사람까지 감염됐다. H5N1 바이러스의 종간(種間)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울산의대 이재담 학장은 “인간과 조류·소 등은 유전적으로 멀리 떨어진 동물이며 두 종(種) 간엔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 존재한다”며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였던 약이 사람에겐 전혀 효험이 없을 수 있으며 이것도 종간 장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경문화가 시작되기 전엔 동물과 사람의 전염병은 분명히 분리돼 있었다. 소는 소끼리, 사람은 사람끼리만 전염병을 나누었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이 가까이 지내면서 종간 장벽을 뛰어 넘은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 생겨났다.

  인간에게 발생 가능한 1700가지 전염병 가운데 75%가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최근 들어 사스·에볼라·AI·광우병 등 신종 인수 공통 전염병이 늘어나는 것은 도시화, 산림 파괴로 인한 노출 기회 증가, 야생동물 매매, 가축의 집단 사육, 애완동물의 다양화 탓으로 풀이된다.

  동물의 병원체가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 전해지면 처음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은 동물의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데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체의 살상력은 점차 떨어진다. 바이러스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숙주인 사람을 살상하면 자신(바이러스)도 파괴돼서다. 에이즈가 녹색 원숭이에게서 인간에게 처음 넘어왔을 때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지만 요즘은 ‘관리 가능한 병’으로 바뀐 것은 이래서다.

  하지만 종간 장벽을 넘으려면 장시간의 접촉과 많은 양(dose)이 필요하다(김형래 국립보건원장). 광우병도 마찬가지다.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적잖은 듯 부풀리는 건 무지거나 선동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080509금] 박경리의 ‘생명’ 

 

  “아무도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몰라요. 위정자들도 환경은 지엽적인 걸로 치부하고 말아요. 하지만 환경은 본질입니다. 지구는 지금 큰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늙은이는 그걸 체감하고 있어요. 땅덩이에 열이 있어요. 원주 이곳에도 백일홍이 피고 감나무에 감이 열려요. 이건 머나먼 남쪽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요. 물질 위주의 생활이 환경을 죽이고, 환경은 우리 정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주질서를 어기고 있단 말입니다. 우주와 싸우려 합니다. 어림없는 일이지요.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건 문명에 대한 과신(過信)입니다. 자연에 대한 우월감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하나의 생명 연합체로 봐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인간만을 위한 삶은 결국 다른 생물을 착취하는 것입니다. 마음 속 우주를 파괴하는 겁니다. 인간이 뭇생명들을 다 죽인 후에는 그 총구를 어디로 돌리겠습니까. 바로 인간입니다.”

  2001년 1월2일, 눈 내리는 날, 박경리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도 선생은 노작가였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 천년의 지혜를 얻으러 간 기자에게 선생은 절망하라고 일렀다. 

  “절망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엔 절망하는 사람이 의외로 없어요.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삽니다. 희망, 희망하는데 그거 무책임한 말이에요. 불확실한 가짜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면 분명 벼랑 끝에 서 있고 절망뿐인데도 인간들은 좋은 쪽으로 자위합니다. ‘다 죽어도 나는 살겠지’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어요. 차라리 썩음이 가속화되어 모든 것이 정리된 후에 다시 출발하는 것이 빠르지 않으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담배를 피우며 창 밖을 바라보던 선생을 잊을 수 없다. 그의 표정에서는 절대고독이 묻어나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눈이 내렸다. 눈발을 보며 그를 유배시키고 우리만 돌아간다는 느낌과 선계(仙界)에 그를 남겨두고 우리끼리 지옥으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이 뒤엉켰다. 오늘 작가 박경리는 흙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를 유배시켰다기보다 그를 묻고 우리끼리 지옥에 남아있다는 느낌이다. 생명이 생명을 죽이는 시대에 생명을 지킬 이 누구이고, 말(言)이 말을 삼키는 시대에 절망을 가르칠 이 누가 있는가.

 

 

[매일경제신문 칼럼-장용성 칼럼-20080509금] 청남대를 대통령에 돌려줘야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별칭을 가진 충북 청원군 청남대에 최근 들어 두 가지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 움직임은 청남대 관광진흥 활동이다. 충청북도는 "자연의 숨결 속 흥겨움 Ever Green!!"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18~27일 청남대 개방 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대통령 및 대통령 부인 닮은 사람 선발대회'를 비롯해 6개 분야 45개 행사가 치러졌다. 이달 26일에는 세계 유니세프기금 모금운동의 일환으로 '앙드레 김 패션쇼'가, 6월 24일에는 한ㆍ중ㆍ일 관광장관회담 폐막연도 예정돼 있다. 

