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3월 19일 수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3. 19. 22:07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19수] `한국판 카길` 출범 빠를수록

 

  한국판 카길사(미국의 초국적 농식품회사)를 설립하는 등 농어업의 2,3차 산업화에 발동이 걸릴 모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농어업을 돈버는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식량안보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과 맞물려 농어업계는 물론 경제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실 지금은 재래적인 1,2,3차 산업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제조업,서비스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농어업도 더 이상 과거의 농어업이 아니다. 2,3차 산업과 접목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다. 선진국 농어업은 바로 이런 변화와 혁신(革新)을 통해 생산성도 높고 부가가치도 높은 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해 낼 이유가 없다.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선 미국의 카길사처럼 농식품회사는 물론이고 미국의 선키스트처럼 생산자들이 힘을 합쳐 글로벌 단일 브랜도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새 정부가 종전의 농림수산부를 식품산업 업무를 추가한 산업부처로 만든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들이 성공하려면 달라져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농지, 산지와 관련한 규제가 문제다. 농어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지 않는 한 세계적 농식품회사나 브랜드가 탄생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또한 경쟁력을 높이려면 유통혁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고,농어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앞장설 CEO들도 있어야 한다. 규제, 유통, 인력 등에서 앞으로 치밀한 세부전략이 강구되어야 할 이유다.

  치솟는 국제곡물가격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단기적 안정책과 함께 장기 대응책도 내놨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민간기업의 해외농업자원 개발이다.

  남미 등 농지가격이 싼 곳에 식량기지를 구축하는 등의 사업은 해외자원개발과 마찬가지로 일관성있게 추진해야만 비로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량안보에 대해 여기저기서 우려(憂慮)하는 시각도 있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또 산업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19수] 감춰야 할 공약이라면 폐기하는 게 옳다

 

  한나라당의 4·9 총선 공약 목록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지워졌다. “대운하에 대해선 오해를 빚거나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는 게 그 이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운하 추진을 4월 총선공약으로 내걸어 국민 심판을 받은 뒤 늦어도 내년 초엔 착공하겠다고 강조해 왔던 게 현정부와 여당이다.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1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운하로 국운을 융성하게 하겠다는 게 당선인(이명박 대통령)의 굳은 의지인 만큼 총선에서 총체적으로 국민 동의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이 선거에서 국민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공약을 내놓고, 지지가 없는 정책들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특히 정부·여당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거나, 때론 잘못된 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운하 공약을 놓고 한나라당이 취하는 행동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재오 의원은 ‘대운하 반대’를 내걸고 서울 은평을에서 그에게 도전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무소속으로 나선 박근혜계 의원들은 모두 ‘대운하 반대’를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드러내는 핵심 사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나라당은 대운하 건설을 총선 공약에서 뺐지만, 이 공약을 포기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더 수렴해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표를 위해서라면 국민을 잠시 속이는 것도 괜찮다는 발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대운하 공약을 뒤로 숨겨 총선에서 표를 얻은 뒤 다시 추진해도 국민이 묵인해줄 거라 생각한다면 이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는 지난해부터 숱한 논란과 비판이 제기됐다. 지금 국민의 냉담한 반응은, 이 정책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내렸음을 뜻한다. 한나라당은 국민 지지를 끌어낼 자신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깨끗이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게 정도다. 국토 전체를 헤집을 중요한 정책을 가지고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동아일보 사설-20080319수] “노조도 예의를 갖추겠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제 취임 인사차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방문해 “노조도 예의를 갖춰 대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노조를 우습게 보는 기업이 있으면 교육을 해서라도 (파트너십을 가지도록) 깨우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다짐처럼 노사가 격조(格調)까지 갖추고 상생을 추구한다면 나라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것이다.

  그동안 노사 충돌 현장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뛰어넘고 회사의 기본적인 위계질서조차 무시한 막가파 식 폭언과 폭행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시무식장에서는 성과급 삭감에 불만을 품은 일부 노조원이 소화기를 뿌리며 난입해 사장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4년 전 어느 대기업에선 노조원들이 회장의 얼굴을 본뜬 인형의 목을 베는 ‘참수 퍼포먼스’를 벌였다. ‘노동’이 ‘자본’을 이처럼 적대시하는 것은 자신들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노조도 이제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

  최근 들어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노사 자율 합의로 무분규 임금 동결을 선언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 노사관계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LG전자 동국제강 대한항공 등 10여 개 대기업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했다. 민생과 직결되는 공공부문 노조인 서울시버스운송조합 노조는 최근 물가상승률(작년 2.5%)보다 낮은 2% 임금 인상에 합의하고 무파업을 선언했다. 수구적(守舊的) 강경 정치투쟁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틀린 구태(舊態)에서 벗어나는 게 현명하다. 악동(惡童) 노릇도 한때지, 평생을 좌충우돌로 지새워서는 구원받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노총의 장 위원장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힘쓰고, 정부는 공공요금과 등록금 동결 같은 물가인상 억제책을 내놓으며, 노조는 임금 동결과 생산성 향상으로 손을 맞잡는 노사정(勞使政) 공동선언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노동계 지도자로서 용기(勇氣)와 대안(代案) 있는 그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조선일보 사설-20080319수] 티베트 사태 자치권 확대로 풀기를

