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별과 시... ♩♪♬

대문에 태극기 달고 싶은 날

eros 2016. 10. 13. 18:17


 대문에 태극기 달고 싶은 날


 


                                               - 강인한




  포켓이 많이 달린 옷을


  처음 입었을 때


  나는 행복했지.


  포켓에 가득 가득 채울 만큼의


  딱지도 보물도 없으면서


  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네.




  서랍이 많이 달린 책상을


  내 것으로 물려받았을 때


  나는 행복했지


  감춰야 할 비밀도 애인도


  별로 없으면서


  그때 나는 스물일곱 살이었네.




  그리고 다시 십년도 지나


  방이 많은 집을 한 채


  우리집으로 처음 가졌을 때


  나는 행복했지.


  그 첫번째의 집들이 날을 나는 지금도 기억해


  태극기를 대문에 달고 싶을 만큼


  철없이 행복했지.


  그때 나는 쓸쓸히 중년을 넘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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