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5월 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5. 8. 21:36
 

2008년 5월 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508목] 광우병보다 더 문제는 전국에 번진 AI

 

  광우병 논란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협이 우리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지난 달 발생한 AI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이후 호남ㆍ충청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번지더니 엊그제 서울 시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비록 광진구 한 곳에서 발견됐다지만 인구가 밀집된 특성을 감안할 때 서울 전역에서 ‘AI 의심환자’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엄살로만 넘겨선 안 된다.

  서울에서 확인된 AI는 이미 방역 차원을 넘어섰다고 보여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한 달여 동안 호남과 수도권을 오르내리더니 영남과 강원지역에까지 번져 한반도 전체가 ‘AI 감염권’에 들어갔다. 서울의 경우 시기상으로 어린이날 수십만 인파가 모였던 서울대공원에 이미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음이 확인됐으니, 광진구를 중심으로 소독약을 뿌리고 통행을 제한하는 원론적 조치들이 무의미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달 15일 정부가 뒤늦게나마 발표한 ‘경계경보’가 아직도 유효한 상황이 아닌가.

  우려했던 바와 같이 기승을 부리는 AI가 혹시 인체에 좀더 해로운 변종이나 신형 바이러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발병시기와 감염경로가 심상치 않고, 특히 닭 뿐만 아니라 오리와 꿩 칠면조 등에까지 옮겨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AI는 철새에 의해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이미 토착화했을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이 이러한 개연성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기에 발견해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의심환자’들의 신고를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 관례처럼 닭의 감염만 염두에 두었다가 오리와 꿩 칠면조에까지 바이러스가 번진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일반인들이 의심을 갖기 전에 비둘기와 까치 참새 등 주변의 흔한 조류도 방역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바짝 긴장해야 한다. 닭 오리 전문식당의 타격도 심각하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홍보와 설명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지원대책도 궁리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508목] 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부와 보수언론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비판이 들불처럼 번지는 이유는 정부·여당도 잘 안다. 한입으로 정반대 되는 정보와 시각과 주장을 멋대로 내뱉는 것에 대한 불신이 첫째다. 둘째는 국민을 호도하려 한 정부와 대통령의 거짓말 혹은 무지다. 셋째는 국민의 건강권과 주권을 무시한 협상 내용이다.

  여기에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정당한 분노와 비판을 물리력으로 억누르려는 행태다. 합법적인 집회 및 시위를 막겠다고 했던 정부가, 이젠 인터넷이나 시중에 떠도는 이른바 유언비어까지 사법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언비어란 정보를 쥔 자가 마음대로 판정하는 것이니, 비판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비판 차원을 넘어서, 국민적 저항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다.

  이른바 유언비어 색출을 위해 긴급조치, 국가보안법은 물론 경범죄처벌법까지 동원했던 유신이나 5공정권을 연상시킨다. 당시 권력은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교부도 꼭 동원했는데, 이 정부는 그것마저 답습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늘 16개 시도 교육감회의를 소집해 학생들의 시위 참가나, 인터넷 등을 통한 괴담 유포를 막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학사 및 학생관리의 자율권을 부여하기는커녕, 시도 교육청을 정권의 수족으로 운용하는 셈이다.

  물론 잘못된 정보와 주장이 일부 나도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어떤 쟁점에나 뒤따르는 현상이다. 문제는 권력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불투명할 때 이런 현상은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지금 괴담이 난무한다면, 그 원인은 권력 안에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청와대 누리집에 광우병 괴담 10문 10답 꼭지를 만들고, 사법 당국은 괴담 색출에 나서는 등, 국민을 훈계하고 닦달하려고만 한다.

  더 가관인 것은 이른바 보수언론의 행태다. 괴담 색출의 선봉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색깔론까지 동원해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면 좌파로, 광우병 우려를 제기하면 반미로 낙인찍는다. 황우석 사태 때, 진실 규명 노력을 좌파 반국가주의자로 내몰던 행태와 다르지 않다.

  유언비어는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 사라진다. 이를 핑계로 정당한 의견까지 억누르려 한다면 분노는 폭발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508목] 취임 두 달 반 만에 쇄신책 찾아야 할 李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까지 각오하고 국민 건강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광우병 논란이 증폭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는 무시되고, 이성적 대화도 통하지 않으며, 초중고교생 입에서 ‘대통령 탄핵’ 소리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된 데는 악의적이고 무책임하게 인터넷 괴담을 확산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직접적 연계가 있건 없건 정치적 이념적 의도로 새 정권을 무력화하려는 세력의 작용이 컸다.

