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4월 3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4. 3. 19:14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03목] 한ㆍ미FTA 타결 1년 돌파구 없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妥結)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4개월의 오랜 협상끝에 타결됐음에도 여태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실정이고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나라 경제의 명운을 가를 핵심적인 대외정책이 정치에 발목 잡혀 허송세월만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그렇다.

  무엇보다 국회의 무성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한ㆍ미 FTA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했으면서도 정작 비준동의안을 놓고는 소수의 반대목소리에 밀려 서로 책임회피식으로 처리를 미루기만 함으로써 지난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예 총선에 파묻힌 정치권의 관심조차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 비준동의안 처리의 향방이 매우 불투명해 협정의 조기 발효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적으로 총선 이후 정국이 변수가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대통령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측은 아직도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선 과정에서 일부 유력후보들이 FTA 재협상론을 제기하고 있어 의회통과를 확신할 수 없고,무엇보다 의회통과의 선결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들의 "쇠고기 시장개방 없이 FTA의 의회비준은 어렵다"고 거듭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이 문제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FTA에 대한 우리 국회와 미국 의회의 조기비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18일과 19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간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쇠고기 수입문제를 치밀하게 재점검하는 등 FTA 문제 해결에 대미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ㆍ미FTA 협정을 조기예 비준하고 빨리 발효시키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擴散)시키는 데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03목] ‘엄단’ 호들갑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가 아동 성폭력 범죄를 더욱 엄단하는 방향으로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동 성폭력 범죄의 법정 형량을 높여 집행유예를 어렵게 하고, 가석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 등이 뼈대다.

   당연한 조처로 볼 수 있다. 전체 성폭력 피해자의 25% 정도가 13살 미만일 정도로 아동 성폭력은 이미 심각하다. 재범률도 50% 이상이라고 한다. 자기보호 능력과 성적 결정 능력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만큼, 더욱 엄한 처벌과 보호를 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일이 한차례 호들갑으로 끝나진 말아야 한다. 2006년 서울 용산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도 법무부는 비슷한 대책을 내놓고, 법을 개정했다. 그런데도 또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할 때다.

  그러자면 처벌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몇 차례의 법 개정으로 제도적 장치는 마련했지만, 실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선 아직도 피해 아동의 녹화 진술 등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 아동의 정신적 충격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반복 진술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 애꿎게 고통을 겪거나 범죄자가 처벌을 면하지 않도록, 법원과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아울러 아동 성폭력의 60% 이상이 가까운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만큼, 아동 성폭력 신고 제도나 보호명령제 등 현실적인 보완책도 더 필요하다.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얻으려면 처벌과 함께 성범죄자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다만, 이런 노력이 피고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데까지 이르러선 안 될 것이다. 적법 절차와 과잉 형벌의 금지는 우리 사법체계의 근간이다. 이를 경시하는 듯한 김경한 법무장관의 최근 언급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동아일보 사설-20080403목] 아동 性범죄를 보는 ‘사회적 인식’ 바꿔야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용의자 이모(41) 씨는 10년 전 아파트 옥상에서 9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불과 1시간 전에는 8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그 말고도 5∼9세 여아 3명을 더 추행했다. 2006년 5세 여아를 성추행하고서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50대 남자는 출소 후 피해자 가족을 협박하고 재범을 하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아동 성폭행범은 2명 중 1명꼴로 재범을 저지른다. 선진국은 무관용(無寬容) 원칙에 따라 강도 높은 처벌을 하고 출소 후에도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다.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에 대한 법정형이 우리나라는 징역 5년 이상인 데 비해 미국 44개 주는 25년 이상이다. 전자 발찌를 채우고 재범 우려가 높으면 형기가 끝나도 별도 시설에 수용한다. 아동 성범죄를 대하는 사회인식이 우리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우리는 현재 법으로 정한 처벌기준도 제대로 못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피해자 수는 4년 새 68% 늘었지만 구속률은 30%대까지 떨어졌다.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진술에만 의존하는 우리 수사의 한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전과자 400여만 명의 DNA 자료를 유전자검사시스템(CODIS)에 모아 활용한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일산사건 용의자의 경우 폐쇄회로(CC)TV 앞에서 아이를 폭행하다가 발각되자 유유히 사라졌다. 출소 2년 만에 재범이 가능한 것은 아동 성범죄를 강도·절도보다 가벼운 범죄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지적한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단순폭행’으로 처리한 것 역시 아동 성폭행의 죄질에 대한 인식이 안이한 탓이 크다. 

  법무부가 아동 성폭행·살해범을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일각에서 인권침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아동 성폭행범은 방어 및 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악하다.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 인권이 먼저다. 

