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
평생 아들 앞의 눈을 쓸어 오신 어머니에게 아들이 묻는다.
“대단한 날은 아니구.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
온 동네에 다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안쳐놓고 그 때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요. 그럼 그 때 저 멀리서부터 노을이 져요.
그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그 때가.”
아주 평범한 어느 하루가 평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말은 그만큼 삶이 고단했다는 걸
말해주면서 동시에 그 고단한 삶에도 남다른 행복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희망을 담아낸다.
알츠하이머라는 기억의 조작은 그래서 불행이면서도 동시에 행복이 된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쩌면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간 속에
살고 계신 지도 모릅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은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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