  그렇다고 해도 불과 5개월 전 대선에서 531만 표 차로 압승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취임 두 달 반 만에 20%대 후반(5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으로 추락한 것을 ‘광우병 선동세력’이나 과거 정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지지도 급락의 원인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역시 인사 실패가 최대 요인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을 여러 인사 내용은 ‘10년 만에 교체된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 다수 국민이 더 애태웠던 정권교체가 고작 저런 인물들로 채워지는 정부를 보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하는 실망과 분노를 낳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은 이 정부 요직에도 함량이 떨어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개탄한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실패도 중대한 인사 실패 중 하나다. 이러한 인사 실패는 정권 교체로 상실감에 빠진 세력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민정서에 무신경한 인사가 거듭되는 데 대한 국민의 반감이 ‘광우병 괴담’의 인화성을 높인 측면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 전날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한 것과 이에 관한 대통령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도 국민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국정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사쇄신도 고려해야 한다.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지도 회복은 중요하다.

 

 
[조선일보 사설-20080508목] 전교조, 선생님이라면 선생님답게 행동하라

 

  전교조 충북지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계기수업에 쓰라며 홈페이지에 '미국넘, 너나 먹어'라는 자료를 실었다. 거기엔 '광우병은 미국이 돈을 많이 벌려고 소를 우리에 가둬 아주 비위생적으로 키우다 생긴 병'이라고 돼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광우병 관련 동영상과 노래CD도 있으니 가져다 쓰라는 안내도 했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라면 알약 생리대 초코파이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는 글이 올라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전교조 충북 음성지회가 지난 5일 연 어린이날 행사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정말 싫어요'라는 풍선,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행사에선 어린이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스티커로 붙여 표시하라는 놀이가 있었다. '싫다'는 쪽이 수백 명, '좋다'는 쪽은 4명뿐이었다고 한다.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냈던 초등학교 교사는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며 며칠째 단식하면서 수업하고 있다. 무지(無知)하고 무모(無謀)하고 무책임한 사람이다.

  지금 어린 학생들 사이에선 '미국인은 미국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미국 쇠고기를 0.01g만 먹어도 죽는다' '광우병은 공기로 전염된다' '울산서 농부가 광우병으로 죽었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유언비어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거짓말에 휘둘린 아이들이 교복 차림으로 촛불집회장에 나와 '저 아직 15년밖에 못 살았어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게 이 나라 형편이다. 6일 저녁 서울 촛불집회에선 초등학교 3학년생이 나와 "싼 쇠고기는 이명박 너나 먹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전교조는 2003년 '이라크 군인 6000명이 미군 탱크에 의해 생매장됐다' '걸프전 후 이라크 암환자가 700% 늘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반전(反戰)수업 자료로 쓰라고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지금도 전교조 교사들은 아이들이 허무맹랑한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 줄 생각을 하기는커녕 아이들의 공포감을 최대한으로 높여 거리로 끌어내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교사라면서 교단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이 나라 교육 현실이다.

 

 

[경향신문 사설-20080508목] ‘국민 불안’ 알았다면 근본대책 찾아야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졸속 타결로 국민 불안이 계속 커지자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불안 심리를 광우병에 대한 무지 탓으로 돌리고, 재협상 촉구 여론을 반미운동으로 몰아붙인 그동안의 자세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이 뒷받침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민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도록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상황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식의 사후약방문 차원이어서는 곤란하다. 사후약방문도 필요하지만 통상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충분히 걸러질 수 있도록 쇠고기 개방 폭을 제한하고 절차와 검역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예방적 차원이 돼야 한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기존의 협상 결과를 그대로 시행한 뒤 만일 문제가 생기면 대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위험 부위의 수입이 제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이 발생하거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정 장관이 말한 대로 주권국가로서 마땅히 수입중단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 당연한 것이 협상문에서 빠져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국민을 불안하고 화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그 같은 사후약방문마저 시행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정 장관이 “미국과 통상 마찰이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통제등급을 낮추지 않는 한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도록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결국 위험 부위 수입을 제한하고 유사시 수입중단이 가능케 함으로써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면 재협상하는 길밖에 없다.

 


[서울신문 사설-20080508목] 통일부 제 얼굴에 침 뱉나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북한의 이해 2008’이란 책자에서 6·15,10·4 선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2007년판에는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했던 것을 정권 교체와 함께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라고 바꿨다. 책자가 지적한 “기본합의서로 남북 간 인식의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서술은 타당하다. 하지만 1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물인 6·15선언을 “신뢰와 평화 문제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이루지 못했다.”라고 평가한 것은 정권의 코드 맞추기라는 인상이 짙다.

