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4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한국일보 사설-20080304화]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재앙 황사
이틀 동안 지독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직경 10㎛ 이하의 미세먼지인 ‘PM10’의 시간 당 농도가 대구에서 최고 1,428㎍/㎥에 이르렀다. 800㎍/㎥이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두 시간 이상 지속되면 내려지는 황사경보 기준치의 두 배 가깝다. 올해는 예년보다 황사 발생이 늘어나리라는 기상청의 장기예보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황사는 국민생활에 이만저만한 불편과 손해를 안기는 게 아니다. 2002년 4,374개교가 휴업하고, 항공기 164편이 결항하고, 호흡기 질환과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또 백령도에서 관측사상 최고치인 농도 2,370㎍/㎥의 황사가 관측된 2006년 4월 8일의 어두컴컴했던 하늘을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봄의 불청객이자, 대표적 환경재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발생 원인과 한반도 전파 경로 등이 대체로 드러났는데도, 가까운 장래에 기대를 걸 만한 해결책도 없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경계를 이루는 고비사막 등의 건조지역과 황허(黃河) 중류의 황토고원 등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더 동쪽에 위치한 내몽골 고원과 만주 지역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와 가까워지면서 직접적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마른 땅에 봄철 특유의 상승기류가 발달해 바람이 불면, 흙먼지는 딸려 올라가게 마련이고, 그 먼지들이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한다.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단은 생각하기 어렵다.
중국 내 황사 발생지나 주요 이동경로에 관측소를 설치해 실시간 관측 자료를 받아보고, 주의보나 경보를 내리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미 중국과 협력해 10개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다시 5군데가 늘어난다. 앞으로도 장비와 시설 개선을 통해 관측망은 완벽해진다. 다만 어디까지나 관측일 뿐 황사 발생을 막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의 방법은 아직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황사주의보나 경보에 귀를 기울이고, 야외 활동 자제나 청결 유지 등의 행동요령을 각자가 습관화하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황사의 계절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04화] 공공요금 억제만으로는 물가 못 잡는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서민 생활안정 대책을 내놨다. 공공요금 동결과 함께 유류세와 출퇴근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국민주택기금 주택 담보대출 금리 동결,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 학원 수강료 표시제 점검, 소액 서민대출 은행 설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물가가 잡힐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유류세 및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가 고작이다.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는 인터넷에 비슷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학원 수강료와 행정 수수료 등은 1~2월에 이미 많이 올라버린 상황이다.
겉만 그럴듯할 뿐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물가 상승은 과잉 유동성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데다가 국제 원자재와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몇 가지 손대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경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경제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평균 7% 성장과 대운하 건설을 밀어붙이면서 경기부양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6% 성장이라도 하려면 감세와 규제 개혁만으로는 안 된다. 경기부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뜻까지 내비친 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접어야 한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도 잡고 성장도 이루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올랐다. 피부에 와닿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4.6%나 올랐다. 아파트 관리비, 학원비, 교통비, 행정수수료 등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진짜 물가를 잡으려면 과잉 유동성 축소와 원유 소비 절감 대책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에 대한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요금이나 세금 몇 푼 깎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 사설-20080304화] 교수 ‘철밥통’ 깨야 대학 경쟁력 생긴다
세계의 후발 주자로 대학 개혁에 나선 중국 베이징(北京)대는 2003년 대대적인 인사쇄신 조치를 단행했다. 교수 채용은 철저히 3년 계약제로 하고 정년이 보장된 교수도 연구 및 강의 실적이 부진하면 퇴출시키는 내용이었다. 교수진을 일류로 만들지 않고는 세계적 대학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이런 노력에 따라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별 대학경쟁력 순위에서 28위(조사대상 55개국)에 올랐다. 반면 ‘대학 개혁의 무풍지대’ 같은 한국은 40위에 머물렀다.
