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1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경제 목 죄는 저환율·고유가 충격
환율 내림세와 유가 오름세의 속도와 폭이 ‘쇼크’ 수준이어서 회복국면을 맞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엊그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 참석자들이 이례적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의 급등락이 경기상승 기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발표문까지 내놓을 정도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저환율과 고유가의 상쇄효과도 기대되나, 기업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고비용과 저수익의 이중고에 허덕이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내수 및 수출의 균형된 회복이 뒷받침하는 탄탄한 경기상승세'를 자랑해온 정부의 말은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달러 당 960원선이 깨지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비명을 낳게 한 환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950원선마저 무너져 대기업들도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지경이다. 배럴 당 65달러대까지 치솟은 유가는 기업들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면서 투자와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쳐 내수기반을 허물 공산이 크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
보다 큰 문제는 환율과 유가 흐름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라는 점이다. 환율은 외국인 주식자금과 수출기업 매물 등으로 시장에 달러가 넘쳐나는 데다 글로벌 달러약세 지속, 위안화 절상 움직임 등까지 겹쳐 920원대 추락도 예견되는 형편이다. 유가 역시 핵문제로 비롯된 이란변수와 아프리카 산유국 정정불안 등 공급요인, 계절적 유류 성수기 임박과 중국 변수가 중첩돼 ‘배럴 당 100달러시대’까지 점쳐지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많다. 정책당국이 외국인 매수 등 유동성에 힘입은 ‘신기루 장세’에 홀려 ‘천수답식 낙관론’에만 기댈까 걱정된다. 유가와 환율은 글로벌 게임의 산물이어서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고 궁극적 해답은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지만, 산업정책 차원의 재정ㆍ제도적 지원으로도 충격은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겨레신문] 남북 장관급 회담, 구체적 성과가 중요하다
남북 당국자 사이 회담은 항상 어렵다. 의제에 합의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오늘부터 나흘 동안 평양에서 열리는 제18차 장관급 회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담은 6자 회담이 6개월 가까이 중단된 가운데 올해 처음 열리는 남북 각료 회담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런 만큼 다뤄야 할 의제도 많다. 중요한 것은 네 가지다. 6자 회담 재개를 설득해야 하고,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 회담의 고유한 의제인 호혜적 경협 진전과 군사적 신뢰구축도 만만치 않다. 주목되는 것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과감한 경제 지원 등 ‘창조적 발상’을 하겠다고 밝힌 납북자 문제다. 일본식 압박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면 성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장관급 회담은 최상위의 남북 당국간 회담으로, 모든 회담의 모회담이다. 곧 장관급 회담의 수준이 남북 관계의 수준이다. 양쪽 모두 이번 회담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남북 관계를 진척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해야 한다. 아울러 양쪽 모두 고도한 명분 집착이나 대결 심리에서 벗어나 실사구시하는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과거의 사례로 보면, 남쪽은 국내외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북쪽은 비현실적인 요구를 내놓아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번영은 남북이 공유하는 목표이자 평화통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남북은 이를 담보하는 핵심 장치로 장관급 회담을 키워나가야 한다.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지금은 더욱 그렇다.
[동아] '엉터리 기준, 고무줄 통계'로 선진국 꿈꾸나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관리하는 수준점(水準點)과 삼각점(三角點) 등 이른바 국가기준점이 오류투성이라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특정 지점의 해발(海拔)을 나타내는 수준점은 전국 6000여 곳에 표시했었지만 그중 60%는 분실 상태이고 남은 것도 엉터리가 많다고 한다. 이 수준점에 따라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를 세우려 했더니 중간의 상판 높이가 1m나 어긋났다는 것이다. 아찔한 이야기다.
특정 장소의 위도와 경도를 적어 위치를 알려주는 삼각점도 틀린 게 많다. 지리정보원의 표기대로 계산하면 강원 철원군 갈말면은 지중해에, 경기 이천시는 서해에, 전남 여수시 화정면은 적도(赤道)에 있다.
지리정보원은 1997년부터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해 전국 2만2000곳의 삼각점과 수준점을 새로 측정하고 표기를 바로잡아 왔다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니 그동안 국민 세금 297억 원이나 들여 무슨 수정 작업을 해 왔다는 말인가. 대규모 건설 사업이 잘못된 국가기준점 위에서 진행된다면 부실과 낭비를 피할 수 없다.
정부의 통계 오류도 빗나간 정책으로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주택보유 통계조차 건설교통부는 1252만 가구, 행정자치부는 1673만 가구, 한국은행은 1530만 가구라고 발표하는 나라다. 최대 421만 가구나 차이가 나는 통계를 편리한대로 끌어대 수립한 주택정책과 금융정책에 과연 정합성(整合性)과 적실성(適實性)이 있겠는가.
