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태극기 달고 싶은 날
- 강인한
포켓이 많이 달린 옷을
처음 입었을 때
나는 행복했지.
포켓에 가득 가득 채울 만큼의
딱지도 보물도 없으면서
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네.
서랍이 많이 달린 책상을
내 것으로 물려받았을 때
나는 행복했지
감춰야 할 비밀도 애인도
별로 없으면서
그때 나는 스물일곱 살이었네.
그리고 다시 십년도 지나
방이 많은 집을 한 채
우리집으로 처음 가졌을 때
나는 행복했지.
그 첫번째의 집들이 날을 나는 지금도 기억해
태극기를 대문에 달고 싶을 만큼
철없이 행복했지.
그때 나는 쓸쓸히 중년을 넘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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