한국 대학에도 뒤늦게나마 개혁 바람이 부는 것은 다행이다. KAIST는 교수 6명을 재임용에서 제외하는 한편, 테뉴어(정년보장) 심사에서도 5명을 탈락시켰다. 국내에선 드물게 보는 고강도 조치다. 서울대와 고려대도 재임용 기준을 강화해 새 기준이 적용되는 2, 3년 후엔 무더기 탈락이 예상된다.
학생들이 매기는 강의평가 공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은 지난해부터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교수 3명을 강의에서 배제했다. 강의평가 공개는 학부로 확산돼 동국대는 교수 1049명의 지난 학기 강의평가 점수를 실명(實名)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테뉴어 진입을 어렵게 하는 단계이지만, 선진국에선 테뉴어 제도를 폐지하는 대학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더 과감하고 단호하게 교수 임용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총장 직선제의 부작용으로 무사안일과 온정주의가 만연한 국립대부터 변모해야 한다. 대학이 엄정하게 교수평가를 하면 정치 쪽을 기웃거리며 연구와 강의를 소홀히 하는 폴리페서(정치교수)도 줄어들 것이다.
지식경제 시대임에도 우리나라 대학경쟁력(40위)은 국가경쟁력(29위·IMD 조사)보다도 크게 처져 있다. ‘대학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 내부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교수 철밥통도 깨야 하거니와 경쟁력 없는 대학도 도태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80304화] 수만 명 '두만강 심청'들을 어찌할 것인가
조선일보가 영상물로 제작한 중국·북한 국경지대의 북한 여성 인신매매 현장은 눈뜨고 보지 못할 광경이다. 아버지는 굶어 죽고 어머니는 못 먹어 눈이 먼 집의 스물다섯 살 난 딸은 심청처럼 곡식 빚 300㎏의 절반을 갚는 조건으로 두만강 너머 중국인에게 씨받이로 팔려갔다. 150㎏ 곡식 값은 한국 돈으로 단돈 4만6000원. 개 한 마리만도 못한 값이다.
오늘 밤에도 두만강변 어디에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현재 중국에 숨어 사는 탈북자는 4만 명에서 10만 명 사이로 추정된다. 이 중 70~80%가 여성이고 이 여성들 중 상당수가 팔려 온 경우다.
팔려 온 북한 여성들에겐 4만6000원어치의 인권도 없다. 탈북자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아무렇게나 강간당하고 윤간당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인신매매 브로커나 단속 공안에게 강간당하는 경우도 숱하다고 한다. 중국 농촌에 팔려간 여성들은 중국인 남편의 매질과 성적 학대에 인간 이하의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산다. 밥 먹는 대가로 중국인 한 집안 전체 성인 남성의 성노리개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중국인 남편이 함께 살던 북한 여성을 옆집에 팔아 넘기기도 한다. 몇 해 전 국내 TV에서 몇 번의 인신매매 끝에 유흥업소에서 몸을 팔게 된 북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얼굴은 그 자체가 비명이었다.
짐승 같은 또는 짐승보다 못한 처지의 탈북 여성들이지만 그들은 그래도 붙잡혀 북송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한다. 봉건 습성이 남아 있어 남녀차별이 극심한 북한에서 보위부(경찰) 앞까지 끌려가게 되면 "여자는 인간이 아니다"는 걸 뼛속까지 느껴야 하는 모진 닦달을 당한다. 모두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이다.
평양의 당 간부 집이나 외화벌이 일꾼 집 여성들은 남한 여성들 이상의 생활을 한다고 한다. 뉴욕 필의 평양 공연장을 메운 여성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여성들은 경제가 붕괴된 사회에서 몸으로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집안 일도 모두 그들의 몫이다. 그런 이중고 삼중고 속에서도 북한 여성의 가정 폭력 경험은 90%에 달한다는 것이 탈북자 조사 결과다. 한 탈북 여성은 "중국에서 남한 영화를 보고서 사랑이란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했다.
