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4월 11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08. 4. 11. 10:00
 


[한국일보 사설-20080411금] 투표율 높이기, 하려면 제대로 해야


  4ㆍ9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투표확인증이 본래 취지대로 투표 참가를 늘리는 대신 원성만 샀다고 한다. 투표확인증을 가지고 가면 국ㆍ공립 시설 이용료를 최대 2,000원까지 할인해 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혜택을 못 봤기 때문이다. 대상 시설이 제한돼 있고 적용 기간도 짧은 것이 문제였다. 경복궁 등 서울의 5대 고궁은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었으며 위탁 운영되는 공영주차장도 할인을 해주지 않았다. 30일간 유효하다는 홍보와 달리 박물관은 투표 당일만 할인을 해줬다.


  꼭 대가를 바라고 투표하지는 않았겠으나 과장광고에 이끌려 물건을 산 것처럼 불쾌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실효성이 없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투표 참여자를 우대하고자 했다면 실제로 우대 효과가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총선 투표율이 46%까지 떨어진 것은 충격이다. 투표율 저하가 일반적 추세라고 하나 대의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 탓만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합집산과 과도한 권력투쟁으로 정치혐오를 부른 정치권 전체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투표 참가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표확인증 소동의 교훈부터 새겨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11금] 국민연금, 함부로 건드릴 문제 아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가 오늘 새 정부 출범 뒤 첫 회의를 연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채무 상환을 위해 국민연금 납입금을 담보로 하겠다는 지난달 말 정부의 신용회복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이 문제가 안고 있는 폭발성이나, 위원회가 열리는 과정 등을 보면 걱정 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정부의 신용회복 대책 발표에 대해선 애초부터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연금기금 운용 의결권을 지닌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를 무시한 것이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에 위원회를 급히 열기로 한 것은 이런 절차적 흠을 메워 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의 역시 실무평가위 논의조차 생략하는 등 투박하고 졸속이긴 마찬가지다.


  이런 일 추진 방식이 연금기금의 투명성과 수익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 정부가 밝힌 바로는 신용회복을 위한 예상 연기금 대여금액은 3885억원이고, 연금재정 손실액은 417억원에 이른다. 연금재정 손실액을 정부가 책임진다 해도 대여 원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연금기금이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이 돈을 갚지 못한 이들은 연금 수급권을 잃게 돼 노후에 빈곤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 대책이 신용불량자를 위해서건, 국민연금기금을 위해서건 결코 유용한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이명박 정부 아래선 사회적 합의정신이 경시되고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이 횡행한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터다. 국민의 노후를 지킬 연금기금에 대해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정부는 오늘 회의에서 가입자 단체들의 의견을 성실히 들어야 한다. 근시안적인 목적을 위해 연금기금을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뇌관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 사설-20080411금] 장애인과 함께 가야 선진국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오늘 시행된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행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눈물로 호소해 쟁취한 법이다. 2006년 유엔총회에서 장애인 권리협약이 채택됐고,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려는 움직임이 형성돼 각국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대한 고용, 교육 및 시설물에 대한 접근을 보장한 이 법의 발효로 인권 측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선진국가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에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편의증진법 직업재활법 등 장애인과 관련된 법률이 없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시정을 호소하는 진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위가 2001년 출범 이후 작년 말까지 받은 4000건의 진정 가운데 장애에 대한 차별 사안이 580건이나 된다. ‘장애인이라 안 된다’는 직접차별은 줄고 있지만 교통수단 접근제한이나 보험 금융상품 가입 거부 같은 간접차별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경제계는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의무화, 반복적 고의적 차별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수의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이동수단 등을 다 갖추라 하면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기피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비정규직보호법이 되레 비정규직을 내쫓는 결과를 빚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단계적 시행을 통해 기업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장애인도 우리 경제 성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이 법의 취지도 충분히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 장애인의 채용을 기피하면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기초생활수급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 법의 시행으로 당당하게 일하고 세금을 냄으로써 국가 사회에 기여하는 장애인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장애인이 사회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다.



[조선일보 사설-20080411금] "돈만 벌면 된다"는 청소년이 미(美)·중(中)·일(日)보다 많다


  일본청소년연구소가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고교생 1000~1500명씩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부자가 되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답한 학생이 한국은 50.4%로 일본 33%, 중국 27%, 미국 22.1%보다 훨씬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는 답도 한국은 23.3%로 미국 21.2%, 일본 13.4%, 중국 5.6%보다 높았다.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는 대답 역시 미국 일본 중국은 30% 안팎이었는데 한국은 54.3%나 됐다.


