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굽이지고 물결치는 곡선의 미학으로 그려집니다.
그 자연스런 이치를 거슬렀을 때 벌어진 재앙들을 우리는 지난 몇 년동안 몸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죽은 숭어 배를 가르니 걸쭉한 녹조가 쏟아져 나왔다. 뿌연 화면으로 가리지 않고선 방송이 어려울 정도" (김준술 JTBC 사회2부장 중앙일보 9월7일 "노트북을 열며")
흐르지 못하도록 가둬놓은 강은 그렇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던 개발의 욕망. 그 결과였지요. 그리고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그 배. 세월호. 사람들은 한 네티즌의 개인적 탐색 작업에조차 온 힘을 다해 매달렸을 정도로 진실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모든 책임을 거부한지 오래인 국정의 최고책임자와 입을 맞춘 듯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관련자들.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
구조 책임은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한 주장...
"청와대 컨트롤타워 아니다"
시민들은 '책임은 내게 있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책임은 내게 있다"
무려 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우리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선의 태종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가득 실은 배들이 34척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했을 때, 임금은 말합니다.
"쌀은 아까울 것이 없지만 사람 죽은 것이 대단히 불쌍하구나. 그 부모와 처자의 마음이 어떠할 것인가" 태종3년 (1403년) 5월5일
경상도의 조운선(漕運船) 34척이 해중(海中)에서 침몰되어, 죽은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 만호(萬戶)가 사람을 시켜 수색하니, 섬[島]에 의지하여 살아난 한 사람이 이를 보고 도망하였다. 쫓아가서 붙잡아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도망하여 머리를 깎고, 이 고생스러운 일에서 떠나려고 한다."
하였다. 임금이 듣고 탄식하기를,
"책임은 내게 있다. 만인(萬人)을 몰아서 사지(死地)에 나가게 한 것이 아닌가? 닷샛날은 음양(陰陽)에 수사일(受死日)이고, 또 바람 기운이 대단히 심하여 행선(行船)할 날이 아닌데, 바람이 심한 것을 알면서 배를 출발시켰으니, 이것은 실로 백성을 몰아서 사지(死地)로 나가게 한 것이다."
하고, 좌우에게 묻기를,
"죽은 사람은 얼마이며, 잃은 쌀은 얼마인가?"
하니, 좌우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개 얼마인가?"
하니, 좌우가 대답하기를,
"쌀은 만여 석이고, 사람은 천여 명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쌀은 비록 많더라도 아까울 것이 없지마는, 사람 죽은 것이 대단히 불쌍하다. 그 부모와 처자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조운(漕運)하는 고통이 이와 같으니, 선군(船軍)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여 도망해 흩어지는 것은 마땅하다."
하였다. 우대언(右代言) 이응(李膺)이 말하기를,
"육로(陸路)로 운반하면 어려움이 더 심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육로로 운반하는 것의 어려움은 우마(牛馬)의 수고뿐이니,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태종실록 5권, 태종 3년 5월 5일 신사 1번째기사 1403년 명 영락(永樂) 1년)
책임은 모두 왕에게 있으며. 세금보다 백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임금.
그는 출렁이는 민심의 흐름이 얼마나 두려운가를 깨닫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는 어쩌면 직역의 물, 즉 배를 삼킨 바다와 의역의 물, 즉 민심을 동일시할 줄 알았던 혜안의 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직역의 물과 의역의 물을 동일시하지 못할 때, 물은 어떠한 대답을 돌려주는가…
그러고 보니 이번에 교수신문이 정한 2016년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 였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교수들의 선호도가 높은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뜻 자세히 살펴보면 ‘군주민수’는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서 원문은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군이차사위 즉위장언불지의)’로 풀이하면 “백성은 물, 임금은 배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2위)‘역천자망(逆天者亡).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추천한 ‘역천자망’은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올해의 사자성어 역천자망은 28.8%의 교수들이 선호한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위)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가 추천한 ‘노적성해’(露積成海,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18.5%의 지지를 얻어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군무민수 외에도 ‘빙공영사(憑公營私·공적인 일을 핑계로 사익을 꾀함)’, ‘인중승천(人衆勝天·사람이 많이 모여 힘이 강하면 하늘도 이긴다)’ 등도 순위에 올랐습니다. 인중승천같은 경우는 군주민수 뜻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인중승천은 사람이 모여 힘이 강하면 하늘도 꺾는다는 뜻입니다.즉 하늘을 이기는 백성의 힘을 말하는 이 사자성어는 피플파워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5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입니다. 지난해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면서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 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 낭비가 초래됐다"고 추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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