 

  티베트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중국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는 18일 불안한 정적에 싸여 있다고 한다. 중국이 현장 취재 외국 기자들을 추방해 진상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중국군의 발포로 티베트인 100명 이상이 숨졌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시위주동자 자수기간이 끝났다"고 선언하자,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대학살이 벌어질 수 있다"고 국제 사회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달라이 라마가 유혈시위의 배후"라고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은 원(元)나라 때부터 티베트가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티베트 족이 이 지역에서 독자의 언어로 고유의 문화를 일구며 살아온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한때는 중국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기도 했다. 1950년 티베트를 강제 점령한 중국은 티베트 역사와 전통, 그들이 숭상해온 불교까지 말살하려는 정책을 폈다. 중국은 얼마 전부터는 한족(漢族)의 티베트 이주를 크게 늘려 티베트를 중국화하려는 서남공정(西南工程)을 추진했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보다 먼저 일어난 일이다.

  티베트인들은 1959년과 1989년 중국의 티베트 지배에 대규모 항쟁을 벌였지만 모두 큰 희생자를 내며 무력으로 진압당했다. 지금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1989년 유혈 진압의 현장 지휘자였다.

  중국은 면적이 한반도의 6배에 이르고 각종 광물자원 70여종이 묻혀 있는 티베트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티베트가 독립하면 다른 54개 소수민족을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의 중국화(中國化)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번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티베트의 충돌은 인종과 역사, 종교와 문화가 총체적으로 부딪치는 갈등이다. 이런 대립은 어느 한쪽의 일방 승리로 끝날 수 없다. 베이징 올림픽 성공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중국이 이번 사태로 베이징 올림픽이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지는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 티베트인들은 독립 추구 강경파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온건파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온건파와 대화하고 타협하는 길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사설-20080319수] 농심 생쥐머리 새우깡 경악스럽다
 
  주식회사 농심의 대표상품인 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출시된 이후 40년 가까이 변함없는 인기를 누려 온 ‘국민과자’이기에 소비자들은 더욱 경악스러웠을 것이다. 더구나 농심은 지난 2월 말 충북의 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노래방 새우깡’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난을 사고 있다.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면 이런 사실을 접한 즉시 제품 회수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농심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진상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달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기에 급급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농심은 어제 사과문과 함께 해당 제품을 전량 폐기하고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노래방 새우깡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를 만회할 방법은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식품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뿐이다.

  대용량 새우깡은 중국 현지 공장인 청도농심푸드공장에서 반제품 상태로 만들어져 국내 부산공장에서 완제품으로 가공된다고 한다. 식약청 추정대로 중국 현지 공장의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곳의 위생상태가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농심은 사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전 생산공정, 특히 외주 단계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점검할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언론과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경향신문 사설-20080319수] ‘국민 스낵’ 새우깡의 이물질 오염 파동

 

  1971년 첫선을 보였으니 올해로 37년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하는 광고 노래는 아이든 어른이든 가리지 않고 입에 올랐다. 농심이 만드는 새우깡은 연륜으로나 판매량으로나 가히 ‘국민 스낵’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대형포장 제품인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오염물질이 나왔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 ‘새우깡’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규명 과정을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신고 접수 이후 농심의 안일한 대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부실한 현장조사에서 드러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다.

  농심은 지난달 18일 소비자의 신고를 받고 나서 자체 원인조사만 했을 뿐 이렇다할 안전대책을 취하지 않은 채 쉬쉬했다. 조사해 보니 이물질 오염이 예외적인 일로 판단돼 자진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농심 측 해명이다. 하지만 식약청이 지난 13일 조사에 나서자 농심은 그동안 괜찮다며 팔고 있던 제품들을 부랴부랴 수거하기 시작했고, 17일 오염사실이 공개되자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국민 스낵을 만드는 회사치곤 해명도 군색하고 대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식약청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입수해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면 새우깡 오염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식약청의 실태조사는 실망스럽다. 농심 측이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제의 이물질을 확보조차 하지 못한 채 ‘생쥐 머리로 추정’했을 뿐이다. 심지어 식약청 관계자는 “오염물질이 생쥐인지 아닌지가 왜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식품안전 파수꾼의 발언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새우깡 너마저’라며 할 말을 잃고 있다. ‘농약 녹차’ ‘곰팡이 소시지’ ‘대장균 분유’ ‘식중독균 이유식’ 등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대기업 제품의 먹거리 사고는 믿고 먹을 게 없다는 한숨을 절로 나오게 만든다. 사고 때마다 더 이상은 소를 잃지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하지만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식품업계와 식약청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