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으며

손석희 앵커브리핑중 '오, 나의 선장'

eros 2015. 3. 26. 23:00

'오, 나의 선장' 오늘(26일)의 단어입니다.

조선 순조 시기 효명세자의 입학식을 기록한 '왕세자입학도첩'을 보고 계십니다.

당시엔 장차 왕위에 오를 왕세자도 스승 앞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했습니다. 격이 낮은 서쪽 계단을 이용했고 책상도 사용하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었답니다. 스승은 그만큼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의미였겠지요.

얼마 전 한 교수가 쓴 칼럼에 나온 문장입니다.

"교수와 학생은 갑을관계가 아니라 사제지간입니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교수와 학생은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것. 모르는 사람 없는 매우 당연한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가 이 말을 강조한 이유… 무엇일까요?

요즘 대학에선 스승이란 말. 또 존경이란 단어. 함부로 꺼내기도 민망한 상황이 됐습니다.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와 쉬쉬하며 덮으려는 학교들. 또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해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 JTBC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전해드린 바 있었지요. 지위를 이용한 대학 내 교수들의 갑질은 다른 교수들의 얼굴마저 화끈거리게 만듭니다.

또 있습니다. 바로 교육부가 선정한 '이달의 스승'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3월의 스승으로 선정된 최규동 전 서울대 총장의 친일논란이 불거져 황급히 선정이 취소되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의 검증결과 교육부가 선정한 이달의 스승 12명 중 무려 8명이 친일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왜 이렇게 스승이 없나" 이런 생각들을 하시겠죠. 그런데 한편에선 이런 반론이 나옵니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도 일본군 점령 당시 통역을 했듯 생계형 친일인지 여부를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논리라면 친일로 비판 받을 사람이 어딨겠느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교육부는 '야단을 좀 맞더라도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 클라이맥스 장면입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해 Oh Captain, My Captain~ 오, 나의 영혼의 선장이라고 외치지요.

많은 이들이 영화 속 키팅의 모습에 감동했고 지난해엔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교육부가 정한 이 달의 스승을 보면서 남의 나라 영화 속에 나오는 스승을 생각해야 하는 심정. 착잡합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