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학 / 고소증의 예방과 치료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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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좋아…낮잠 자면 증상 더 악화돼
높은 산정에서 멋진 광경을 즐기며 자연을 사랑하는 산악인들을 삶의 벗으로 생각하는 필자는 높은 산에 들어가려 계획하는 분, 특히 아마추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우리는 거의 모두 해발 900m 아래에서 살고 있다. 고소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고소병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경험이 없으니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빨리 오르기 위주의 산행방식에 대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고소병은 예방되어야 한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 황산, 일본의 남알프스, 북알프스, 후지산, 옥산, 요세미티의 하프돔, 키나발루산을 어려움 없이 올랐던 필자는 1998년 여름 킬리만자로(5,895m) 트레킹에서 등정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길만스포인트(5,685m)를 바로 앞에 두고 5,300m 지점에서 심한 두통과 졸음으로 돌아서야만 했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반성해보았다. 여행 중 감염에 의한 심한 설사, 음주,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지 못함, 빠른 걸음, 호롬보산장(3,780m)에서 찬물에 샤워하고 몹시 추워함, 고소적응의 시간 없이 짜여진 무리한 강행군, 행동식 부족, 자외선 차단 미흡, 립스틱 바르지 않아 입술 터짐, 보온장구 미비, 끝내 탈수상태에 빠짐 등등 여러 원인이 연속되었다. 이중 한두 가지만으로도 고산병에 걸릴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실패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도전의 다짐을 하게 되었다. 2002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칼라파타르(5,545m) 트레킹 때는 지난 실패의 원인들을 모두 없애는 한편 시험적으로 다이아목스를 1일 1알씩(250mg) 복용하였는데, 거의 불편 없이 양쪽을 다 오를 수 있었다. 이때 다이아목스의 효과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2003년 킬리만자로를 다시 오를 때는 호롬보산장에서 2박 하며 하루의 고소적응 시간을 가졌고, 12명 일행 전원이 다이아목스를 복용하였으며, 덕택에 모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월간山 2003년 5월호에 기사 게재). 물론 날씨가 좋았으며 경험 많은 가이드가 엄격하게 통솔하며 천천히 오르도록 했고, 또한 일행의 협동심도 높았다. 옥시미터(Oxymeter)로 혈중 산소농도를 측정하면서 걸음의 속도를 조절한 일행도 있었는데, 역시 과학적인 산행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경험한 다이아목스와 고산병에 관한 전반적인 문헌 보고를 요약하면서 부족하나마 트레커와 고소병에 관여하는 의사들이 참고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고소(high altitude·HA)의 정의 표고 2,438-3,658m(8,000-12,000ft)를 고소(HA)라 하며, 3,658-5,487m(12,000-18,000ft)를 초고소(very HA), 5,487m(18,000ft) 이상을 극고소(extremely HA)라 정의한다.
고소병(high-altitude illness, HAI) 어떤 사람은 고소병이 생기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으며,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감수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은 별 불편 없이 2,438m(8000ft)까지 오를 수 있으며, 그 높이에서 적당히 고소적응이 되었다면 그 높이에 다시 갈 수 있다. 고소병이란 고소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고소에 적응되지 않은 사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뇌증후군과 폐증후군을 말한다. 고소병 중 급성고산병(acute mountain sickness·AMS)과 고소뇌부종(high-altitude cerebral edema·HACE)은 뇌질환에 속하며, 고소폐부종(high-altitude pulmonary edema·HAPE)은 폐질환에 속한다. 고소폐부종과 고소뇌부종은 흔하지는 않지만 발생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고소병의 발생빈도 고소병의 발생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랐는지, 얼마나 높이 올랐는지, 어느 높이에서 숙박했는지와 개개인의 예민성, 생리조건, 체질, 질병 등에 의해 결정된다. 콜로라도 로키산맥의 1,920~2,956m(6,300~9,700ft)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16세에서 87세까지의 3,15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여행객의 25%에서 급성고산병(AMS)이 발생했으며, 그 중 65%는 도착한 지 12시간 내에 나타났고, 56%는 육체적 활동이 감소되는 증상이 있었다. 해발 900m 이하에서 사는 사람은 그 이상에서 사는 사람보다 급성고산병이 3.5배 더 많이 발생했고, 전에 급성고산병을 경험했던 사람에서 2.8배 더 많이 발생했으며, 60세 이상보다 60세 미만에서 2배 더 많이 발생했다. 여자, 비만인, 육체적 조건이 안 좋은 사람, 폐질환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다른 보고에서 급성고산병의 발생빈도는 2,130~2,743m(7,000~9,000ft)의 높이에서 22%, 3,000m(10,000ft)의
높이에서 42%였다.
