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3. 17. 17:18
 

 

[한국일보 사설-20080317월] 국제사회 이목 쏠린 티베트 유혈시위

 

  중국 티베트, 시짱(西藏) 자치구의 유혈사태는 1989년 이후 지속된 평온이 갑자기 깨진 데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도 뜻밖의 충격을 받았다는 폭력사태는 진정되는 조짐이지만 유동적이다. 사태의 의미와 향방을 옳게 가늠하려면 배경부터 정확히 헤아릴 필요가 있다. 중국 경찰의 발포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망명단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직 없다. 진압경찰이 최루탄을 주로 쓰고 있다는 목격담에 비춰, 10명이 숨졌다는 공식 발표와 30명 선이라는 증언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민간에 총기가 많아 유혈 충돌의 개연성은 남아 있다.

  사태의 발단은 1959년 무장봉기 날짜에 맞춰 수도 라싸의 라마교 승려들이 독립과 종교자유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인 것이다. 경찰이 사찰을 봉쇄하자 승려 2명이 분신을 기도, 이에 자극된 시민들이 중국인 상점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소요가 확산됐다.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 특히 티베트에 관심이 많은 서구 언론과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터진 유혈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사태의 배경을 중국의 주권 침탈과 인권 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경솔하다. 1959년 망명한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오래 전부터 "독립은 역사적 맥락에 맞지 않는다"며 자치 확대와 고유문화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 또 중국은 초기 억압정책에도 불구하고 봉건적 신정(神政)체제와 착취구조를 해체, 교육 의료 철도 등 근대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특권적 지위를 잃은 승려와 망명 지배계층이 인권 탄압을 빌미로 독립을 요구하는 것에 서구가 동조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비판도 많다.

  중국이 외세 개입을 의심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진상은 알 수 없으나 안팎의 불만세력이 올림픽에 이목이 쏠린 틈을 타 분란을 꾀한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자제와 평화적 해결 노력이 무엇보다 긴요하지만, 외부세계도 사태를 과장하거나 지레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17월] 티베트인 자치권 보장이 순리다 

 

  티베트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인된 것만 해도 주요 기관 40여 곳이 불타고, 30여명이 숨진 것으로 외신이 전한다. 중국 정부의 유혈진압에 대한 티베트인의 분노와 저항의식이 들끓고 있어, 언제 어디서 대규모 충돌과 인명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제국주의적 병탄에서 비롯된 독립봉기와 무력진압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안타깝다. 

  중국 정부는 무력진압을 포기하고, 티베트의 자치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 즉각적인 독립을 촉구하는 주장도 있지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티베트의 독립은 불허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다. 유혈사태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티베트는 아시아의 패권을 각축하는 인도와의 관계에서 전략적 요충지다. 매장된 자원 또한 풍부하다. 게다가 티베트의 움직임은 다른 59개 소수민족을 자극할 게 자명하다. 그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미 두 차례나 티베트 독립봉기를 철저하게 무력으로 진압했다. 1959년 봉기 땐 10만여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그때 세워졌다. 89년 봉기 때는 당시 티베트자치구 서기였던 후진타오 주석이 무력진압을 지휘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탓인지,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도 정치적 독립 대신 자치권을 요구하는 현실노선으로 돌아섰다. 그는 “(나는) 분리주의자가 아니다. 티베트인에 의한 자치를 원할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오히려 강압정책의 수위를 더 높였다. 달라이라마 등 승려 지도자들을 대중들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불교탄압 정책까지 강화했다. ‘서북공정’이라 하여 티베트 역사를 중국 역사 속에 편입시키는 작업도 했다. 여기에 한족을 티베트로 이주시키는 대규모 식민정책까지 펼쳤다. 티베트인의 자긍심을 거듭 짓밟았던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과거 두 대규모 독립봉기와 달리 이런 강압정책에서 비롯된 바 컸다. 

