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으며

손석희 앵커브리핑중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eros 2017. 10. 24. 23:00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오늘(24)은 어둠이 낮게 깔린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가을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는 무려 천억 개의 크고 작은 별이 있다지만 그 별들은 우리와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기에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수는 고작 3000여 개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별은 언제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별자리는 달라지지만, 그것은 별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이는 것일 뿐, 별은 언제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1년 전 바로 오늘 저희 JTBC가 문제의 그 태블릿을 처음 세상에 꺼내놓았을 때. 우리는 함께 그 별들을 보았습니다.

평소엔 태양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별들은 각자의 소망을 품은 빛으로 이곳 광장에 모여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기 때문.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 (안도현 시인)

시인의 말처럼,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소망을 품은 사람들은 함께 모여 어두움을 몰아내고자 했고 그 밝음과 밝음이 모여 마치 낮처럼 환한 밤을 만들어냈던 광장의 기적.





돌이켜 보면 태블릿 PC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으며 세상을 바꾸어낸 것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시민의 품격'이었습니다.





그것은 지난했던 겨울과 봄마치 자욱했던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침몰하지 않는 진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광장의 이 자리에서 어느 시민이 말했던 것처럼 '영혼이 깨어있고 싶어서 물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그 절실함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이제 1비록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