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2일 수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내신평가 공개 반대할 명분있나
교육부가 전국 일반계 고교의 내신평가 정보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의무화한 데 대해 교원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방침대로라면 교사들은 시험범위 등을 담은 평가내용과 기준을 사전에 인터넷에 올리고, 시험 뒤에는 출제문제를 일정기간 게시해야 한다. 고교별 학습평가수준을 균등화하고 성적 부풀리기 등을 차단, 내신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대입전형에서 내신반영비율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시안 형태로 제도를 마련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당장 내달 중간고사부터 의무화하도록 했으니 교사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교사들의 수업자세나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는 일을 변변한 논의나 설득과정 없이 급하게 시행 결정한 교육부의 처사는 아무리 봐도 요령부득이다.
그렇더라도 근본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내신평가의 공개는 교사들의 긴장감을 높여 궁극적으로 학교교육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교육시장에 지레 위축되거나 혹은 기대어 안이하게 학습지도를 해온 교사들이 있다면 더 이상 그런 태도는 허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으로서는 고교별 학습수준을 판단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이 방안이 교사의 자율권과 평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대논리는 군색하다. 사실상 교사 간 실력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 경쟁분위기가 조성되고, 수업 및 출제 부담도 커지는 데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현으로 들릴 여지가 크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교육의 질은 일차적으로 교사의 질에 달려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이라면 다른 이도 아닌 교사들이 마다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교사들은 오히려 보다 성의있고 질 높은 교육을 통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충분한 준비기간을 위해 교육부도 시행시기를 다소 조정하는 것은 검토할 만하다.
[한겨레신문] 삶의 질 높이는 지방선거 돼야
한 다국적 인력 컨설팅 업체가 조사한 세계 주요도시의 삶의 질 평가결과를 보면, 서울은 215곳 가운데 89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46위)을 100점으로 했을 때 서울은 83.0점이 나왔다. 여수는 110위(76.7점), 울산은 116위(75.0점)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로는 중간쯤이지만, 우리나라 도시의 삶의 질이 복잡한 거대도시 뉴욕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뜻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원주민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국외파견 인력 참고용으로 벌인 조사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삶의 질과 관련해 피부로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다. 청소년들은 자기개발 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오가야 하고, 직장인들은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부대끼는 삶을 일상적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도시에는 문화·체육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잠시 편안하게 쉴 작은 공간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찌든 공기와 오염된 물이 도시를 휘감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과 지방, 서울에서도 강남북 차이 등 공간적인 양극화도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삶의 질 향상보다는 성장 일변도의 개발에 치중해온 탓이다. 이래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나아지더라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이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다행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이나 후보들이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시 예비후보들의 구호는 ‘살림의 정치, 숨결의 정치’ ‘서울시민 수명 3년 연장 프로젝트’ 등 시민 생활의 질적 향상에 맞춰져 있다. 후보들은 공약과 함께 구체적 실천방안도 내놔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생활정치의 실천무대가 되길 바란다.
[동아일보] 경제 선진화 가로막는 어리석은 反FTA
민주노총 한국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270개 단체가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 산하 정보통신(IT)산업노조는 미국 백악관, 의회, 국방부에 무더기로 e메일을 보내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겠다고 한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주나 경제식민지가 된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 글로벌경제에 무지(無知)한 반미(反美) 선동이다.
미국은 해마다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 수천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다. 특히 미국 산업과 일자리가 중국 인도로 옮겨가자 미국 내에선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보호무역으로 단기적 이익을 꾀해야 할 나라는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이런 미국을 위해 자유무역 반대운동을 펴는 한국의 수구좌파야말로 세계의 웃음거리다.
우리나라도 개발 초기엔 유치(幼稚)산업 보호정책을 폈다. 이후 1980년대부터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옮겨가는 개방정책을 썼다. 이 과정에서 경쟁원리가 작동하면서 삼성전자, 포스코 같은 세계적 초일류 기업이 나왔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개방을 확대하면 국내 산업이 붕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우리의 경험은 정반대다.
한미 FTA는 우리의 필요 때문에 추진되고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증대시킬 것이다. 경제산업 제도와 관행을 질적으로 개선시키는 효과도 예상된다. 농업이나 서비스분야에서 단기적으로 피해를 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물론 일부 분야의 단기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전략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미 FTA 자체에 대한 반대는 어리석은 일이다.