정부의 세수(稅收) 추계는 비슷하게나마 맞은 적이 없어 틀리는 게 정상처럼 돼 버렸다. 비정규직 근로자 통계를 잘못 발표해 노동부 장관이 사죄를 하고, 행정자치부는 갓난아기까지 포함해 '총인구의 상위 1%가 사유지의 51%를 차지하고 있다'는 과장된 억지 통계를 냈다가 통계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엉터리 국가기준점과 통계 오류의 ‘쌍끌이’로 가는 나라가 어디로 향할지, 정부가 미덥지 않고 불안하다. 나랏일을 정확한 기준과 정직한 통계에 바탕을 두어 꾸리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지금 이 순간 油價·환율은 누가 챙기고 있나
한국은행에서 열린 월례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국제 油價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 등이 예상 외로 클 경우 景氣경기상승 基調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올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6.2%로 頂點정점에 달한 뒤 2분기 5.8%, 3분기 5.1%, 4분기 4.4%로 떨어져, 하반기엔 경기가 下降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과 유가는 우리의 수출, 결국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다. 지금 그 두 변수가 요동을 치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순간이다.
우선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中東産중동산 원유의 기준가인 두바이유 가격이 이달 들어 계속 史上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평균 49달러보다 33% 올랐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평균 유가를 54달러로 잡았다. 그 가격이 65달러로 높아지면 경제성장률은 0.5% 포인트 정도 떨어지게 된다. 정부가 내걸었던 올해 5% 성장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도 950원 선이 무너졌다. 환율은 연초 1008원에서 시작해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前전분기보다 각각 10.1%, 26.5% 줄어드는 등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대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으니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기가 힘겨울 정도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태평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 들어 국민과의 대화 등에서 "(정부가 인위적 부양책을 쓰지 않고) 定石정석대로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가 상당기간 계속 잘 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경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 양극화라는 허깨비에 매달려 있고, 청와대 참모들은 청와대브리핑이라는 청와대 私設사설신문에 양극화 연재물 원고 쓰기에 바쁘다. 총리 자리도 한 달간 빈 의자만 덜렁 놓여 있었고, 경제부총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한국은 지난 1997년 환율 880~900원에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반도체, 철강 등 主力주력 수출상품의 채산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體力체력에 비해 환율이 너무 낮았던 것이다. 지금 환율이 그때 그 수준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업이 그때보다는 부채를 상대적으로 많이 털어냈다는 것뿐이다. 노동 여건은 더 나빠졌고 기업의 경쟁력도 나아진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이 다시 한국 수출의 목, 한국 경제의 숨통을 죄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정부의 누가 이걸 지켜보고 있는가.
[중앙일보] 국민들이 다 아는 양극화 해법
국민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기업투자의 활성화를 꼽았다. 다름 아니라 재정경제부가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응답자의 54%가 기업의 투자를 살려야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그래야 저소득층의 소득이 올라 양극화가 해소된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누차에 걸쳐 주장해온 양극화 해법과 자구(字句) 하나 틀리지 않게 똑같다. 국민은 양극화의 본질이 기업투자의 부진과 저성장,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저성장의 최대 피해자는 중하위 소득계층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중산층에서 탈락하고, 저소득층이 극빈계층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이른바 소득의 양극화다.
따라서 그 해법은 드러난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그것이 소득증대로 이어져야 중하위 소득계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네티즌들이 올바로 지적했듯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에 나서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부터 풀라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돈을 풀어 사회적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로 고용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전반적인 고용창출의 주체는 결국 기업이라는 점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배를 통해 정부가 소득격차를 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아예 없었다. 상위 소득계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하위 소득계층을 지원하는 식의 발상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양극화 문제에 관한 한 이제 정답은 다 나왔다. 그것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중산층의 복원이다. 소득계층 간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증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라는 구호는 접어야 한다. 대신 국민이 진정 바라는 대로 기업의 투자를 살리는 데 매진하라.
[경향신문] '학교급식법안' 언제나 처리할 건가
교육인적자원부의 ’2005년 학교급식비 미납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월 3만~5만 원가량인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이 2만2천5백여명으로 2004년에 비해 5,000여명이나 늘어났다. 미납자 가운데 초등생은 1만1백85명, 중학생은 6,264명, 인문계 고교생이 4,184명, 실업계 고교생이 1,937명으로 아직도 각급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을 거르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언제까지 우리 청소년들 일부가 점심을 굶고, 수돗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명색이 ‘10위권 경제대국’ 운운하는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점차 줄어들어야 할 결식아동이 오히려 늘었다니 사회안전망이 느슨해진 탓이 아닌가 싶다.
결국 결식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입법기관이 문제다. 이미 2004년 연말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여섯 가지나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조차도 단 한 차례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회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가를 보여준다.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도 사립학교법 재상정과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등은 처리하면서 정작 청소년들의 먹거리와 직결된 학교급식법은 논의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소년들이 굶는다는 얘기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으로 성장기 청소년 일부에게 굶주림이라는 고통을 겪게 한다면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다. 교육부가 올해 1천7백억 원의 예산으로 저소득층 자녀 가운데 52만6천명에게 무료급식을 한다고 하나 새롭게 제외되는 학생이 또
얼마일지 모른다. 무료급식을 받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이 완전무료로 가야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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