  우리 청소년들 생각이 왜 이 지경이 돼버렸는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고 재벌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불법을 수사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오히려 매수하러 다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재벌 총수가 아들 복수를 하겠다며 어설픈 '주먹' 흉내를 내다 철창 신세를 진 게 엊그제 일이다. 학력 위조, 논문 조작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정치인과 기업인이 차떼기로 뭘 얼마나 주고받았다는 게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이걸 보면서 '세상이 다 그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뭘 하더라도 돈만 모으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면 사회라는 공동체를 움직이는 기본적 도덕과 규칙, 윤리가 작동을 멈췄다는 뜻이다. 재작년 한국청소년개발원이 한·중·일 3국 청소년에게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봤을 때 '앞장서 싸우겠다'는 대답이 일본은 41.1%, 중국 14.4%였는데 한국은 10.2%에 불과했다.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대답은 일본 1.7%, 중국 2.3%, 한국 10.4%였다.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가운데 도저히 머리가 끄덕여지지 않는 이유로 입영(入營) 면제를 받았다는 사람이 숱한 게 우리나라다. 선진국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대한민국 미래는 청소년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커나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돈도 소중하지만 세상엔 돈보다 귀중하고 가치있는 것이 분명 있는 법이다.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버느냐가 중요하다는 상식이 살아있는 사회가 건강한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진실을 깨닫게 하려면 사회 지도층 어른들이 실천과 모범으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서울신문 사설-20080411금] 우등생은 ‘일반미’, 일반학생은 ‘정부미’

 

  충북 청주의 세광고가 성적우수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에게 차별적으로 학교급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성적 우수학생 120명에게는 별도의 식당에서 일반미로 지은 밥을 제공하고, 학교식당을 이용하는 일반 학생 900여명에게는 정부미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적우수자에게 별도의 자율 학습공간을 배정하고, 성적순으로 급식 순서를 매기더니 이보다 더한 수준이다.


  ‘음식 끝에 맘 상한다.’는 말도 있듯이 음식 갖고 박대하는 것은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단지 시험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같은 인격적 모멸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된다. 학생들의 능력향상을 위해 교육에 경쟁 요소를 도입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선에서 경쟁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학교측의 사려깊지 못한 처사로 인해 차별대우를 당한 학생들은 자존감과 자신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불쾌한 감정은 결국 사회에 대해 반발심만 키워줄 뿐이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이 인생에서도 학교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학생 누구에게나 나름의 잠재력과 능력이 있다. 각자의 자질과 능력을 발굴하고 계발해주는 곳이 바로 학교다. 아울러 교육의 본질은 평등한 민주시민의 양성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11금] 총선 뒤 첫 금통위의 금리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 운용목표를 현 수준인 연 5.00%에서 유지키로 했다. 작년 9월 이후 8개월째 동결(凍結)한 셈이다. 이날 금통위는 18대 총선이 치러진 바로 다음날 열린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총선 이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간 소위 '금리논쟁'이 벌어진 지 얼마 안된 시점에 열려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내수진작 정책을 주문한 것과 관련, 금통위가 이번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한은은 일단 '동결'이라는 선택을 했다. 표면상으로는 종전의 입장을 관철한 듯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는 "경기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난달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유동성 증가율이 높고 부동산 가격이 일부지역에서 오름세가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결국 종전과 달리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일단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 대해서는 기존의 금리 논쟁(論爭)과 유사한 찬ㆍ반론이 여전하며 모두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침제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데다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경제정책은 경기를 살리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이는 모든 나라에 공통된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정책은 조심스럽지만 경기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한은 총재가 "소비자 물가가 연말쯤에는 목표 범위내로 들어올 것"이라며 물가 압력이 낮아질 경우 금리를 낮출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모든 정책에는 시차가 있는 만큼 그 시기가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세계의 사설(파이낸셜타임즈4월10일자)-20080411금] 텅빈 곳간 채우려면


  글로벌 식량대란을 해결하려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충고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라고.

개발도상국 정부들이 식료품 수출을 제한해 글로벌 시장에 식량부족이 심화되고 그 결과로 풍족한 재고에 맞춰 돌아가던 시장 시스템이 고통스러운 결과를 체험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신흥국의 신 중산층들 식단이 단백질 위주로 바뀌면서 특정 공급원료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은 원활하지 못했다. 아울러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곡물수요를 키웠다.


  안타깝게도 식량난에 대한 단기처방은 없다. 식료품은 가격변화에 느리게 반응한다. 수출제한을 통한 공급조절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를 바란다면 바이오연료시장을 뜨겁게 달군 버블의 열기를 빼는 일이다.


  바이오연료 붐이야말로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옥수수 생산자와 증류 업체들의 이해타산에만 머리를 모은 데 따른 결과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취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에너지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었지만 결국 기본 목적은 사라지고 배고픔만이 뒤엉킨 정책으로 전락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바이오연료의 사용 목표치, 에탄올 생산에 대한 정부의 지원규모, 수입관세 등에 대한 명확한 수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공급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바로 발휘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상품시장에서 정부지원이 포함된 공급량을 노린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는 있다.


  중장기적인 대책은 결국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개발도상국들에 있다. 이들은 곡물생산 및 완충재고를 위한 인프라 확충, 생산지대 확장, 곡물시장 안정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유입을 꺼리는 나라들은 생산성 증대 측면에서 재고하기를 권유한다.


  식료품의 공급안정은 정부의 사회적 지원과 시장이 적절한 가격에 의해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을 때 이뤄진다. 지금까지 농업시장에 이러한 일관된 정책에 관해 실질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사실도 문제다. 곳간이 꼭 텅 비고난 후에 그 안을 채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