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

2008년 4월 7일 월요일, 주요 신문 칼럼

eros 2008. 4. 7. 17:43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차장)-20080407월] 우주인 

 

  냉전 시대 미국과의 경쟁에서 한때나마 옛 소련이 앞섰던 분야는 우주개발이었다.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소련은 4년 뒤엔 사람이 탑승한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대기권 밖으로 올려보냈다. 우주 공간에다 처음으로 자신의 숨결을 남기고 돌아온 주인공은 소련 공군의 유리 가가린 중위였다. 그는 자신의 육안으로 확인한 사실을 귀환 일성으로 인류에게 전했다. “지구는 푸른 색이다”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우주에 신은 없었다”는 말도 남겼다. 유물론을 신봉하는 소련 군인다웠다. 2년 뒤 우주에 도달한 첫 여성 역시 소련 공군의 발렌티나 테레스코바 소위였다.

  미국의 코는 납작해졌다. “보드카 제조와 발레 빼고는 잘하는 게 없는 줄 알았던” 소련에 선수를 빼앗긴 것은 ‘진주만 기습’이래의 충격이었다. 가가린을 탄생시킨 우주개발 책임자는 세르게이 코롤료프 박사였다.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이름없는 영웅’이었다. 코롤료프가 암살당할 것을 두려워한 소련 당국은 1966년 숨질 때까지 그의 이름을 1급 기밀에 부쳤다.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사람에게 노벨상을 주겠다는 제의도 물리쳤다.

  우주 개발은 이처럼 강대국들이 국운을 걸고 달려든 프로젝트였다. 그 속성상 군사기술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2003년 중국이 세계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도 오랜 기간 축적한 군사기술 덕분이었다. 민간 경제부문으로의 기술 파급효과 또한 막대하다. 그러니 선진국들은 우주 기술 이전에 극히 인색하다.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하면 “우주에 있으면 나 자신이 별이 된 듯한 기분”(일본 우주인 노구치 소이치)이란 식의 감상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우주 개발에서 한국은 이만저만 뒤처진 게 아니다. 당장 먹고 사는 지상의 일이 다급한데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우주를 꿈꿀 겨를이나 있었겠는가. 그러다 보니 가가린 이후 47년이 지난 이제서야 첫 우주인을 보낸다. 이미 세계 36개국 470여 명의 우주인이 나온 뒤다. 더구나 지금은 돈만 내고 훈련만 받으면 일반인도 우주관광을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당찬 여성 이소연씨는 갈채를 받아야 한다. 후발 주자지만 한국은 올가을 새로 지은 고흥의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자력으로 위성을 실은 발사체(로켓)를 쏘아 올려 세계 9번째의 ‘스페이스 클럽(우주 선진국)’ 가입을 노리고 있다. 언젠가는 유인우주선을 개발할 것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우주선에 외국인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소연씨의 8일간의 우주 체험은 언젠가 다가올 우주 강국 한국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D-1, 이씨의 성공 귀환을 기원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20080407월] 봄날 ‘살처분’ 

  

  봄의 한복판에서, 생명을 피워올리는 어진 땅에 닭과 오리를 죽여 묻고 있다. 전북 김제와 정읍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달아 발생했다. 반경 500 내에 있는, 날개가 달렸지만 날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 4월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십만 마리를 땅 속에 묻는 죽임의 현장을 먼저 핀 꽃들이 지켜봤을 것이다. AI는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닭과 오리를 죽여 없애는 것을 ‘살(殺)처분’이라고 표기한다.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죽여서 묻거나 태운다’는 말이 길기도 하거니와 아마 그 묘사가 매우 끔찍하기에 새로 만들어 유통시켰을 것이다. 

  AI가 어떻게 감염되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몇 해 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 퍼졌는지 모른다. 사스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원인체라는 것만 밝혀졌다. 그러나 사스가 지금 사라졌는지, 어디에서 진화하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만 자랄 뿐이다. 이전에도 인간보다 앞서 진화했던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같은 병들이 인간을 닥치는 대로 쓰러뜨렸다. 이것들도 모두 변종이었다. 무서운 것은 이들 가공할 변종들의 출현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백년 만에 나타나던 것이 몇십년으로, 이제는 몇년으로…. 이는 지구가 숨을 가쁘게 내쉬는 것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AI는 자연과의 불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이 복잡하면 복잡한 변종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진화할 것이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단 한번의 시행착오도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그럼에도 지구를 거대한 실험실로 착각하는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만일 AI 발병의 주범이 철새라 밝혀지면 지구상에서 모든 새들은 위험해질 것이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 새들을 쫓아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네 발 달린 짐승에게, 물 속의 고기에게, 다음은 도망도 못가는 식물에게 저주를 퍼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저주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지금 봄날을 ‘살처분’하고 있지 않은지.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한두봉(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20080407월] 수입처 다변화로 애그플레이션 대처해야  

 

  일반인에게도 애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과 인플레이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체 물가 상승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은 2005년 이후 약 3배로 상승했고, 2007년 하반기 이후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되고 악화될 것인데 식량을 70% 이상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제한조치를 강구하고 있어 식량안보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애그플레이션 대책을 강구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책마련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상승률이 전체 인플레이션보다 높았지만 우리나라는 낮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국내 통화가치 상승으로 환율이 하락하면서 농산물 등 수입 원자재의 국내 구입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 침체는 수출의존형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해 수입가격이 증대되어 국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애그플레이션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원인은 곡물 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곡물 수요가 상승한 원인은 첫째, 1990년 중반 이후 원유 가격 상승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바이오에너지 원료인 옥수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옥수수를 연료용으로 이용한 비율은 1995년에는 5%에 불과하였지만, 2007년 27%에 달하고 있다. 옥수수의 연료용 수요 증대로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밀과 콩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옥수수로 작목을 전환하여 모든 곡물 가격이 동반 상승하였다. 둘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육류와 낙농품 소비가 늘면서 사료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 내 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로 금융자산에 대한 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여 곡물에 대한 선물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곡물 공급이 감소한 원인을 보면 첫째, 기상이변으로 호주와 유럽 등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생산이 크게 감소하였다. 둘째, 곡물 재고율 감소와 미래 곡물 수급 전망 악화로 농산물 기대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애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셋째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농산물 생산비용이 증가하였다. 자본의존도가 높아진 농업에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로 농산물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하였다. 넷째는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세계 곡물시장에 공급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애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국민이 안정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공급받기 어려워 식량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단기 대책으로는 우선 곡물에 대한 수입관세를 면제하여 국내 수입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휴경지에 총체보리 등 사료곡물 재배를 통해 수입사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식용으로 수요가 제한되어 있는 쌀도 사료용 품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또 곡물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선물과 옵션시장 이용도를 제고해 안정적인 수입 기반을 확보한다. 

  장기 대책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농산물 무역 자유화에 따라 국제 농업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외 농업투자를 확대해 안정적인 수입처를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연구투자를 통하여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증대시켜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제성장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제 농산물 구입능력을 제고해야 한다.