고소병의 위험인자 과거에 고소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경우, 해발 900m 아래에 거주하는 경우, 지쳤을 경우, 전부터 심폐질환이 있는 경우 등이 고소병의 위험인자들이다. 50세가 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 보다 급성고산병에 덜 걸린다. 한 보고는 59~83세의 남녀 97명을 2,500m 고도에서 5일 이상 관찰한 결과 젊은 사람들보다 적은 16%에서 급성고산병이 발생했다고 했다. 소아에서 급성고산병의 발생률은 성인과 같다. 한 연구보고는 3,488m의 고도에서 3~36개월의 아이들 23명과 성인 45명에서 급성고산병의 발생빈도는 21.7%와 20%로 비슷하다고 보고했고, 급성고산병에 대한 예민도에 가족성 성향은 없다고 했다. 여자에서 급성고산병의 발생률은 남자와 같지만, 고소폐부종은 남자보다 적게 발생한다. 또한 2,500m 고도에서는 급성고산병의 발생에 동맥산소, 동맥혈 산소포화도, 폐활량, 혈압, 당뇨병, 임신은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97명 중 20%에서 관상동맥질환, 34%에서 고혈압, 9%에서 폐질환의 만성질환이 있었으나 이들 중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소병의 원인 고소병 발생의 원인은 한 마디로 말하면 산소부족이라 할 수 있으며, 고소병은 산소부족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해수면에서 공기 중 산소농도는 21%에 기압은 760mmHg이다. 높은 곳에서는 농도는 같으나 호흡당 산소분자의 수는 감소한다. 3,658m(12,000ft)에서 기압은 483mmHg이며, 따라서 호흡당 산소분자는 약 40% 더 적다. 신체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안정상태에서도 호흡횟수가 증가해야 한다. 증가된 호흡이 혈중 산소농도는 증가시키지만 해수면에서의 농도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운동이 요구되는 산소량은 같기 때문에 몸은 저산소에 적응해야 하며, 이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많은 이유로 인해 고소 및 낮은 기압은 모세혈관으로부터 수액의 누출이 일어나고, 폐와 뇌에 물이 차서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더 높은 곳을 오른다면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상당히 심한 후유증을 가져 올 수 있다.
고소적응(Acclimatization) 너무 높은 곳을 너무 빨리 오르는 것이 고소병의 주 원인이다. 특정한 고도에서 어느 기간 시간이 지나면 신체는 산소분자의 감소에 적응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새로운 환경적응이라고 하며, 그 고도에서 일반적으로 1~3일 걸린다. 예를 들어 3,048m(10,000ft)에 오르고 그 곳에서 며칠을 보낸다면 신체는 3,048m에 적응한다. 만일 3,658m(12,000ft)에 오른다면 신체는 시간을 갖고 다시 한번 적응해야 한다. 감소된 산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신체에서 일어난다.
고소병의 예방
고소적응을 위한 기본 안내 가능하면 고소까지 비행기나 자동차로
오르지 않으며, 3,048m(10,000ft) 아래에서부터 걸어서 오른다. 3,048m(10,000ft) 이상 더 높이 오른다면 하루에 305m(1,000ft) 높이만 오르며, 매 915m(3,000ft) 오를 때마다 하루를 휴식한다. 높이 오르고 낮은 곳에서 자라(등산가들의
격언이다). 중등도 고소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증상이 감소될 때까지 더
높이 오르지 말아야 한다. 고소적응에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자신의 적응에 대하여 확실히 알아둔다. 기후와 운동량에 알맞게 수분을 섭취하여 탈수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소변량이 충분하고 맑도록 하루에 3~4리터의 물을 마시도록 한다. 고소에 처음 오를 때는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흡연, 음주를 피하고 바비탈,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의
진정제(근육이완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고소에 머무는 동안 탄수화물이 전체 칼로리의 70% 이상이 되도록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도록 한다. 탈수, 과한 운동, 음주, 진정제 복용 등은 고소에서의 적응과정을 억제하므로 피하도록 한다. 예방약물 다이아목스(Diamox=Acetazolamide) : 다이아목스는
호흡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허용하며 더 많은 산소를 대사하도록 해서 조직의 산소부족으로 인한 증상들을 최소화한다. 다이아목스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오르기 전 24~48시간 전에 복용하기 시작한다. 히말라야구조협회 의료진료실의 다이아목스 권고용량은 125mg을 아침과 저녁에 복용하는 것이다. 다이아목스를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입술과 손가락 끝의 짜릿짜릿 저림, 시야의 흐려짐, 입맛의 변함 등이다. 다이아목스는 설파제 계통의 약이므로 설파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덱사메타손(dexamethasone·합성부신피질
스테로이드·Decadron) : 덱사메타손은 부신피질 호르몬제이며 뇌 및 다른 장기의 부종을 감소시켜 급성고산병의 영향을 개선시키는
약이다. 이 약은 과민증이 있는 사람, 생백신 예방접종 받은 사람, 단순포진 환자, 수두환자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재승 (연세의료원 소아과 과장·대한신장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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