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4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한국일보 사설-20080314금] 우리 경제 목 죄는 백수 300만
일자리가 없는 사실상의 ‘백수(白手)’가 300만명을 넘었다. 실업자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냥 쉬는 사람들과 취업 준비자들이 급증하면서 고용대란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냥 쉬는 사람이 162만 8,000명이나 된다. 2003년 1월 이후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취업준비자도 60만7,000명으로 처음으로 60만명을 돌파했다. 2월의 취업준비자는 지난해 2월보다 8만6,000명이나 증가했다. 2월 현재 실업자 81만9,000명과 그냥 쉬는 사람, 취업준비자를 포함할 경우 일할 능력이 있지만 놀고 있는 백수가 무려 305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2월의 신규 취업자는 21만명에 그쳐 새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연간 60만개 일자리 창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통해 밝힌 일자리 수정목표 35만개에 비해서도 미흡하다.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진 것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이대로 가면 실업자나 노는 사람들의 일자리 대책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당장 4월 총선에서 일자리 문제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은 투자 촉진과 규제 완화로 풀어야 한다. 투자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공장 설립에 필요한 각종 규제를 혁파, 세계최고 수준의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장 짓는 데 수년이 걸리고, 골프장 만드는 데 수백 개 도장을 찍어야 하는 ‘규제공화국’에선 기업의 해외 탈출이 늘어날 것이다. 창업을 힘들게 하는 연대보증, 어음제도를 개혁해서 창업천국을 만들어야 한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과 시장 개방을 서두르는 것도 긴요하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도입된 비정규직 관련법(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에 대한 규제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정적이지만, 이 제도가 비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지 않는지 냉철히 점검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14금] 삼성에 ‘면죄부’ 주는 게 삼성 특검인가
삼성 특검이 어제 특검의 수사 대상 중 하나인 ‘이(e)삼성 사건’의 이재용씨 등 피고발인 28명 모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 사건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씨가 이삼성 등 인터넷 회사들을 운영하다 200억원 이상의 큰 적자를 내자 삼성 계열사 9곳에서 이씨 등의 지분을 비싸게 사들여 손실을 벌충해 주고 회사엔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법적으로는 지분매입 결정이 각 회사의 순수한 경영판단인지가 핵심이다.
특검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했다. 특검은 이삼성의 설립과 운영은 물론, 문제된 삼성 계열사의 지분 인수 결정이 모두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지시와 주도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구조본의 관여를 부인해온 삼성의 지금껏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특검은 그럼에도 계열사들이 적정한 주식가치 평가와 정상적 의사결정 절차를 거쳤으니 지분 매입이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부당한 명령은 있었지만 절차를 거쳤으니 괜찮다는, 영락없는 형식론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삼성 구조본은 회장 직할로, 삼성 안에서 누구도 그 지시는 거역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계열사들이 투자 적정성 판단을 한다고 해서 독자적 결정을 할 수는 없는 구조다. 인수 뒤 곧 투자원금의 60% 이상을 날리는 어처구니없는 의사 결정을 9개 회사가 함께 했다는 게 정상이라고 우길 수도 없을 게다. 지분 인수에 적용된 주식가치 평가방법에 대해서도, 다른 적정한 기준이 있는데 유독 이씨에게 유리한 방법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검이 삼성에 면죄부를 주기로 작심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 핵심 당사자인 이재용씨는 한나절 조사를 받았을 뿐이고, 피고발인 28명 가운데 17명은 아예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수사 결과를 그대로 믿긴 어렵다.
더 큰 걱정은 이번 결론이 특검의 수사결과 전체를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데 있다. 경영권 승계 의혹과 비자금 조성 및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처럼 제대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실체엔 눈 감은 채 법적 형식론으로 도피하려 한다면 우리 사법체계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된다. 공 못지않게 과도 많은 삼성의 전횡을 바로잡을 기회도 영영 놓치게 된다.
[동아일보 사설-20080314금] 超고유가 시대, ‘에너지 아끼기’ 행동에 나설 때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110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새 86%가 폭등했으니 가히 ‘유가 폭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국내의 출퇴근길 교통량이 줄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남산1호 터널 교통량은 기름값이 급등한 전년도에 비해 겨우 0.5% 줄었을 뿐이다. 승용차 운행 요일제를 실시했는데도 그렇다. 출퇴근길 승용차는 ‘나 홀로’ 운전이 많다. 기름값이 너무 뛴다고 투덜대면서도 대중교통 수단으로 갈아타는 사람은 적다.
고유가 현상은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카풀(자동차 함께 타기)을 이용하는 직원에게 통근수당을 지급하고 재택(在宅)근무를 권고한다. 국민도 자동차 에어컨 끄기, 급제동 급출발 안하기 등에 동참하고 있다.