  게다가 지난해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10·4선언에 이르러서는 “국민적 합의와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미비한 한계를 드러낸 정치 선언의 의미가 강하다.”고 폄훼했다. 보수 성향의 민간 단체도 아닌 통일부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응축한 양대 선언의 의미를 깎아 내린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행위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통일부의 변신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남북 간 합의는 기본합의서”라는 발언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비핵화와 연계한 대북 지원이라는 상호주의를 표명했다.6·15,10·4선언은 백지화된 듯 비쳤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남북 경색이 이어지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양대 선언의 이행을 검토할 수 있다며 대북 정책의 수정을 시사했다. 기본합의서에서 10·4선언에 이르는 과정은 남북 관계의 성장 그 자체이다. 대북 정책의 총본산인 통일부가 오락가락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유광종(국제부문 차장)-20080508목] 담박  
 
  공자의 아들 공리(孔鯉)는 아버지가 서 있는 뜨락을 지나다 두 번 혼난 적이 있다. 어른이 있으므로 고개를 수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공자는 어김없이 그를 불러 세웠다.

  “시(詩)는 제대로 익혔느냐” “예(禮)는 잘 배웠느냐”는 질문.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두 가지를 꼭 배워 익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제대로 못 했습니다…”며 말끝을 흐리는 공리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을 법하다. 부모가 정원에서 자식을 깨우친다는 뜻의 ‘정훈(庭訓)’은 예서 비롯했다.

  먼저 쌓은 경험과 지식을 후대에 제대로 전하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나 모두 중요하다. 많은 문인과 관료, 심지어는 황제까지도 자식에게 좋은 가르침을 전하려 정훈을 남겼다.

  『삼국지(三國志)』로 잘 알려진 제갈량(諸葛亮)의 ‘계자서(誡子書)’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가르침이다. 54세에 달한 제갈량이 여덟 살 아들에게 내린 문장이다.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사실상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주는 교훈이다. 천하를 셋으로 나눠 세력이 약한 촉한(蜀漢)의 명운을 힘겹게 이끌고 온 제갈량의 경륜이라면 그 누구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겠다.

  그는 담박(淡泊)과 영정(寧靜)을 강조했다. ‘담박’이란 깨끗하고 고요함을 유지해 스스로 담담함을 이루는 경지다. ‘영정’ 또한 마음에 선입견을 두지 않아 평온함을 유지하는 상태다.

  제갈량은 그 글에서 “무릇 군자(君子)는 고요함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검소함으로 덕을 키운다.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非淡泊無以明志), 고요하지 않으면 먼 곳에 이르지 못한다(非寧靜無以致遠)…”고 말했다.

  마음 상태가 담담하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외부의 선입견에 휘둘려 마음을 잡지 못하면 원대한 목표 또한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을 집약해 표현한 위의 명구는 ‘담박명지(淡泊明志)’ ‘영정치원(寧靜致遠)’이라는 네 글자의 성어로 정착했다. 요즘도 사무실에 이 글귀를 걸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많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고요해 결국은 좋은 꽃과 열매를 맺으려 힘을 쏟아야 할 우리 청소년이 쉬이 흔들린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둘러싼 비판이 수많은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이상한 호소력을 발휘해 도심의 촛불시위대로 나서게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들의 평정심을 흔드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배우는 젊은이에게 평담함과 고요한 마음을 가르치진 못할망정 편견과 예단을 주입해 부추기고 선동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또 뭘 원하는지 정말 알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칼럼-다산칼럼/남성일(서강대경제대학원장)-20080508목] 홍위병 연상시키는 촛불시위

 

  1966년 천안문광장에는 중국 전역에서 몰려온 수백만명의 젊은 학생들이 연일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와 선전활동에 열렬히 참가하는 한편 지식인을 비롯한 기성세대를 구시대적 문화잔재로 공격하고 청산하는 데 앞장섰고 이로 인해 수십만명이 희생됐다. 2008년 4월27일 서울시내는 오성홍기를 몸에 감은 일단의 중국청년들로 일시 점령됐다. 이들은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에게 "중국은 위대하다" "죽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모래와 자갈을 채운 음료수 병이나 돌을 던지고 심지어 이를 저지하는 한국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서울시청 앞과 청계천변은 1만개의 촛불로 뒤덮였다. 참가자의 약 60%가 중.고교생인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와 그 제품을 먹는 한국인은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홍위병과 성화 봉송 시위의 펀칭(憤靑.분노한 중국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 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맹목성과 비합리성이다. 이들은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거부하고 감성에 의해 움직인다. 즉 자기 것에 대한 맹목적 사랑이 행동의 원천이다. 둘째,집단적 편집증이다. 개인으로는 이성적 분별을 이길 수 없으므로 집단으로 모여 내편과 적을 갈라놓는다. 우리끼리 한편이라는 집단감각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셋째,젊은 집단이다. 아직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젊은이들이 감성에 따라 쉽게 움직인다. 넷째,누군가가 뒤에 있다.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생각하지만 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이 조용히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배타적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에서 비롯된 집단행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쇠고기 수입저지 운동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약간 이런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선 반대가 거의 맹목적이다. 광우병에 대한 국제기준은 강대국 이해에 따라 정해지는 쓸모없는 것으로 폄하한다. 그러면서 실증적 사례도 없는 가설을 내세우며 반대한다. 내 것은 좋고 옳으며 네 것은 믿을 수 없으니 틀렸다는 비이성적 태도다.