서경석 목사와 이각범 교수 등이 공동대표를 맡은 ‘바른 FTA 실현 국민운동본부’가 16일 출범식을 갖는다. 여기에 많은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선진화와 한미동맹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구좌파 세력이 굳이 반미운동을 하겠다면 빌미를 FTA 말고 다른 데서 찾았으면 한다. FTA를 반미운동의 구실로 삼는 것은 ‘경제는 망쳐도 운동은 살리겠다’는 반국민적인 행태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구좌파의 왜곡된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한미 FTA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한미 FTA, 얼마나 준비 없이 불쑥 꺼내 들었길래
한국노총·민주노총·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환경운동연합 등 270개 단체는 오는 15일 韓美한미 FTA沮止저지 汎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州주나 경제식민지가 된다. FTA는 노무현 정권의 자살골”이라고 말했다. FTA 반대론자들이 들먹이는 이런 用語용어와 論理논리에선 경제적 得失득실계산에 바탕한 냉철한 사고보다는 지금은 廢物폐물이 돼버린 운동권 학생들의 설익은 自閉的자폐적 민족주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교섭을 전격 발표한 前後전후과정 역시 미숙한 국정 운영의 標本표본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난 1월 26일 미국이 FTA의 前提전제조건으로 내건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발표한 뒤 일주일 후인 2월 2일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FTA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양국은 내년 3월까지 협상을 妥結타결지은 뒤 2008년부터 發效발효시킨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우리가 연간 교역규모 35억달러인 칠레와 FTA 협상을 개시해 타결하는 데 3년 1개월이 걸렸고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기까지는 4년 7개월이 所要소요됐다. 그런데 이 정부는 교역규모 720억 달러로 칠레의 20배가 넘는 미국과 1년 1개월 만에 FTA 협상을 타결 짓고 1년10개월 만에 발효시키겠다는 것이다. 시간표 자체가 무리다.
이 정권의 治績치적 중 하나라는 行政행정도시는 2002년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선거공약으로 발표됐다. “당초는 부처 몇 개를 옮기는 것이었는데 발표 직전 행정수도로 개념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렇게 불쑥 튀어나온 행정수도는 2004년 10월 違憲위헌 결정이 내려진 뒤, 다시 부처 몇 개를 빼고 행정도시로 이름을 바꿔 2005년 11월 合憲합헌 판정을 받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16개 市시·道도에서 지방분권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중 54%가 “행정도시는 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미 FTA는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波及파급효과, 그리고 당사자들 간의 利害이해 相衝상충을 고려할 때 행정도시보다 더 치밀한 事前사전 調律조율과 국민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 사안을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핵심 추진과제”라며 불쑥 FTA를 꺼냈으니 대통령의 팔다리나 다름없던 추종자들이 먼저 나서서 경제 식민지가 되느니 제2의 을사늑약이니 하며 반대의 꽹과리를 치고 나온 것이다. 결국 대통령과 측근 몇 명끼리 귀엣말을 나누다 느닷없이 국민 앞에 들이밀었다는 말밖에 안 된다. 나라 일을 재미 삼아 하는 消日소일거리 정도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변화 거부하고 현재에 안주한 프랑스
끝내 프랑스는 변화를 거부했다. 미래를 보는 대신 현재에 안주했다. 기업이 26세 미만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첫 2년간은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 최초고용계약(CPE)이 입법 한 달 만에 좌초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타개하려던 프랑스 정부의 시도는 거리로 뛰쳐나온 '노학(勞學)연대'의 함성 앞에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키운 파이가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무한경쟁이 일상화한 세계화 시대의 상식이다. 그러나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적 전통은 근시안적 안온함을 택했다. 세계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 속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외딴 섬이 프랑스임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독일과 함께 프랑스는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라인란트 모델의 양축을 이뤄왔다. 복지혜택과 평생직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렵다. 지속 성장만 담보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세계화의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모델이다. 기존 인력의 축소가 어려운 기업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신규 고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결과로 실업률은 올라갔고, 그 부담은 특히 노동시장에 새로 나오는 젊은층에 집중됐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좌우 대연정을 선택한 독일은 라인란트 모델의 수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반면 연대와 평등의 가치에 함몰된 프랑스는 변화를 외면해 왔다. 특히 CPE 도입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미흡했다. CPE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아일랜드와 덴마크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어떻게 실업률을 낮추면서 동시에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쑥 CPE를 내밀고, 밀어붙인 결과 노조와 학생들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정치적 의지도 부족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생명이라도 걸었어야 했다. 그의 정치적 스승인 샤를 드골의 전례도 있다.