  물론 중국 정부가 주장하듯이 중국의 균열을 추구하는 외부의 힘도 의심해볼 수 있다. 실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반중 시위가 잇따른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자치권조차 허용하지 않으려고 유혈진압을 일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올림픽을 백번 하더라도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없다. 

 

 

[동아일보 사설-20080317월] 기아차 勞使견학단의 ‘도요타 충격’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찾은 기아자동차 노사(勞使) 견학단은 도요타 근로자들이 로봇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러야 했다. 작업 라인에는 쉴 새 없이 일감이 밀려와 동료와의 잡담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기아차 노조 간부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라고 표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거리가 없어 빈둥대는 유휴 인력을 활용해 인기 차종의 생산 물량을 늘리고 싶어도 노조의 전환배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생산을 포기하든지,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기아차가 카렌스 라인의 근로자 96명을 모하비 라인으로 옮기는 데만도 1년이 넘게 걸렸다. 도요타 근로자들은 하나의 작업 라인에서 7가지 모델을 거뜬히 만들어 낸다. 이러니 기아차의 생산성이 도요타의 60%밖에 안 된다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도요타를 세계 자동차 업계 정상에 올려놓은 힘의 원천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회사 발전을 위해 건전하게 경쟁하는 노사 관계다. 도요타 노조는 해마다 춘투(春鬪) 시즌이 되면 회사 측의 양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하지만 집회는 점심식사 시간과 퇴근 후에만 갖는다. 어떤 경우든 공장 조업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도요타 노조 간부들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멀리는 미국, 가까이는 한국이라는 점을 노조원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경영진은 투명경영과 고용안정으로 직원들의 협조에 부응한다. 정규직은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생산직은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자금 여유가 생기면 흥청망청하지 않고 회사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임금 동결이나 소폭 인상에 동의한다. 

  기아차는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파업했지만 도요타 노조는 무분규 기록을 올해로 58년째 이어가고 있다. 기아차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도요타가 7년 연속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한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기아차 노사견학단이 도요타에서 받은 충격이 일회성 감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20080317월] 정동영 대 정몽준의 대결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16일 당의 서울 동작을 출마 요구에 대해 "입당할 때 당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 동작을에서 저의 정치적 인생을 새로 쓰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 지역엔 이미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대선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정 최고위원 출마에 대해 정 전 후보는 "깨끗하고 좋은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2002년 대선 후보였고, 정 전 후보는 작년 대선 후보였다. 양당의 대선 후보급 인사가 각자의 정치 생명을 걸고 정면으로 맞붙게 된 것이다. 4·9 총선 최대 빅매치이자 우리 총선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대결이다.

  두 사람 모두 원래 지역구는 동작을이 아니다. 정 최고위원은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을 했고 이번에도 이곳에서 당의 공천까지 받은 상태였다. 정 전 후보는 전주 덕진에서 두 번 당선됐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원 지역구에서 출마했다면 쉽게 당선됐을 것이다. 그러나 당의 전국적 총선 전략에 따라 위험을 안고 승부수를 던졌다. 정 최고위원의 경우엔 동작을이 과거 5번의 총선에서 한나라당 쪽이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지역인 만큼 결심이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희생과 승부에서 감동을 느낀다. 아무런 정치적 비전 없이 그저 국회의원 한 번 더 당선되는 것에만 목을 매고 안전 운행밖에 모르는 많은 정치인들은 두 사람의 결단에서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의 대결은 서로 사활이 걸린 승부인 만큼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선거에서 불상사가 발생하면 누가 이기든 빛바랜 승리가 될 뿐이다. 치열하되 깨끗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