  그리고 이런 국수주의적 태도가 일부 연예인의 발언과 인터넷의 확장성과 결합해 젊은이들을 더욱 감성적으로 접근하도록 만들고 있다. 내 것을 사랑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국수주의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 국수주의는 자유무역의 경제원리는 물론 민주주의라는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 어느 나라 역사를 돌아봐도 발전의 원동력은 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개방과 교류였다. 개방과 교류는 우리에게 더 넓은 선택과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해 더 좋은 것을 취하고 내 취약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더 넓어지고 강해진다.

  정보와 지식이 요즘처럼 빠르게 퍼지는 환경에서는 전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과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이 제대로 해야 한다. 최근 일부 방송매체의 뉴스를 보면 사실(fact)과 함께 "뭐가 요구된다"는 식으로 의견(opinion)까지 덧붙여져 뉴스인지 해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뉴스시간에는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에 충실하는 상식이 회복됐으면 좋겠다. 또 학교 수업시간은 특성상 선생님이 주도하게 돼있다.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는 성숙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국민정서가 개입될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해 불필요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사회혼란을 의도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김규식(경제부)-20080508목] 존재이유 망각한 농림수산부 
 
  지난 6일은 방역 역사에 있어서 안타까운 날이다. 서울이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에 뚫린 날이기 때문이다.  온 국민의 시선이 광우병에 쏠려 있지만 AI도 걱정거리다. 지난달 초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AI는 온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사이 서서히 북상해 서울 도심 한복판까지 상륙했다. 특히 AI가 발견된 서울 광진구청에서 가까운 곳에 어린이대공원이 있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방역에 나서기 하루 전인 5일에만 50만여 명이 그곳을 찾아 각종 조류를 구경했다. 수많은 사람이 AI에 노출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또 국민 건강이 걸린 문제이니 기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6일 방역을 책임지는 농림수산식품부 태도는 기자들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의 심장부가 AI에 노출됐는데 두 장짜리 보도자료 하나 낸 게 전부였다. 그 흔한 브리핑도 없었다. 궁금한 점이 많으니 기자들이 담당자에게 전화로 질문을 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10∼20번 전화해야 한 번 통화될까 말까고 그나마 바쁘다며 얼른 전화를 끊자고 채근한다.

  서울에서 발견된 AI를 서울시도 챙기고 있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바쁘다는 것은 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방역을 총괄해야 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자세로는 적절치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농림수산식품부 대응이 적절치 못해 AI가 확산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판이다. 기자에게 "미숙한 대응으로 AI를 이처럼 확산시킨 방역당국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수의학자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증폭된 데는 국민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AI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데 게으르면 국민은 불안하고 사태는 커진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전재호(부동산부)-20080508목] 주공, 원가공개 왜 꺼리나

 

  박세흠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지난해 말 사석에서 “주공의 회계 시스템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지난 1962년 설립돼 연평균 매출 1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에 제대로 된 회계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주공은 지난해 중순 ‘분양가 산출 근거는 비공개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야 일부 단지에 한해 분양 원가 및 수익을 공개했다.

  주공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공은 4개 지역에서 평균 17%가량의 분양 수익을 거뒀다. 이 수치가 제대로 된 회계를 통해 나온 것이라 해도 통상 공공 공사의 수익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주공이 챙긴 수익은 적지 않은 편이다.

  주공은 이에 대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인 국민임대주택 건설, 다가구 매입 등에서 손실 발생이 나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남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국민임대주택에서 얼마를 손해 보고 있는지는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중순 주공의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도 원가를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분양 전환을 앞둔 입주민들이 분양가가 높다며 원가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한 결과다. 주공 입장에서는 국민임대주택에서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 개발이익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할 좋은 기회지만 주공은 되레 “도급 업체와 토지 수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궁색한 이유로 버텨왔다. 또 “정확한 원가 산정은 어느 기업이나 힘들고 주공도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면서도 “임대아파트 사업으로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주공은 “민간 건설사는 분양 전환시 손해가 예상되면 분양 전환을 안 하지만 주공은 손해가 나도 분양 전환을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주공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이를 위해 일정한 개발이익이 필요하다고까지 한 상황에서 민간 업체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부당하게 챙긴 이익을 반환하라는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공의 염려도 이 부분이지만 이를 감추기만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잘못됐던 부분이 있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