프랑스의 이번 사태는 유사한 논란에 휩싸여 있는 우리로서도 참고할 점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은 CPE와 매우 흡사하다. 채용 2년 이내에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고, 그 후에도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우리의 경우 청년 실업률은 7.7%로 프랑스처럼 높지는 않다. 하지만 새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젊은이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와 무관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의 비정규직 법안도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우리의 선택이 프랑스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 갈수록 쌓여가는 외환은행 매각 의혹
감사원은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금융감독원 국장급 간부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낮춰 상부에 보고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3년 7월 금감원 담당 검사역은 이 국장급 간부의 지시에 따라 당초 파악하고 있던 외환은행의 BIS 비율 9.14% 대신 외환은행의 ‘의문의 팩스’에 적힌 6.16%로 BIS 비율을 낮춰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금감원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부실 금융기관 지정 기준(8% 이하)에 맞게 조작해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초 파악하고 있던 외환은행의 BIS 비율 9.14%는 2003년 3월 말을 기준으로 한 연말 전망치여서 담당 국장이 실무 검사역에게 새로운 BIS 비율 전망치를 체크해보라고 했을 뿐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한 적은 없다”며 감사원 발표를 부인했다.
양측 주장만을 놓고 보면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차후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그래도 금감원의 해명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외환은행의 BIS 비율 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벌써 두어달 전의 일이다. 금감원은 국회에서까지 논란을 빚은 이 사안에 대해 왜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 실무책임자가 매각 자문을 맡은 컨설팅 회사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또 매각 당시 이강원 행장과 이달용 부행장은 그후 경영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론스타로부터 각각 17억여원과 8억여원을 받았다. 매각 과정에 뭔가 구린 구석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들이다. 검찰은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서도 이런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한국일보] 내신평가 공개 반대할 명분있나
교육부가 전국 일반계 고교의 내신평가 정보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의무화한 데 대해 교원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방침대로라면 교사들은 시험범위 등을 담은 평가내용과 기준을 사전에 인터넷에 올리고, 시험 뒤에는 출제문제를 일정기간 게시해야 한다. 고교별 학습평가수준을 균등화하고 성적 부풀리기 등을 차단, 내신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대입전형에서 내신반영비율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시안 형태로 제도를 마련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당장 내달 중간고사부터 의무화하도록 했으니 교사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교사들의 수업자세나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는 일을 변변한 논의나 설득과정 없이 급하게 시행 결정한 교육부의 처사는 아무리 봐도 요령부득이다.
그렇더라도 근본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내신평가의 공개는 교사들의 긴장감을 높여 궁극적으로 학교교육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교육시장에 지레 위축되거나 혹은 기대어 안이하게 학습지도를 해온 교사들이 있다면 더 이상 그런 태도는 허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으로서는 고교별 학습수준을 판단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이 방안이 교사의 자율권과 평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대논리는 군색하다. 사실상 교사 간 실력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 경쟁분위기가 조성되고, 수업 및 출제 부담도 커지는 데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현으로 들릴 여지가 크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교육의 질은 일차적으로 교사의 질에 달려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이라면 다른 이도 아닌 교사들이 마다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교사들은 오히려 보다 성의있고 질 높은 교육을 통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충분한 준비기간을 위해 교육부도 시행시기를 다소 조정하는 것은 검토할 만하다.