두만강을 건너다 얼어 죽은 채 두 달 이상 방치된 북한 여성의 시신은 지금 북한 여성들이 당하는 고난의 상징이다.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북한 여성들, 그러다 4만6000원에 제 몸을 내던지는 '두만강 심청'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철호(논설위원)-20080304화] 블랙캡
영국 택시인 검은색의 블랙캡. 빨간 이층버스와 함께 런던의 명물이다. 신사가 중절모를 쓴 채 탈 만큼 공간이 넉넉하다. 덩치에 비해 핸들은 부드럽다. 회전 반경은 경차 수준인 7.575m. 좁고 꼬불꼬불한 런던의 골목길을 잘도 헤집고 다닌다. 블랙캡은 승객을 태우면 어디서나 유턴이 허용된다. 손님을 빨리, 편하게 모시기 위해서다.
블랙캡 기사 시험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운전 실기에다 체력검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과목은 런던 지리. 도심의 넬슨 제독 동상에서 반경 9.6km(6마일) 이내의 길과 건물을 몽땅 외워야 한다. 건물만 1만3000여 개, 골목길은 2만5000개가 넘는다. 시험관이 번지수를 불러주면 가장 빠른 지름길이 입에서 술술 나와야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2~3년간 시내를 샅샅이 돌아다녀야 ‘인간 내비게이션’에 합격할 정도다. 오죽하면 “옥스퍼드대에서 4년 만에 박사 따기보다 2년 만에 블랙캡 몰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까.
런던 시민의 블랙캡 사랑은 유별나다. 거리·시간·승객 수에 따라 다르지만 요금은 비싼 편이다. 그래도 누구나 군말없이 팁까지 얹어준다. 일단 블랙캡에 오르면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국 국회의사당은 롤스로이스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곳이다. 하지만 블랙캡을 타면 무사통과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이나 찰스 왕세자까지 단골 손님이다. 블랙캡에는 차량번호와 함께 큼지막한 택시면허판이 붙어 있다. 기사들은 보안관처럼 가슴에 푸른색 배지를 당당하게 달고 다닌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런던에 외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이 차를 독점 생산하는 런던택시인터내셔널(LTI)의 주가는 2006년 290%나 올랐다.
이런 블랙캡이 갑자기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LTI는 이탈리아산 디젤 엔진을 얹어 매년 3000대의 블랙캡을 만든다. 문제는 엄격해진 선진국의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디젤 엔진이다. 그렇다고 친환경 엔진을 개발하기에는 돈과 힘이 부친다. 요즘 LTI는 배기가스 규제가 느슨한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눈독을 들이는 곳은 중국. LTI는 올해부터 지리(吉利)자동차와 연간 블랙캡 2만 대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LTI는 “블랙캡이 중국에서라면 10년간은 끄떡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런던에서 사라지는 블랙캡이 머지않아 상하이의 명물로 둔갑할 판이다. 지구온난화가 세상을 바꾸는 한 단면이다.
[경향신문 사설-20080304화] 불확실한 대선 이후 러시아 정국
선거에는 늘 불확실성이 따라다니지만 이번 러시아 대선은 예외였다.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한 이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후보의 당선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엊그제 선거에서 러시아 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메드베데프의 앞날까지 확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러시아의 장래에는 불투명한 요소들이 놓여 있다. 메드베데프 당선자는 푸틴의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푸틴은 8년의 재임 기간 정치적 안정, 체첸 지역 평화,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 회복 그리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는 상당 부분 민주주의의 후퇴 속에 이뤄졌음에도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17년간 푸틴을 보좌해 온 메드베데프가 높은 지지로 당선된 것은 이 같은 푸틴의 후광 덕이었다. 그러나 이런 성과들의 내막엔 그늘이 있다. 푸틴이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는 경제성장만 해도 석유와 가스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이다. 그밖의 제조업 수출은 무기를 제외하고는 대폭 줄었다.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명목상의 대통령에 앉히고 자신은 실세 총리가 되는 ‘양두(兩頭)체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이 사상 초유의 체제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푸틴 편에서 이는 독재 비판을 피하면서 장기집권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총리 푸틴의 권력 축소에 나설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러시아 정국은 또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권력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