  또 다른 움직임은 대통령 별장 부활 가능성이다. 청와대의 류우익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등 청와대 인사 6명이 지난 3일 청남대 본관과 미니골프장 그늘집 등을 30분 정도 둘러봤다. 류 실장 일행은 청남대 민간 이양 이후 대통령 별장 대타 격으로 활용 중인 계룡대 시설도 시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대통령 별장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류 실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일단 필요에 따라 영빈관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에서 선을 긋고 있다.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변 환경이 빼어나다고 얘기한 게 계기가 돼서 3년 뒤 별장으로 지어졌다. 전 전 대통령에 이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4명의 대통령이 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에 따라 취임 첫 해인 2003년 4월 18일 충청북도에 이양했다. 개방 초기에는 국민의 호기심 때문에 방문객이 그런대로 있었지만 갈수록 숫자가 줄면서 유지관리비도 충족을 못해 매년 10억원 정도 적자가 나는 실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민간 이양했던 것은 권위주의 탈피 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씨 때와 같은 권위주의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노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이양하긴 했지만 나중에 후회했다는 얘기도 많았다. 

  이제는 우리 국민과 충북도민들이 대통령 별장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 청남대를 대통령에게 되돌려 줄 필요가 있다. 

  첫째, 대통령 별장은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처럼 매우 유용한 정상외교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청와대 공식석상에서 회담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정상회담과 청남대에서 골프도 치고 산책도 하면서 주고 받는 정상간의 친밀도는 훨씬 다를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사저인 크로포드 목장에 그때 그때 필요한 외국 국가원수를 초청해서 친밀감을 과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는 크로포드로 가는데, 한국 대통령은 백악관만 다녀오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대통령 별장을 방문하는 외국 귀빈에게 군부대에 위치한 계룡대 별장보다는 대청호 주변의 청남대가 훨씬 편안한 느낌을 줄 것이다. 

  둘째, 청남대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나 정치인들이 유숙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끝장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도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는 관련 인사들을 캠프 데이비드에 불러 청바지 차림의 간소 복장으로 집중 토론하곤 한다. 

  셋째, 국가원수인 대통령도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 국민이 인정해 줘야 한다. 대통령에게 청와대 경내나 산책하고 뒷산만 오르락내리락 하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닐까.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고성군 화진포, 경남 진해 별장 등을 활용했다. 

  넷째, 한번 국민에게 돌려준 것을 어떻게 다시 찾아올 수 있느냐는 우려는 충청북도가 자진 반납하는 형식을 취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청남대 운영도 앞으로는 국민 프렌들리, 지역주민 프렌들리하게 보다 개방적으로 운영하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 운운의 비난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별장 부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좋고 싫음을 떠나 주인인 국민이 큰 심부름꾼으로 하여금 일을 잘 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생각할 일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임지훈(정보산업부)-20080509금] 포털은 괴로워

 

  광우병,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포기 추진, 인터넷종량제 실시, 초등학교 일제 휴업….

사이버 공간에 각종 인터넷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도 방송통신위원회도 참다 못 해서였을까. 방통위가 포털업체에 인터넷 괴담과 관련된 댓글 삭제를 요구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론 탄압이라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중간에 낀 포털업체들은 일단 모니터링 인원을 총동원해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이 허위사실 유포자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불똥이 자칫 포털업계 쪽으로 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숨죽이고 있다. 인터넷 괴담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그렇다고 포털 스스로 가치판단을 해 삭제 등 특별대책을 내놓기도 힘든 처지. 포털업체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인터넷 괴담의 경우 욕설이나 명예훼손과 달리 진실성 판단이 쉽지 않은데다 허위 여부를 단정 짓기도 어렵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괴담 내용이 거짓으로 확인돼 게시물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몰라도 우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내용을 삭제하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NHNㆍ다음ㆍSK커뮤니케이션즈ㆍ야후코리아 등 국내ㆍ외 인터넷 업체들은 대부분 명예훼손, 욕설, 비방물,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게시물 등을 약관이나 내부 규정으로 자체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대다수 업체들은 신고센터도 운영해 네티즌의 적발 신고로 게시물을 지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실 여부의 판단이 불명확한 인터넷 괴담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네티즌의 의식과 사회 시스템이다. 관련 댓글 삭제 요구와 같은 미봉책은 네티즌의 반발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사이버 여론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쳐 네티즌 의식이 성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청회든 인터넷 괴담을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든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괴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