[한겨레신문] 삶의 질 높이는 지방선거 돼야
한 다국적 인력 컨설팅 업체가 조사한 세계 주요도시의 삶의 질 평가결과를 보면, 서울은 215곳 가운데 89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46위)을 100점으로 했을 때 서울은 83.0점이 나왔다. 여수는 110위(76.7점), 울산은 116위(75.0점)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로는 중간쯤이지만, 우리나라 도시의 삶의 질이 복잡한 거대도시 뉴욕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뜻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원주민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국외파견 인력 참고용으로 벌인 조사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삶의 질과 관련해 피부로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다. 청소년들은 자기개발 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오가야 하고, 직장인들은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부대끼는 삶을 일상적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도시에는 문화·체육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잠시 편안하게 쉴 작은 공간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찌든 공기와 오염된 물이 도시를 휘감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과 지방, 서울에서도 강남북 차이 등 공간적인 양극화도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삶의 질 향상보다는 성장 일변도의 개발에 치중해온 탓이다. 이래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나아지더라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이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다행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이나 후보들이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시 예비후보들의 구호는 ‘살림의 정치, 숨결의 정치’ ‘서울시민 수명 3년 연장 프로젝트’ 등 시민 생활의 질적 향상에 맞춰져 있다. 후보들은 공약과 함께 구체적 실천방안도 내놔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생활정치의 실천무대가 되길 바란다.
[동아일보] 경제 선진화 가로막는 어리석은 反FTA
민주노총 한국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270개 단체가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 산하 정보통신(IT)산업노조는 미국 백악관, 의회, 국방부에 무더기로 e메일을 보내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겠다고 한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주나 경제식민지가 된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 글로벌경제에 무지(無知)한 반미(反美) 선동이다.
미국은 해마다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 수천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다. 특히 미국 산업과 일자리가 중국 인도로 옮겨가자 미국 내에선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보호무역으로 단기적 이익을 꾀해야 할 나라는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이런 미국을 위해 자유무역 반대운동을 펴는 한국의 수구좌파야말로 세계의 웃음거리다.
우리나라도 개발 초기엔 유치(幼稚)산업 보호정책을 폈다. 이후 1980년대부터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옮겨가는 개방정책을 썼다. 이 과정에서 경쟁원리가 작동하면서 삼성전자, 포스코 같은 세계적 초일류 기업이 나왔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개방을 확대하면 국내 산업이 붕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우리의 경험은 정반대다.
한미 FTA는 우리의 필요 때문에 추진되고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증대시킬 것이다. 경제산업 제도와 관행을 질적으로 개선시키는 효과도 예상된다. 농업이나 서비스분야에서 단기적으로 피해를 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물론 일부 분야의 단기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전략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미 FTA 자체에 대한 반대는 어리석은 일이다.
서경석 목사와 이각범 교수 등이 공동대표를 맡은 ‘바른 FTA 실현 국민운동본부’가 16일 출범식을 갖는다. 여기에 많은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선진화와 한미동맹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구좌파 세력이 굳이 반미운동을 하겠다면 빌미를 FTA 말고 다른 데서 찾았으면 한다. FTA를 반미운동의 구실로 삼는 것은 ‘경제는 망쳐도 운동은 살리겠다’는 반국민적인 행태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구좌파의 왜곡된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한미 FTA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한미 FTA, 얼마나 준비 없이 불쑥 꺼내 들었길래
한국노총·민주노총·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환경운동연합 등 270개 단체는 오는 15일 韓美한미 FTA沮止저지 汎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州주나 경제식민지가 된다. FTA는 노무현 정권의 자살골”이라고 말했다. FTA 반대론자들이 들먹이는 이런 用語용어와 論理논리에선 경제적 得失득실계산에 바탕한 냉철한 사고보다는 지금은 廢物폐물이 돼버린 운동권 학생들의 설익은 自閉的자폐적 민족주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교섭을 전격 발표한 前後전후과정 역시 미숙한 국정 운영의 標本표본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난 1월 26일 미국이 FTA의 前提전제조건으로 내건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발표한 뒤 일주일 후인 2월 2일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FTA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양국은 내년 3월까지 협상을 妥結타결지은 뒤 2008년부터 發效발효시킨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우리가 연간 교역규모 35억달러인 칠레와 FTA 협상을 개시해 타결하는 데 3년 1개월이 걸렸고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기까지는 4년 7개월이 所要소요됐다. 그런데 이 정부는 교역규모 720억 달러로 칠레의 20배가 넘는 미국과 1년 1개월 만에 FTA 협상을 타결 짓고 1년10개월 만에 발효시키겠다는 것이다. 시간표 자체가 무리다.
