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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 날려버린 투표확인증

eros 2008. 4. 11. 10:03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 24시/배한철(사회부기자)-20080411금] 4억원 날려버린 투표확인증 

 

  궂은 날씨와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18대 총선이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한 뒤 투표소에서 발급하는 확인증을 가져오면 4월 말까지 전국 1400여 곳의 국공립 유료시설 이용 요금을 면제 또는 할인해 주겠다고까지 했지만 멀어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공수표나 다름 없었다는 사실이 들통나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투표확인증에 이달 말까지 박물관과 미술관, 문화재, 능원 등을 할인해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곳이 아예 할인 대상에서 빠졌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선관위 말만 믿고 아침 일찍 선거를 마친 뒤 가족들과 고궁 등을 찾았다가 입구에서 문전박대를 당해야만 했던 시민들의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제도 시행에 앞서 관계기관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채 법부터 바꾼 것으로 밝혀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협의과정에서도 몇몇 기관에서 난색을 표명했지만 선관위는 이를 무시해버렸다.


  문화재청은 서울의 5개 고궁에서만 4월 한 달간 10억원을 벌어 직원 월급 등의 운영비로 쓴다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고, 선관위도 '대안을 한번 찾아보자'고 하더니 어느날 그냥 언론에 발표하더라"고 전했다.


  선관위 측은 뒤늦게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이어 "효과가 저조해 이를 계속 시행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확인증은 유권자의 70%인 2700만장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이 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쓰지도 못하는 확인증을 만드느라 쓸 데 없이 국민세금만 낭비됐다. 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여야겠다는 의욕만 앞서 투표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사하는 권리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보상책이었던 만큼 후유증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