자국에서 엄청난 원유가 생산되는 미국도 이렇게 비상(非常)인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초(超)고유가 시대를 이겨내야 할 우리 국민은 여전히 둔감하다. 일부 전문가는 배럴당 200달러 유가시대를 맞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아끼고 덜 쓰기’를 온 국민이 체질화할 필요성이 갈수록 절실해지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면 걷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에 비하면 ‘짧은 거리도 웬만하면 차를 타는’ 우리 국민의 생활습관은 유난스럽다고 할 만하다. ‘많이 걷는 것’은 일본인 장수비결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인은 가격 등락에 매우 민감한 반면 우리 국민은 대범(大汎) 또는 둔감(鈍感)하다.
‘에너지 아끼기’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터 나서야겠다. 청와대부터 말단 관공서까지 에너지 낭비 요인을 하나하나 찾아내 솔선수범으로 이를 제거함으로써 온 국민의 ‘에너지 절약’ 기풍을 진작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사무실 불은 환하게 켜놓고 가지 않는가. 컴퓨터 모니터를 끄지 않고 퇴근하지는 않는가. 여러 전선(電線)을 연결하는 멀티 탭은 꼭 ‘오프’로 전환하고 나가는가. 공무원부터 대중교통 이용에 모범을 보이고, 관용차 운행을 절제하며, 외국처럼 중소형 관용차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관공서, 산업체, 가정 등에서 온 국민이 실천할 필요가 있는 ‘에너지 절약’ 방안을 정리해 이를 솔선하고, 홍보하고, 국민의 동참을 호소해 성과를 거둬야겠다. 정부부터 비상을 걸고, 국민에게도 동참을 요구해야 한다. 10분 이상 사용하지 않는 전원을 끄는 것만으로도 전국적으로 연간 512억 원이 절감된다.
대도시에는 선전효과도 별로 없을 심야에 ‘나 홀로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적지 않다. 이런 모습으로 초고유가 시대를 이겨내기는 어렵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자재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안정적 자원 확보 못지않게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절약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소간의 생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에너지를 절감하고 친환경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초고유가 시대에 대처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20080314금] 정연주 KBS 사장의 배짱 경영
KBS가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서 2TV 오후 8시 뉴스를 폐지하고 그 시간 대(帶)에 코믹 연속극을 신설하고 1TV 주말 사극 '대왕 세종'도 2TV로 옮기기로 했다. 광고를 하는 2TV의 황금시간에 인기 프로를 배치해 그 시청률을 업고 광고수입을 더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KBS 노조는 "공영방송이 돈벌이에 지나치게 골몰한다는 비난을 부르는 것과 함께 시청자 신뢰도 잃을 것"이라며 "정연주 사장의 무능한 경영 능력을 또다시 보여준다"는 성명을 냈다.
2003년 정연주씨가 KBS 사장으로 취임하고선 그 이전까지 흑자였던 KBS가 2004년에 638억 원이라는 창립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05~2006년엔 법인세를 환급 받아 간신히 외형상 적자를 면했지만 2007년 다시 279억원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제작비는 2004년 13.9%, 2006년 15.1%나 증가했다. 감사원이 2004년 특별감사에서 부적절한 경비·예산 집행을 지적하고 2007년 방송위원회도 비용 절감을 요구했지만 연간 지출은 1조3000억원대로 거의 그대로 였다. 배짱 경영이다. 구멍이 뚫리면 결국 정부가 메워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올해엔 아예 지출을 크게 늘려 439억원 적자예산까지 편성했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가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 이사회 의사록과 프로그램 제작비 등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낸 것도 이렇게 방만한 경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법원도 1·2심에서 KBS에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KBS는 대법원에 상고(上告)했다. 예산 집행내역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슨 냄새 나는 비밀이 그리 많은지 궁금하다.
KBS 내부에서부터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정 사장의 잔꾀'로 보는 시각이 많다. 노조는 "경영 적자를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 강화로 극복해야지, 수신료 안 올려 주면 상업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위력을 과시하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80%가 넘는 KBS 직원들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사장은 KBS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능력이 없다"고 했다. 5년 누적 적자 1500억 원을 기록한 경영자에 대한 당연한 평가다.
정책도 유류세 인하 등 ‘반짝 효과’에 그칠 정책보다는 수요 감소를 지속적으로 유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편,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경차 지원 확대 등 환경친화적인 대책을 체계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일이다.