이 정권의 治績치적 중 하나라는 行政행정도시는 2002년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선거공약으로 발표됐다. “당초는 부처 몇 개를 옮기는 것이었는데 발표 직전 행정수도로 개념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렇게 불쑥 튀어나온 행정수도는 2004년 10월 違憲위헌 결정이 내려진 뒤, 다시 부처 몇 개를 빼고 행정도시로 이름을 바꿔 2005년 11월 合憲합헌 판정을 받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16개 市시·道도에서 지방분권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중 54%가 “행정도시는 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미 FTA는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波及파급효과, 그리고 당사자들 간의 利害이해 相衝상충을 고려할 때 행정도시보다 더 치밀한 事前사전 調律조율과 국민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 사안을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핵심 추진과제”라며 불쑥 FTA를 꺼냈으니 대통령의 팔다리나 다름없던 추종자들이 먼저 나서서 경제 식민지가 되느니 제2의 을사늑약이니 하며 반대의 꽹과리를 치고 나온 것이다. 결국 대통령과 측근 몇 명끼리 귀엣말을 나누다 느닷없이 국민 앞에 들이밀었다는 말밖에 안 된다. 나라 일을 재미 삼아 하는 消日소일거리 정도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변화 거부하고 현재에 안주한 프랑스
끝내 프랑스는 변화를 거부했다. 미래를 보는 대신 현재에 안주했다. 기업이 26세 미만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첫 2년간은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 최초고용계약(CPE)이 입법 한 달 만에 좌초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타개하려던 프랑스 정부의 시도는 거리로 뛰쳐나온 '노학(勞學)연대'의 함성 앞에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키운 파이가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무한경쟁이 일상화한 세계화 시대의 상식이다. 그러나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적 전통은 근시안적 안온함을 택했다. 세계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 속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외딴 섬이 프랑스임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독일과 함께 프랑스는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라인란트 모델의 양축을 이뤄왔다. 복지혜택과 평생직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렵다. 지속 성장만 담보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세계화의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모델이다. 기존 인력의 축소가 어려운 기업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신규 고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결과로 실업률은 올라갔고, 그 부담은 특히 노동시장에 새로 나오는 젊은층에 집중됐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좌우 대연정을 선택한 독일은 라인란트 모델의 수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반면 연대와 평등의 가치에 함몰된 프랑스는 변화를 외면해 왔다. 특히 CPE 도입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미흡했다. CPE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아일랜드와 덴마크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어떻게 실업률을 낮추면서 동시에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쑥 CPE를 내밀고, 밀어붙인 결과 노조와 학생들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정치적 의지도 부족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생명이라도 걸었어야 했다. 그의 정치적 스승인 샤를 드골의 전례도 있다.
프랑스의 이번 사태는 유사한 논란에 휩싸여 있는 우리로서도 참고할 점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은 CPE와 매우 흡사하다. 채용 2년 이내에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고, 그 후에도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우리의 경우 청년 실업률은 7.7%로 프랑스처럼 높지는 않다. 하지만 새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젊은이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와 무관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의 비정규직 법안도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우리의 선택이 프랑스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 갈수록 쌓여가는 외환은행 매각 의혹
감사원은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금융감독원 국장급 간부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낮춰 상부에 보고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3년 7월 금감원 담당 검사역은 이 국장급 간부의 지시에 따라 당초 파악하고 있던 외환은행의 BIS 비율 9.14% 대신 외환은행의 ‘의문의 팩스’에 적힌 6.16%로 BIS 비율을 낮춰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금감원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부실 금융기관 지정 기준(8% 이하)에 맞게 조작해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초 파악하고 있던 외환은행의 BIS 비율 9.14%는 2003년 3월 말을 기준으로 한 연말 전망치여서 담당 국장이 실무 검사역에게 새로운 BIS 비율 전망치를 체크해보라고 했을 뿐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한 적은 없다”며 감사원 발표를 부인했다.
양측 주장만을 놓고 보면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차후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그래도 금감원의 해명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외환은행의 BIS 비율 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벌써 두어달 전의 일이다. 금감원은 국회에서까지 논란을 빚은 이 사안에 대해 왜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 실무책임자가 매각 자문을 맡은 컨설팅 회사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또 매각 당시 이강원 행장과 이달용 부행장은 그후 경영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론스타로부터 각각 17억여원과 8억여원을 받았다. 매각 과정에 뭔가 구린 구석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들이다. 검찰은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서도 이런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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