 

 

[조선일보 사설-20080403목] 안산 주민센터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호수동 주민센터는 다른 동사무소들이 문닫는 오후 6시가 되면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공무원 근무 사각(死角)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네 명의 직원이 밤새 주민들을 맞는다. 출·퇴근길 직장인이나 장 보고 오는 주부들이 주민등록 등·초본과 인감증명서를 뗀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고교생들도 하굣길에 들른다. 공무원 근무시간에 맞춰 올 필요도 없고 굳이 학교를 조퇴할 이유도 없다.

  안산시가 지난달 3일 호수동과 상록구 본오3동 두 곳에 마련한 연중 무휴 24시간 민원센터엔 3월에만 4117명이 찾아와 서류 43종 8537건을 떼갔다. 하루 141명, 294건 꼴이다. 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동사무소 야간 서비스를 원해 왔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실적이다. 2교대 8명의 많지 않은 직원들이 일궈낸 큰 변화다.

  안산시는 시민 중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 일과 후 행정서비스 수요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24시간 주민센터 아이디어를 냈다. 민원서비스가 필요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파악하는 준비작업도 했다. 실제 운영해 보니 휴일인 토요일 이용객이 20%에 이르렀고 이용 시간은 퇴근길 오후 6~10시와 출근 전 오전 7~9시에 집중됐다. 공무원 근무 사각시간이 오히려 주민들에겐 긴요한 시간대였다는 얘기다.

  24시간 근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공무원노조 반대도 있었지만, 안산시는 희망자를 모집해 승진에 반영하고 하루 6시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 불만을 줄였다. 안산시는 승진심사에도 주민대표를 참여시켜 지난달 5·6급 공무원 한 명씩을 승진시켰다. 오는 11월부터는 4급 승진자를 주민 1000명의 찬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누구보다 주민에게 충실한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은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공무원 조직을 보며 누가 주인이고 머슴인지 혼란스러워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 해결하는 것은 공직사회 개혁의 출발점이다. 주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그 주인을 감동시키는 안산시 개혁바람은 전국 읍·면·동 사무소 3500곳으로 번져 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80403목] 고물가 시대 고착화하나 

 

  물가가 좀체로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물가잡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역부족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9%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물가억제 목표선인 3.3%를 웃돌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물가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수그러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한다. 고물가 기조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성장률도 정부의 목표치인 연 6%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국제수지 적자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한국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의 가계와 직결된 생활물가가 크게 뛰는 것이 문제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9%나 치솟았고, 새 정부가 핵심관리 품목으로 선정한 52개 생필품 중 44개나 가격이 올랐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고통이 그만큼 더 크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물가 상승국면에서 최대의 적이라고 꼽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정부가 ‘반시장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간접적인 가격통제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 쓰나미’로 불리는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유가와 곡물, 원자재 폭등 등 대외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력 행사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과거 1,2차 오일쇼크 때처럼 각 경제주체가 합심한다면 지금의 위기국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기업의 경영 애로요인을 적극 제거해주고, 기업은 투자 확대로 활로를 개척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가계 역시 해외 씀씀이를 줄이는 등 정책당국의 노력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특히 환율과 금리, 재정 등 거시정책을 안정 기조 위에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칼럼-기자메모/오관철(경제부)-20080403목] ‘재벌, 은행 사금고화’ 대처방안 있나 

 

  정부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정책이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 앞뒤가 뒤바뀐 느낌이다. 금산분리가 허물어지면 재벌이 금융사를 사금고화해 국민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조차 “금융당국이 재벌의 속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의 주요 정보도 재벌 손에 들어갈 게 뻔하다.

  정작 금융위원회는 사후 감독을 강화한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재벌의 은행 소유가 가져올 병폐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대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당국의 역량이 이미 충분한 수준에 와 있는지도 의문이다.  요즘에는 금융위가 국민의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호소해 재벌의 은행 소유에 따른 부작용을 외면하고 넘어가려는 낌새마저 엿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2일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가 국내 시중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투기자본보다 전략적 투자를 하는 곳만 유치할 것”이라는 금융위 고위 관계자의 언급이 있었다. 사실 금산분리 완화 주창론자들은 줄기차게 토종자본에 의한 은행 인수와 국내 자본 역차별 완화를 근거로 제시해 왔다. 그 때마다 항상 도마에 올랐던 게 론스타였다. 그러나 론스타의 경우 산업자본으로 비금융주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돈이 급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외환은행을 내준 것이라는 지적도 간과해선 안된다.

  금융의 글로벌화를 지향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나는 금산분리 완화에 앞서 세계적 은행들의 내부 감시체제는 어떠한지, 고객들의 높은 신뢰 수준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선진국의 감독체계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등을 먼저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