  한나라, 민주 양당의 공천 경쟁은 막바지에서 불꽃을 튀기고 있다.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와 정 전 후보를 서울의 북쪽과 남쪽에 출마시켜 남북 벨트를 형성하자, 한나라당은 정 최고위원을 긴급 투입해 이 맥을 끊으려 하고 있다. 민주당이 호남 물갈이로 충격파를 일으키자 한나라당은 더 큰 영남 물갈이로 대응했다. 한나라당은 '꼿꼿 장관'이라는 평을 들은 김장수 전 국방장관을 비례대표로 공천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다. 양당의 외부 인물 영입 경쟁도 볼 만하게 됐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80317월] 캠프 데이비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외교사에 길이 남을 정상회담의 상당수가 미국 대통령의 주말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뤄졌다. 2차대전 때 대독(對獨) 전선을 논의한 루스벨트-처칠 회담, 미·소 해빙 무드를 연출한 아이젠하워-흐루쇼프 회담, 중동 평화의 해법을 내놓은 카터-사다트-베긴 회담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긴장감에 휩싸이게 마련인 백악관과 달리 별장이란 공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진솔한 대화로 이어져 회담 성과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별장 외교’를 가장 애용한 사람을 꼽자면 단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닐까 한다. 그는 전임자들이 활용해 온 캠프 데이비드뿐 아니라 부시 일가의 사유지인 텍사스 주의 크로퍼드 목장과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 별장까지 개방했다. 그러고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교묘히 회담장을 달리했다. 가장 극진한 예우는 부시 대통령의 ‘안방’격인 크로퍼드 목장으로의 초대였다. 2001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상견례를 갖고 의기투합한 뒤 다음번엔 크로퍼드로 부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좋은 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방미길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청와대가 공식 발표했다. 동맹국 대통령이 이제야 처음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받았다는 건 아무래도 때늦은 감이 있다. 

  실은 2005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도 별장 회담이 추진됐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라크 전쟁에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군대를 보낸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미국 측도 한때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몇몇 참모의 반대 의견에 부닥쳐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간단한 인사말조차 굳이 통역을 고집할 만큼 격식에 집착한 당시 청와대의 ‘자주파’로서는 근엄해야 할 정상외교를 별장에서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정권의 한·미 관계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내친김에 캠프 데이비드에 얽힌 얘기, 한 가지 더. 지난해 4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를 위해 부시 대통령이 주재한 오찬 테이블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메뉴가 올라왔다.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치즈버거였다. “우리 쇠고기를 드시고 안전을 확인한 뒤 수입 규제를 풀어 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때의 일본이나 지금의 한국 모두 쇠고기 수입 문제가 대미 관계의 현안이 돼 있긴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에겐 어떤 요리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경향신문 사설-20080317월] 공교육 망가뜨리는 학원 권력 

 

  전국의 고 3학생 52만명이 치른 2008 전국연합학력평가시험의 일부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리 45개 문제 중 19개 문제가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이 낸 예상문제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학원 측에선 “기출 문제를 분석하다 보니 예상이 적중된 것”이라고 둘러대는 모양이나, 문제를 미리 보지 않고는 그처럼 똑같이 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자초지종을 철저히 밝혀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학원의 무분별한 경쟁이 공교육의 근본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이번 시험은 대입전형이나 내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단순 참고용 평가였다. 그런데도 문제가 유출되었다는 것은 학원들이 공교육의 시험정보를 빼내는 데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학원에 가면 뭔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학생들을 모으려는 장삿속이 판을 치는 것이다. 

  얼마전 홍익대 미대 실기시험 문제 유출사건이나, 김포외고 입시 부정사건도 원인을 짚어보면 한결같이 그 중심에 학원이 있다. 학원이 공교육 현장에 검은 손을 뻗치고 일부 몰지각한 교사가 호응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학원이 학교 시험문제를 빼내 장사를 한다는 것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런데 최근 넉달 사이 세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는 것은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대형화, 기업화한 학원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법·불법 경쟁을 일삼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선 학원 관련 규제의 허점부터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부정을 저지르다 적발돼 등록이 말소된 학원도 이름만 바꾸면 다시 영업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래서는 유사 사건을 막을 수 없다. 부정한 학원 업주와 교사는 시장과 교단에 다시는 발 붙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대증요법과 함께 공교육을 바로세우는 노력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결국 공교육의 정상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