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504화] 꽃매미 김태관
옛날 조선의 임금들은 매미 날개를 머리에 썼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한 이들은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보면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이 쓴 모자에는 뿔 같은 것이 두 개 돋아있는데, 바로 매미의 날개를 뜻한다.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쓰는 관을 익선관이라고 하는데,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자를 쓴다. 임금의 관에 매미 날개를 단 것은 나라를 다스릴 때 매미의 오덕(五德)을 늘 염두에 두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매미는 곤충 중의 군자로 다섯가지 덕을 갖췄다고 한다. 즉 매미는 머리 부분에 선비의 갓끈이 늘어져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또 농부가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이 없으니 검소하고, 철에 맞추어 오고 가니 신의가 있다. 진(晉)나라 시인 육운이 한선부(寒蟬賦)에서 한 말이다. 그는 서문에서 “공기를 마시고 이슬을 머금어 그 덕이 청결하다”고 매미를 칭송한다. 조선 중기의 문인 허목의 시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바람만 마시고 사니 마음은 진정 비었겠네/ 이슬만 머금는다니 몸 또한 조촐하구나/ 무슨 일로 진작 가을날 새벽부터 저리 슬피 우는가.”
매미가 유덕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임금의 상징은 아니다. 모양만 다를 뿐 신하들도 모자에 매미 날개를 달았다. 조선 후기의 학자 조재삼(1808~66)이 쓴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이런 설명이 나온다. “매미 날개가 나지 않은 모양의 관은 서리(胥吏)의 것이고, 날개가 옆으로 난 모양은 백관(百官)의 사모(紗帽)이고, 날개가 위로 선 모양은 임금의 관, 곧 익선관이다.” 굳이 오덕을 따지지 않더라도 매미의 날개는 모양이 맑고 투명하다. 벼슬아치들이 정사(政事)를 맑고 투명하게 하라는 뜻이 담겼다고 풀이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매미의 덕을 노래했던 것은 옛날이다. 요즘 들어선 독한 매미가 기승을 부린다. 수액을 빨아먹어 과수를 말려죽이는 꽃매미가 급속히 늘어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꽃매미 발생지역은 최근 3년 새 1196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꽃매미는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대거 출현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해를 끼친다. 말이 매미지, 꽃매미는 발성기관이 없어 울지도 않는다. 울지도 않는 매미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매미가 울수록 세상은 적막했던 시절은 이제 옛말인가.
'▒그냥 적은거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브에 대해 .. (0) | 2010.11.24 |
---|---|
윈도우 비밀번호 걸린하드에서 자료를 뺼때.. (0) | 2010.08.30 |
인재 (0) | 2010.04.01 |
재미있는 형제 (0) | 2008.09.24 |
바이오스별 비프음 에러코드 (0) | 2008.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