산업계도 공정(工程) 전반에 비효율이 없는지 따져보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자세로 낭비적 요소와 거품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경영 압박이 가중되는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은 작은 불편쯤은 기꺼이 참아내겠다는 자세를 서로 전파(傳播)할 필요도 있다. 우리 국민은 사회적으로 ‘그래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진작되면 아주 잘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안전벨트 매기, 금 모으기 등 여러 사례가 있다.
대중교통 이용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책이다. 자원 절감, 교통소통 원활화, 대기오염 완화, 온실가스 감축, 건강 증진 등 1석5조의 효과가 있다.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교체하기만 해도 70%가 절전되고 전구의 수명도 8배나 길어진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유광종(국제부문 차장)-20080314] 명분과 실용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西遊記)』는 중국 고전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돌산에서 태어난 손오공이 중국인의 심성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흥미진진한 이야기 줄거리, 저팔계와 사오정을 필두로 하는 특이한 캐릭터를 우선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관계를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장법사는 불경을 얻기 위해 서역으로 수만리 여정을 떠나는 구도자(求道者)다. 이에 비해 손오공은 그의 숭고한 뜻을 현실화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실행자다. 뜻이 아무리 높다 한들 그를 뒷받침하는 방법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불경을 얻으러 가는 삼장법사는 사실 현실적으로는 매우 연약한 존재다. 그를 지켜주는 손오공이 없을 경우 삼장은 그저 요괴들이 탐을 내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손오공은? 불경을 얻어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삼장의 거룩한 뜻이 그곳에 얹히지 못할 경우 손오공은 그저 돌원숭이에 불과하다. 싸움을 잘 해 천궁(天宮)을 어지럽히고 둔갑술로 요괴들을 골탕먹이는 정도의 싸움꾼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삼장은 사람이 마땅히 이뤄야 할 도(道)라 치부할 수 있을 것이고, 그를 이루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손오공은 재주를 뜻하는 술(術)이라 할 수 있다. 도와 술, 바꿔서 말하자면 명분과 실용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장자(莊子)는 “명분은 실제의 손님(名者實之賓)”이라고 말했다. 명분과 실제를 손님과 주인의 관계로 설정했다. 주인만 있고 손님이 없을 경우 체통이 바로 서질 않는다. 마찬가지로 주인 없는 손님이 있을 수 있을까. 명분과 실제의 함수관계를 따지는 논쟁은 동양사회에서 매우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명실론(名實論)’이다. 요약하자면 명분과 실제 어느 한 곳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둘이 서로 표리를 이루고 있어 함께 취해야 한다는 것.『서유기』는 이를 뭉뚱그려 재미난 이야기로 변주해 냈다.
요즘 실용론이 한창이다.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실용론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용론이 교조(敎條)로 변하면 곤란하다. 현실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유동적이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해 아우르는 명분도 그만큼 중요하다. 둘을 모두 섞어 때로는 실리로, 때로는 명분으로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게 뛰어난 리더십일 것이다. 실용의 화두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면 자칫 재주만을 뽐내는 원숭이 된다. 삼장의 숭고한 뜻도 함께 갖추자.
[경향신문사설-20080314금] 청소년 건강권 침해하는 심야학원 안된다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 규정을 삭제해 24시간 교습할 수 있게 해주는 조례안이 서울시 의회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시의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한나라당 소속 시 의원들의 의지가 뚜렷해 24시간 교습허용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머지않아 새벽까지 학생들을 붙잡아두는 학원이 곳곳에서 생겨날 판이다.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서울시교육청이나 시의회가 학원의 교습시간을 이렇게 기를 쓰고 늘려주려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에도 밤 10시까지로 된 시간제한을 11시로 1시간 연장하는 조례개정안을 제출했다가 국가청소년위원회를 비롯해 각계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그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는 것밖에 없다. 심야학원이 교육현장에 미칠 부정적 파장은 그대로인데,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연희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를 “현 정부 흐름에 맞게 규제를 푼 것”이라고 엉뚱하게 설명했다. 청소년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쯤으로 인식하는 발상이다. 나아가 그는 “학생의 건강은 학생 자신과 학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위 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말도 했다. 학생의 건강을 정부가 나몰라라 하겠다면 학교보건법은 왜 있고, 학교에서 학생들 체력 테스트는 왜 하는가. 학원 운영에 관한 법률에도 “교육감은 과외교습 시간을 정함에 있어 학교 수업과 학생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교습시간 제한을 없앴을 때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학원들은 특목고반, 명문대반 등을 내걸고 심야교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고, 학생들은 잠 잘 시간,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내신이 무시되면서 공교육의 입지는 좁아지고, 학부모들 져야 할 사교육비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로 작정한 게 아니라면 심야학원을 허용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